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박물관 순례 1 - 선사시대에서 고구려까지 국토박물관 순례 1
유홍준 지음 / 창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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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토박물관 순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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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기간 : 2024/02/23 -2024/02/25


글잘쓰고 말잘하는 유홍준 교수님의 새로운 시리즈..

나의 문화 유산답사기를 읽으면서 우리나라가 얼마나 많은 문화유산을 가지고 있는지 깨달았고, 국토박물관 순례를 읽으면서 지역박물관의 멋짐과 아름다움을 알게 됐다. 

시대순으로 쓰신다고 했는데 시대가 너무 쭉쭉 나간다. 시리즈가 길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첫번째 책은 구석기시대부터 고구려시대까지다..

역사에서 제일 긴 시대이긴 하지만 유적이나 유물이 많지 않아서인지 내용은 그리 길지 않았다.

그렇지만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많다.

동상동 패총에 대해서 말은 많이 들었지만 이렇게 설명을 들은 건 처음인 것 같다. 

덧띠무늬토기도 설명을 들으며 보니 그동안 못보던 멋과 미를 볼 수 있었다.

고구려시대는 읽기만 해서는 머리에 정리가 잘 되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지도가 머리속에 없어서인것 같다. 

하루 빨리 북한과 만주를 마음껏 답사할 수 있는 시절이 왔으면 좋겠다.. 

2권을 빨리 읽어야겠다.. 


p18 5월 14일 첫 지표조사를 실시했다. 조사단은 먼저 인근의 벽돌공장 주변부터 조사했다. 본래 구석기시대를 조사하는 고고학자들에게 벽돌공장은 보물창고와도 같은 곳이다. 벽돌을 만들기 위해 채취한 절토 속의 돌맹이들은 불순물 같은 것이어서 이를 잘 골라 버리기 때문이다.

p31 유명한 주먹도끼지만 아무리 보아도 깨진 강자갈 돌맹이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는 그냥 깨진 돌이 아니라 깨트려 만든 돌연장이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즉 행위에 목적이 들어 있었음을 말해준다.

p40 고인류학에서 유전자 분석 방식이 도입되면서 인류는 단일 계보로 진화한 것이 아니라 그때마다 여러 비슷한 종들이 혼재해 살아오면서 생서, 소멸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지구상에는 최소한 25종의 호모가 등장했다고 생각하고, 비슷한 유형을 끼리끼리 묶은 계통수로 인류 진화 과정을 이해하고 있다.

p51 술을 좋아해 실수도 많았는데, 예를 들어 전곡리 발굴 현장이 대통령 특별 후원금을 받은 날 기분이 한껏 좋아진 선생은 한탄강 매운탕 집에서 실컷 술을 마시고 차를 몰아 서울로 가서 또 2차로 술을 마시고는 마침내 남의 차를 들이받아 음주운전으로 경찰서에 연행됐다는 것을 자기 글에 솔직히 고백해놓기도 했다.

p86 이 덧띠무늬토기는 높이 12.4센티미터, 지름 16.4센티미터의 아담한 크기로 구연부에 덧띠무늬가 W자형으로 둘러져 있는데, 형태도 아름답고 상태도 완벽하다. 우리나라 신석기시대 토기가 빗살무늬토기로 일반화되기 전에 덧띠무늬토기가 있었음을 말해주는 유물이다.

p93 패총은 이처럼 천 년, 2천 년을 두고 쌓이고 쌓여 다 삭아서 산성화되어 대부분 가루나 흰 더께가 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 조개더미가 높은 약 1미터, 길이는 100미터 내외가 되는 것이니 내가 어려서 상상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p101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를 쓴 아르놀트 하우저는, 구석기인은 오직 자연에 대한 경험에 의지하면서 단순한 동물적 본능으로 사물에 대한 애정과 인내를 그렸지만 신석기인은 사물을 의식으로 파악하고 표시하려는 태도를 가졌기 때문에 부호화, 개념화, 상징화하려는 경향이 생겨 추상무늬로 나타나게 되었다고 했다

p110 대포산 산마루에 위치한 복천동 고분군에는 4세기에서 6세기에 걸쳐 조성된 가야와 신라 고분 약 170기가 모여 있다. 이곳에서는 금동관과 철제 갑옷을 비롯하여 아름다운 가야토기, 신라토기가 2,500점, 철기 금속류가 3,200점, 유리구슬 등 장신구가 4,010점, 거기에 인골 5구, 말 이빨 7개가 발굴되었는데, 그 양도 양이지만 유물들의 질이 아주 높고 아름답다.

p150 조선시대 사대부들은 주자학을 이데올로기로 받아들이면서 주희가 무이산 아홉 굽이에 무이구곡을 경영한 것을 벤치마킹하여 제각기 풍광 수려한 계곡에 자신의 독자적인 구곡을 경영하며 학문적 수련과 휴식의 공간으로 삼았다.

