영화가 내 몸을 지나간 후 정희진의 글쓰기 4
정희진 지음 / 교양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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앎이 내가 본 것과 안 본 것 사이에서 정해지는 사회는 바람직하지 않다. 서로 자신이 본 것만이 진실이라고 싸우기 쉽다.
전체도 부분도 없다. 앎의 범위를 아는 것이 불가능한 일임을 인정하고, 내가 지금 어디에서 말하고 있는가를 스스로에게 묻는 일상이 앎이요, 삶이어야 한다. - P150

할 수 있는 이야기보다 할 수 없는 이야기가 훨씬 많다. 아는 사람보다 벽에 대고 말하는 것이 낫다. 타인을 찾기보다 나에게 먼저 말하는 것이다. - P141

사랑은 상대(대상)와의 관계가 아니다. 자기 내부에서 일어나는 ‘나의‘ 사건이다. 흔히 말하는 ‘사랑하는 나를 사랑하는 행위, 자기 자신과의 관계다. 물론 이러한 사실을 감추기 위해 결혼, 이성애주의, 로맨스 문화, 헌신, 희생 따위를 포함하는 제도와 문화적 각본(cultural script, 이데올로기)이 있다. 인간은 사람이든 절대자든 물화된 대상이든 무언가를 사랑하지 않으면 살지 못하는 존재다. 인간의 조건은 사회적 삶과 생명체로서 유한성 두 가지인데, 생명체로서 생로병사의 고통을 견디기 위해 우리는 사는 의미를 찾아야 하고 사랑은 가장 절실한 방도다. 사랑이 없다면 삶도 없다. 사랑 자체가 소중해서가 아니라 사는 의미와 관련되기 때문이다. 특정한 개인/파트너와의 애정을 추구하는 이들이나 사회적 권력, 돈, 명예를 성취하려는 노력 역시 모두 사랑받기 위한 몸부림이다. - P125

기존의 사고방식을 의심해야 하는데, 이는 기득권과 연결된 문제다. 여성주의는 가부장제 세계관과 협상할 수는 있지만 양립할 수는 없다. 환경운동은 발전주의와 양립할 수 없다. 모든 인식이 당파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아는 만큼 보인다.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는 아름다운 말이지만, 실상은 매 순간의 긴장을 요구하는 만만찮은 요구다. -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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