p165 반구대암각화를 청동기시대 유적으로 보는 견해가 계속 제기되고 있지만, 청동기시대는 본격적으로 농경이 이루어진 시기인데 반구대암각화의 내용은 모두 어로와 수렵에 관한 그림일 뿐이고 농경에 관한 그림이나 청동기시대의 추상무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신석기시대의 유적으로 보는 시각이 더 설득력 있다.

p211 남측은 맘대로 여행한다는데 뭐 하느라고 압록강에 처음 왔단말입니가? 농을 섞어 대거리하는 것이 여지없는 평양 말씨인데 그 억양이 그렇게 정겨울 수가 없다.

p223 답사의 기초 지식은 지리다. 그중에서도 그곳 땅의 생김새를 알려주는 자연지리가 기본이다. 자연지리를 알아야 그 땅에서 살던 민족과 나라가 남긴 역사지리가 이해되고 역사지리가 머릿속에 그려져야 비로소 고구려라는 나라의 역사상을 생생하게, 그리고 올바로 그릴 수 있다.

p231 하나는 환인에 사는 오녀산성이고, 또 하나는 집안에 있는 적석총입니다. 집안 통구에 가서 수천 기의 고구려 적석총이 무리지어 있는 것을 보면 그 장대함에 놀라게 될 것입니다.

p239 고구려인들은 항상 도성을 두 곳 건설했습니다. 하나는 평상시 거주하는 평지성이고 또 하나는 전쟁시 방어용 진지로 마련한 산성입니다. 둘이 한 세트인 셈이지요. 환인에 있는 평지성이 졸본성입니다. 이는 집안으로 천도해서도 마찬가지여서 평지의 국내성과 환도산성이 짝을 이루고 있습니다.

p255 집안의 압록강은 정말로 아름다웠다. 강폭이 단동의 압록강과 달리 아주 좁아 강 건너 만포가 한눈에 들어왔다.

p285 고구려의 건국이 부여에 뿌리를 두었으나 고구려는 고대국가로 발전하고 부여는 이내 쇠퇴하면서 후대에 생긴 착시현상으로, 고구려 주몽 설화는 부여 동명왕 설화를 모티브로 했다고 보는 것이 지배적인 견해이다.

고구려 벽화고분은 350년 무렵부터 668년 멸망까지 300년간 조성되면서 초기 100년간은 여러 칸 무덤의 초상화, 중기 100년간은 2칸 무덤의 풍속화, 후기 100년은 1칸 무덤의 사신도 벽화로 이동하는 양식사의 흐름을 보여준다. 이러한 양식의 변화는 무덤의 주체가 초기는 피장자 개인, 중기는 내세의 삶이 영위되는 공적인 공간, 후기는 영혼의 세계를 구성하는 질서 등으로 변해간 것을 말해준다. 즉, 고구려 사람들의 죽음에 대한 인식이 이처럼 점점 높은 차원으로 발전해갔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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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보다 - 문과생도 과알못도 재미있게 읽는 기발하고 수상한 과학책 과학을 보다 1
김범준 외 지음, 김지원 그림 / 알파미디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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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학을 보다

 : 김범준

 

읽은기간 : 2024/02/17 -2024/02/24


과학을 잘 모르는 초보자들이 읽기에 즐겁고 재미있는 책...

머릿말을 보니 이런 유투브가 있나보다.. 유투브에는 정말 없는게 없구나.

내용을 좀 더 정제해서 읽기 좋게 책을 만들었다.

우주가 계속 팽창되면 태양과 지구도 멀어지나하는 의문에 대한 답도 있어서 좋았다.

인문학을 좋아하지만 과학이야기도 재미있어서 읽어보려고 노력한다.

과학이 나에게는 진입장벽이 좀 높은데 쉬운 책들을 읽다보면 어려운 책도 읽고싶게 되지 않을까 싶다.. 

꾸준하게 읽도록 좋으면서 쉬운 과학책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유시민 아저씨 책도 좋았다. 


p24 태양계는 말할 것도 없고 250만 광년 떨어진 안드로메다라고 하더라도 우주를 팽창시키는 힘의 물살보다 서로 가까이 인접한 두 천체가 주고받는 인력이나 중력의 효과가 더 강력합니다

p29 닐 암스트롱 말고도 달 표면을 밟고 돌아온 우주인은 11명이나 더 있으니 믿지 않을 수 없겠죠. 모두 미국의 아폴로 계획에 따라 달을 탐사하고 돌아온 우주인들입니다.

p50 이 문제를 바로 빅뱅이 해결했습니다. 빅뱅은 이렇게 무한하게 과거로 뻗어 있던 우주의 타임라인을 댕강 잘라버리고 138억년 전부터 우주가 있었어라고 이야기하는 거죠. 그러면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빛의 범위 자체가 무한 광년까지가 아니라 앞에서 이야기한 관측 가능한 우주 안에서만이라는 거고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별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우주가 깜깜하다, 그러니까 우리가 보고 있는 우주가 깜깜하다는 사실 자체가 우주에는 유한한 과거가 있었다는 걸 증명하는 너무나 명확한 증거라는 거죠

p59 마침내 인류는 블랙홀을 촬영하는 데까지 성공합니다. 2019년 M87 은하 중심에 있는 초대질량 블랙홀의 영상을 포착한 데 이어 2022년에는 우리 은하의 중심에 있는 궁수자리A의 이미지를 촬영할 수 있었죠.

p63 많은 분이 착각하는 것 중 하나가 우주가 과거에 하나의 점이었다고 할 대, 그 점이 우주 전체를 뜻한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하지만 이건 오해입니다. 단지 관측 가능한 우주가 점이었다는 얘기입니다

p86 이 과정에서 바닷물과 해저의 지표면이 마찰을 일으켜 지구의 자전 속도가 느려집니다. 그렇게 지구가 잃어버린 에너지를 달이 가져가서 공전 속도는 빨라지고, 달은 반대로 지구에서 멀어지죠. 자전 속도가 느려지면서 지구의 하루 길이도 미세하게 늘어납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1억 년 전에는 하루가 23시간이었습니다.

p133 움직이는 물체의 시간이 더 느리게 간다는 것은 이처럼 광속이 일정하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명확한 사실입니다.

p161 이렇게 미래르 ㄹ예측하기 힘든 카오스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가 지금 인류의 과학이 충분히 발달하지 못해서인지, 아니면 자연이 지닌 본질적인 속성인지 의문을 던져볼 수 있습니다. 현재 과학계의 합의는 자연 자체의 속성이라고 인정하는 것 같습니다.

p169 불은 기체 상태인 어떤 물질이 산소와 반응하면서 에너지를 방출하는 현상이고, 그 형태가 열과 빛일 뿐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열과 빛을 내면서 빠르게 반응하고 있는 물질의 상태를 우리가 불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p206 가장 잊지 말아야 할 점은 기후위기가 일단 한계치를 넘어서면 돌이킬 수 없다는 점입니다. 지금도 전 세계의 대기 중 탄소 농도는 날마다 더 올라가고 있어요. 참고로 우리나라의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3.81t으로 세계 평균보다 약 4배 정도 더 높습니다. 우리나라도 대표적인 기후 악당 국가라고 할 수 있어요

p239 비키니섬의 원주민들이 입은 피해는 아랑곳하지 않고 미국인들은 사상 유례없는 최강의 무기를 보유하게 됐다는 소식에 열광했습니다.

p265 신체가 방사선 공격을 받으면 우리 몸을 이루는 세포가 파괴됩니다. 생명체에 꼭 필요한 생체분자인 DNA, RNA 같은 핵산을 연결하는 약한 끈을 툭툭 끊어버리는 거죠. 염색체의 염기서열을 흩트려버립니다

p268 중심부의 열기에 노출된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가 아무 느낌도 없이 소멸합니다. 무슨 신경이 뜨겁다, 뭐가 나타났다 같은 인식을 하기도 전에 그냥 말 그대로 순식간에 증발해버리는 겁니다. 아무 느낌도 없이 영문도 모른 채 죽겠죠. 승화 작용을 넘어 바로 플라스마 상태가 되지요. 그러니까 우리 몸이 이온이나 전자 상태의 입자로 분해되는 겁니다.

p302 일부 의료기기나 특수 용도를 위한 전선에 이 고온 초전도체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1900년대 초에 저온 초전도체를 발견했을 때처럼 그 이유를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죠. 고온 초전도체의 고온은 사실 최근 화제가 됐던 상온 초전도체의 상온보다는 무척 낮은 온도입니다.

p309 유체의 움직임은 사정이 다릅니다. 유체는 일정한 경계가 없을뿐더러 작용하는 힘과 관련된 변수가 엄청나게 많은 카오스의 세계거든요. 분자 단위의 힘들이 영향력을 주고 받으며 서로의 움직임에 간섭하기 때문에 단순히 뉴턴 방정식으로는 계산할 수가 없죠.

p334 1986년 니오스 호수 주변에 거주하던 1,700여 명 이상이 이유도 없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들이 기르던 수천 마리의 가축도 모두 몰살당했고요. 근방의 모든 생명체가 살아남지 못한 거죠. 원인을 조사하던 끝에 호수 밑바닥에서 분출된 이산화탄소가 주변일대를 뒤덮으면서 생명체들을 질식사시킨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p341 반타블랙은 반사율이 0.035%대로 사실상 입사하는 빛을 거의 다 먹어치워 버리는 셈이죠. 그래서 우리는 반타블랙 소재가 입혀진 사물이 입체적인 모양을 가지고 있더라도 이를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2차원 평면이나 마치 블랙홀 같은 구멍이 뚫린 것처럼 느낍니다.

p347 자신이 아무리 고민해도 해답을 얻지 못했던 문제를 들고 뉴턴을 찾아갔습니다. “행성이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는 힘으로 태양에 이끌려서 운동한다면 어떤 퀘도를 그릴까?” “타원” 질문을 듣자마자 뉴턴은 곧바로 대답할 수가 있었습니다. 이미 20년 전인 20대에 계산을 해놓았기 때문이죠. 그는 고전 역학의 체계를 완성해놓고도 무려 20년이라는 세월 동안 묵혀놓기만 했던 거예용. 헬리는 이에 깊은 감명을 받아 연구 내용을 세상에 발표하자고 권유했고 마침내 세상의 빛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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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걸 크러시 - '남성' 말고 '여성'으로 보는 조선 시대의 문학과 역사
임치균 외 지음 / 민음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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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의 걸크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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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기간 : 2024/02/08 -2024/02/15


제목이 맘에 들어서 읽었다.

억압받고 살았던 조선시대 여인들과는 좀 다른 삶을 살았던 여성들의 삶을 모은 책이다. 

동성연애를 했던 사람도 있고, 저잣거리에서 술을 마시고 참형을 당한 죄인에게 호통치는 사람까지 당차고 강했던 여성들을 알려준다.

시대와 문화를 뛰어넘는 사람은 언제나 있기 마련이지만 상당히 불행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 

난 그렇게 못살텐데, 정말 대단한 분들이다.

다만, 소설속 주인공까지 섞여 있다보니 실제인물인지 가공의 인물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잘 구분이 되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p18 몸종이 소용찬에게 하는 충고다. 거짓 명성 속에 살면서 잘난 선비인 척하지 말고 능력에 맞게 돈이나 벌면서 속세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라는 말이다. 계속 거짓 명성으로 살아간다면 이 세상에서 화를 당할 것이라는 경고도 잊지 않는다.

p40 청춘의 마음으로 성적 욕망을 이기지 못하여 밤마다 옷을 풀어헤치고 남편을 잠자리로 데려가 온몸을 어루만지며 성관계를 강하게 요구하였으나 그 남자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습니다. 긴 밤을 헛되이 보내고는 고달픈 아침을 기다립니다. 표정을 밝게 하고 말과 웃음을 꾸며 내어 지난밤의 서운한 마음을 물리치려 하다 보니 남편을 보아도 보이지 않습니다.

p54 간음에 관련된 다툼에서는 한번 지목되면 여러 사람이 따라서 사실로 여기게 된다. 도둑의 누명은 끝내 벗을 수 있으나 간음에 대한 모함은 씻기 어렵다.라고 한 속담은 바로 이를 일컬은 것이다. 만일 실제 음란한 행실이 있었다면 움츠러드는 것은 당여한 이친, 이처럼 통쾌하게 죽이지는 못했을 것이다. -정약용, 흠흠신서

p80 주부는 다모에게 상으로 돈 열 꾸러미를 준다. 그것이 어느 정도인지는 알 수 없으나, 적지는 않았던 듯하다. 이렇게 보면 주부는 법도 지키면서 사람의 인정도 살피는 참 괜찮은 법 집행관이다. 다모는 돈 열 꾸러미를 노파에게 주면서, 다시는 밀주를 빚지 말라고 당부한다. 빈곤해 밀주를 만들 수밖에 없었던 노파의 처지까지 헤아리는 다모의 모습은 끝가지 멋지다

p118 부랑이 여자였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주변 반응 역시 우리가 알던 조섬의 남성적 시선이 아니었다. 모든 비장은 놀라면서도 한편으로는 칭찬해 마지않았다.

p133 금원은 열네 살이 되었을 때 부모의 공식적인 허락을 받은 후 남자로 변장해 세상을 만나기 시작했다. 충청북도 제천에 있는 의림지를 시작으로 단양 지역을 거쳐 금강산 일대를 마음껏 누비고 관동팔경을 빠짐없이 유람한 후 설악산을 관통했다

p147 속된 말로 호연재에게는 스왜그가 있다. 가진 것이 없던 때에도 호연재는 시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바를 한껏 드러내고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현실적인 괴로움, 외로움, 그리움, 한가로움. 시는 호연재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었다.

p158 김삼의당은 조건이 달렸다. 향촌의 양반 출신이지만 실상은 거의 평민층에 근접한 몰락 가문의 여인인 김삼의당으로서는 학문과 문학이 사치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김삼의당은 악조건 속에서도 자기 계발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하여 결국 김삼의당은 남성 중심의 문학 세게에서 인정받는 여성 문인으로 우뚝 선 것이다.

p168 허균은 기생들과의 염문으로 관직에서 파직될 만큼 천성이 자유롭고 호방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매창에게는 수청을 요구하지 않았으며, 끝내 동침하지 않았다. 매창을 하룻밤의 수청 대상이 아닌 오랜 시간 시를 나눌 수 있는 벗으로 삼은 것이다. 매창으로서도 자기의 시를 품평해 주는 좋은 스승이자 친구를 만났으니 참으로 행복한 일이었다.

p181 이숙희는 조선의 이름난 여성 문학가도 아니요, 문집을 남긴 여성도 아니다. 그렇다고 뒤늦게 배움을 깨달아 본격적으로 학문을 시작해 남편에게 학문에 대한 자세를 일러 준 이름난 여성도 아니다. 숙희가 학문에 매진하고 싶어 어떤 큰 일을 벌였다는 이야기는 찾아볼 수 없다. 다만 이숙희에 관해 알 수 있는 것은 할아버지 아문건의 일기속에서 보았듯 그녀가 배움의 의지를 표현한 여아였다는 것이다. 이숙희는 단지 공부가 하고 싶었을 뿐이다. 배움의 목적과 깊이, 결과는 중요하지 않다. 이숙희가 배우고 싶다는 데 무슨 대단한 이유가 필요하겠는가.

p199 사주당은 자신이 어머니와 소통했던 편지 두루마리와 남편과 성리학적 이치를 논했던 기록,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이 직접 필사한 격몽요결을 제외한 모든 기록물은 불태워 달라고 부탁했다. 편지 두루마리는 여성이자 딸로서 사주당의 정체성을 상징하고, 남편과 주고받은 기록은 한 사람의 아내이자 학문적 동지로서 사주당의 정체성을 상징한다. 그리고 격몽요결은 율곡 이이가 지은 아동교육을 위한 교과서이기도 하므로 위대한 어머니로서 사주당의 정체성을 상징적으로 잘 보여준다.

p245 일상적인 사랑은 정말 매력적이다. 가히 종교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열정적인 사랑은 결국 두 사람의 관계를 제외한 인간관계를 파괴하기도 한다. 그래서 가정의 내적 관계와 사회적 질서에서의 책임과 의무라는 관점에서 보면 대단히 파괴적인 성격을 갖는다.

p273 무운은 무려 1년이 넘는 기간을 이경무와 함께 지내지만, 끝내 동침하지 않는다. 일전에 있었던 자신의 수절 의지가 진심이었음을 보여 준 것이다. 이렇게 무운은 이경무가 자신의 사랑을 배신하고 수절 의지를 무시했을지라도 스스로 한 다짐을 굳게 지켜 나간다.

p321 조선시대, 그것도 한양 한복판에서 한껏 멋을 낸 노처녀가 대낮에 술에 취해 저잣거리를 활보하는 장면도 특이하거니와, 국가에 반역을 꾀한 역적의 잘린 머리 앞에서 그 뺨을 후려치는 모습은 자못 기괴하다. 가부장의 말을 잘 듣는 착한 딸인 요조숙녀나 요리와 바느질, 옷감 만들기, 남편 내조, 자식을 돌보는 현모양처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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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 (10만 부 기념 스페셜 에디션)
송길영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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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

 : 송길영

 : 교보문고

읽은기간 : 2024/02/03 -2024/02/07


빅데이터 분석가인 송길영님의 책..

기존 책들이 빅데이터의 분석을 기반으로 현시대의 트렌드와 방향을 이야기를 해서 재미있게 읽었던 것에 비해 이번책은 그렇게 감흥이 있지는 않았다.

약간은 뻔한 이야기들이 주를 이뤄서 그런듯... 

아마 기존 책들이 재미있어서 더 그렇게 느꼈던 것 같다. 

제일 주목했던 이야기는 앞으로는 근근이 먹고 살게된다는 것...

AI시대에 결국 내가 가진 경쟁력은 내가 갖고 있는 서사인데 그 서사는 시장이 작을 수 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그 작은 시장에서 나는 근근이 먹고 살게 된다는 것이다.

충분히 그럴듯하다. 

대량생산이 아니다보니 시장은 작아지고, 그 작아진 시장에서 까다로운 고객을 만족시키기는 그리 쉽지 않을 테니까...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량생산 업종은 여전히 존재할 것 같다.

할줄 아는게 월급쟁이밖에 없는데...

월급쟁이와 자신의 능력을 파는 자영업자.. 어느 길이 내가 갈 길인가?

법적으로 월급쟁이를 못하는 유통기한이 다가오는 내가 더 고민하게 된다..


p19 권위는 인정을 기반으로 합니다. 수용자가 인정하지 않으면 권위는 성립되지 않습니다. 권위를 유지하려는 사람도, 권위를 찾는 사람도 원하는 것인 합당한 인정입니다. 정당한 인정이 권위의 출발점이 것입니다.

p51 분당 사람들은 성남이라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판교 사람들은 분당이라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서판교는 판교라 하지 않고 반드시 서판교라 합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동이라는 물리적 주소를 갖고 있지만 심리적 위계는 역순입니다.

p57 예일대학교 로스쿨 교수인 대니얼 마코비츠의 책 <엘리트 세습>의 원제는 메리토크라시의 함정입니다. 이 책은 엘리트들이 사회문화적 지원이 없었다면 그 자리에 갈 수 있었을까?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유명 대학 입학생의 부모들이 상대적으로 소득분위가 높다는 것은 이미 데이터로 증명되었습니다.

p78 임직원은 구성원으로, 채용은 영입으로 표현하는 것은 조직이 더 수평적인 관계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p97 전화를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전화로 주문할 때마다 메모장에다 주소와 메뉴를 쓰고 읽는다라고 고백했습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앱이 좋은 게 아니라 전화가 싫다는 이야기였습니다.

p107 그거 있잖아. 그 김 대리랑 말이야. 그때 우리가 거기에 가서 그 사람들이랑 그거 먹었잖아. 그거 뭐야? 그러면 자실의 00회사 사람들과 먹었던 그 집 말씀이시죠? 잠실이 아니고 건대예요라고 귀신같이 이해한다는 것입니다. 이 비서는 아르바이트로 시작해서 비서가 되었고 심지어 임원이 자녀와 이야기하다 서로 이해를 못하면 대신 통화해서 소통을 이어준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분 별명이 한국어 통역사라고 합니다.

p148 AI는 모든 것을 해줄 수 있는 만능의 기술이 아닐 수 있지만, 그렇다고 어떤 분야에도 쓸모없는 모용지물 역시 아닙니다

p160 아이들이 몸으로 하는 활동을 좋아하여 나중에 그런 진로에만 관심을 가지면 어떡하냐는 걱정을 전하는 것입니다. 여기에 몸을 쓰는 일 말고 치과의사 같은 전문의 체험시간을 길게 늘려달라는 주문이 따라옵니다. 직업에 귀천을 두는 것도 편협하지만 근본적 문제는 미래 직업의 분류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그것을 지금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p184 권위 해체가 어디까지 갈지느 ㄴ아직 모르겠습니다. 다만 충성심이란 말은 평생직장처럼 다음 세대는 전혀 감조차 못 잡는 희귀 단어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핵개인들은 한 회사에서 일생을 보낸 사람들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었는지 질문합니다.

p192 청부살인은 살인 교사로 번역될 때에만 법률행위의 출발점이 됩니다. 이렇게 변호사 수임료 중 상당 부분이 일상의 사건을 법률 용어로 번역하는 비용입니다.

p202 직장인에게 소속감과 명분은 사실 돈보다 더 근본적인 동기부여입니다. 자신의 일이 사회에 공헌하고 있다는 대의명분이 빈약하고, 그 안에서 자신이 성장한다는 서사가 희미할 때, 숫자의 무한 비교에 매달리게 되는 것입니다. 숫자에는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엄청난 흡인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p234 운 좋게 아이를 사랑으로 돌봐 줄 좋은 도우미를 찾는다 해도 치솟는 주거와 생활 비용이 만만치 않아 그 대가를 시장 기준으로 지급하고 나면 한 달 벌어 한 달 살기 빠듯합니다. 결국 가장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친정어머니가 시장가격보다 낮은 처우로 투입되는 것입니다.

p240 31세 이후에는 새로운 음악을 듣지 않는다는 뇌 과학 분야의 연구가 있습니다. 플레이 리스트를 보면 그 사람의 나이를 유추할 수 있습니다. 대체로 우리는 10대와 20대에 들었던 음악을 나이 들어서도 듣습니다. 새로운 취향을 탐색하는 호기심에도 노화가 진행되는 것입니다.

p247 상대에 대한 배려는 내가 어떻게 비춰질까 돌아보는 데에서 시작합니다. 자신이 속해 있던 규범을 돌아보고 새로운 규범에 자신을 맞춰가는 과정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어떤 중장년은 지금 시대의 문화를 잘 몰라서 하는 행동 때문에 새로운 세대로부터 차별의 시선을 받고 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p270 L은 파키스탄 사람과 결혼하자 그의 가족, 그 인구집단 전체가 ‘내 삶으로 들어왔다’라고 표현했습니다. 그 표현은 너무나 예쁘게 들립니다.

p286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는 파는것이 인간이다라는 책에서 모든 인간은 자기 세일즈를 해야 된다라고 선언했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팔아야 할까요? 가장 경쟁력 있는 상품은 서사입니다. 각자의 서사는 권위의 증거이자 원료입니다.

p296 문제는 쪼갤수록 팬이 작아진다는 사실입니다. 상업적인 표현으로는 마켓이 작아집니다. 중세 병참사 중 창의 역사에만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요? 결국 앞에서 기술한 것처럼 근근이 먹고살아야 합니다.

p308 앤디 워홀이 말했습니다. 미래에는 누구나 15분간 유명세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입니다. 미술품의 대량생산을 최초로 시도하여 유명해진 팝아티스트의 예언은 참으로 절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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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인들 세트 - 전2권 - 서로마 몰락부터 종교개혁까지, 중세 천년사를 이끈 16개 세력
댄 존스 지음, 이재황 옮김 / 책과함께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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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세인들2

 : 댄 존스

 : 책과 함께

읽은기간 : 2024/01/29 -2024/02/03


2권도 계속해서 읽었다.

2권에서는 몽골, 흑사병, 그리고 르네상스 초기까지 표현되었다..

중세를 어디까지 가르느냐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지만 나는 서로마제국 멸망부터 동로마제국 멸망까지로 보고 있는데 저자는 좀 더 후반기까지 보고 있다. 

덕분에 신대륙 이야기도 읽을 수 있었다.. 

통사보다는 좀 더 각론에 가까운 내용이어서 좀 더 세심하게 읽을 수 있었다.

통사도 읽고 각론도 읽어서 역사를 배우는 즐거움을 더 배가시키고 있다.

즐거웠다.. 역사는 읽으면 읽을수록 재미있다. 


p438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다비드 왕에 대한 소문이 완전히 허구는 아니었다. 무적의 지배자가 동방에서 막을 수 없는 기세로 진군해 오고 있다는 인도의 향신료 상인과 십자군 전쟁포로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다만 자기네 앞에 있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했을 뿐이었다

p443 가혹은 모든 몽골의 행위의 특징이었다. 테무진과 그의 장군들은 원정과 정복 과정에서도 엄격하고 끔찍할 정도로 잔인한 전투 규칙에 따라 작전을 벌였다. 몽골의 지배에 즉각 복종하는 사람이나 도시는 모두 자기네 일원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저항과 반발의 기미가 조금이라도 보이면 대학살과 초토화가 따랐다. 몽골의 사절을 박대한 적은 몽골이 자기네를 끝까지 따라오리라는 것을 각오해야 했다.

p449 베네치아인은 불과 몇 년 전 콘스탄티노폴리스를 향한 4차 십자군에서 그들이 이득을 추구하는 데서 몽골인만큼이나 잔인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베네치아인은 타협을 봤고, 흑해 크롬반도에 있는 수익성 좋은 솔다이아(오늘날의 수다크) 식민지의 그들의 무역 경쟁자 제노바인을 몽골인이 공격해주기로 했다.

p463 그가 키이우로 돌아오자 그곳에 있는 러시아인들은 깜짝 놀랐다. 그들은 마치 그가 죽었다가 살아 돌아온 것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조반니는 죽지 않았다. 그는 일생일대의 여행에서 살아남았다.(그리고 때로는 그것을 즐겼다) 그의 세대 유럽인에게 비로소 개방된 땅이었다

p468 더욱 충격적이게도 홀라구가 압바스 할리파 알무스타심을 처형했다. 알무스타심은 몽골이 접근해올 때 항복을 거부하는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에 어찌할 수가 없었다. 순니파 이슬람 세계의 최고 영적 지도자는 융단에 말려 말들에게 짓밟혔다. 이렇게 해서 750년의 우마이야 타도 혁명까지 거슬러 올러가는 역사를 가진 왕조의 불빛이 꺼졌다. 몽골인의 무자비에는 한도가 없는 듯했다. 그리고 그들이 파괴하기 어려울 정도로 성스러운 것은 이 세상에 없었다.

p479 그들의 이야기는 참으로 이상하며, 그리고 아마도 중세 전체를 통틀여 가장 잔혹한 이야기일 것이다. 칭기스 칸이 개척하고 완성한, 그리고 테무르가 능숙하게 모방한 몽골의 정복 방식은 20세기의 공포독재를 예고하는 것이었다.

p484 코르출라 전투는 베네치아의 호시절로 기억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제노바의 승리로도 기억되지 않았다. 대신에 달마치아 해안 앞바다 공해상의 이 유혈 충돌은 베네치아의 전쟁 포로 가운데 한 사람과 가장 밀접하게 연결된다. 그는 상인 가문 출신의 전직 모험가였다. 그는 당시를 살던 어느 누구보다도 더 멀리 세계를 여행해, 많은 특이한 일을 보고 여러 놀라운 사람을 만났다.

p488 마르코가 쿠빌라이를 위해 수집한 다양한 이야기는 동방견물록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그것은 쿠빌라이를 즐겁게 했듯이 유럽인도 경탄하게 만들었다.

p497 13세기 말이 되면 샹파뉴나 플란데런의 특설 시장에서는 이탈리아 기업 연합의 대표들이 서북 유럽의 여러 양모 생산자 및 의류 제조업자의 대리인과 거래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은 대금을 미래의 어느 시기에 열리는 시장에서 몇 달 또는 심지어 몇 년 앞당겨 청산한다는 지불일정을 계약서로 작성했다.

p514 뤼베크는 지리적 이점으로 북적거리는 항구가 되어, 북유럽의 기독교도 국가와 새로 식민화한 발트해 주변 지역을 연결하며, 목재, 모피, 호박, 수지가 많은 이 지역의 풍부한 상업적 가능성을 이용했다. 그곳에 살면서 일하는 상인들의 야망은 시간이 흐르면서 뤼베크가 단치히(그단스크), 리가, 베르겐, 함부르크, 브레멘, 그리고 심지어 괼른 같은 발트해와 그 너머 지역의 비슷한 도시국가군 가운데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지게 하기에 충분했다.

p528 그 시대의 과실을 즐긴 것은 결코 그들 만이 아니었다. 상업혁명 동안에 중세 사회와 경제에 일어난 변화는 수백 년 뒤에 올 서방 자본주의의 황금시대를 위한 초석을 놓았다. 오늘날 중국수출, 은행 신용장, 여행보험, 채권 및 주식 투자로 생활이 나아진 사람은 중세에 무언가를 빚지고 있다. 우리는 거인의 어깨에 올라서 있다.

p531 왕은 적어도 1305년 봄부터 사적으로 신전기사단에 의구심을 표출하고 있었다. 기사단에 성적 비행과 신을 믿지 않는 타락이 만연해 있다고 그가 정말로 믿었는지 어떤지는 분명치 않았다.(지금도 알 수 없다) 그러나 그는 비틀거리는 경제를 부양하고 자신의 대외 전쟁 자금을 댈 가능성 있는 자원으로서 기사단의 재산에는 분명히 관심이 있었다.

p537 신전기사단 문제에 관한 기록에서 파리대학이 한 역할은 보통 그저 지나가는 말로 언급된다. 그러나 그 학자들의 견해는 논쟁의 모든 쪽에 있는 사람에게 결정적인 중요성을 지닌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결코 불가피한 것이 아니었다.

p540 이시도로의 선천적인 영리함은 그 자체로 그를 주목할 만하게 만들었다. 그는 생전에 최소 스물네 권의 책을 썼다. 역사 연대기, 자연과학적 현상에 대한 연구, 수학 교과서, 기독교 교부에 대한 약전, 경구 모음, 그리고 그의 대백과사전 어원까지. 어원에서는 고슴도치의 식습관에서 세계 대륙의 지리적 배열에 이르기까지 교양 있는 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을 묘사하고자 했다.

p577 장기적으로는 서방의 대학 내 지적 생활의 모형이 자리를 잡았다. 두 가지 충돌하는 양망이 작동되고 있는 모형이다. 한편으로 대학은 사회의 지적으로 보다 활기차고 두려움 없는 사람이 가서 배우고 연구하고 자기네가 발견한 대로 세계에 도전할 수 있는 기관이 된다. 그러나 대학은 또한 안팎에서 정치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신앙의 보루 노릇을 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었다. 지금 서방 세계의 대학을 보고 대체로 정말 변한 것은 그리 많지 않구나 하고 생각할 만하다.

p591 잉글랜드의 군주 가운데 에드워드 1세만큼 열의를 가지고 성채 건설에 전념한 사람은 없었다. 그는 웨일스의 공사 외에 런던탑과 (케임브리지, 채스터, 코프에 있는) 다른 플랜태저넷 성채 재건에 많은 돈을 투자했다. 그런 의미에서 13세기 말은 축성의 전성기였다.

p611 14세기 초에 링컨의 탑은 확대되고 확장되어 더욱 높아졌다. 이 공사는 1311년 마무리되었는데, 나무로 만들고 끄트머리는 납으로 마무리한 그 뾰족탑은 높이가 160미터나 되었다. 이것은 이집트 기자에 있는 쿠푸의 대피라미드보다 11미터쯤 더 높았다. 대피라미드는 거의 4000년동안 지구상의 가장 높은 인공 구조물이었는데, 링컨 대성당은 그 지위를 이어받아 1548년 강풍으로 뾰족탑이 부러질 때까지 유지했다.

p619 1418년(아르놀포의 본래 성당 초석이 놓인 지 122년쯤 뒤다)이 되어서야 피렌체 대성당 수수께끼의 공사 해법이 제시되었다. 그 사람은 필리포 브루넬레스키라는 수학 천재였다. 그는 공개 수주 경쟁에서 승리했고, 완전히 새로운 건설 체계와 약 400만 개의 벽돌을 위치로 들어 올리는 기중기를 만들어내야 했다. 이 건설 작업은 20년 가까이나 걸렸다. 그것은 고통스럽도록 지루한 공사의 진을 빼는 결말이었다. 그러나 브루넬레스키가 돔을 완성하자 지금 산타마리아 델피오레로 알려진 이 대성당은 곧바로 1000년 전 고전 세계가 마감된 이후 보기 어려웠던 일종의 경이로 인식되었다.

p627 1340년대 이후 아시아, 유럽, 북아프리카와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 일부 지역을 할퀴면서 흑사병으로 알려진 세계적으로 유행한 전염병은 역시 세계적으로 유행한 우역과 비슷한 곳에서 시작되었다. 바로 몽골이었다.

p656 여러 곳의 많은 사람이 대체로 같은 시기에 거리로 나와 자기네 환경을 바꾸고자 하는 혁명의 순간이다. 그들은 서로 다른 지역적 과제에 대응하고 서로 다른 언어로 자유를 외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용적으로나 역사적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

p662 페스트균의 맹공으로부터 살아남은 세계는 갑자기 새로운 사상, 발견, 기술로 넘쳐났다. 그 가운데 일부는 고전기의 것이 되살아났고, 어떤 것은 새로우 발명되었다.

p668 그는 재미있고 다양한 자리를 누렸다. 그 대부분의 기간 동안 그는 서부 지중해 최고의 그리스어 학자였다. 그러나 자신의 독설 때문에 외모를 희생해야 했고 목숨도 잃을 뻔했다. 필렐포의 사고방식대로, 그는 자신의 원칙을 고수하고 그 때문에 고생한 사람이었다. 그는 한때 이렇게 썼다. “나는 부끄러움을 알기 때문에 기생충이 될 수 없다. 그리고 나는 아첨하고 알랑거리는 법을 배운 적이 없고, 무조건 복종하는 법도 배운 적이 없다”

p697 활기차고 많은 후원금이 오가는 문예부흥기 세계에서 살며 일하기 위해서는 그 무서운 현실과 유혈, 범죄, 전쟁의 편재를 받아들여야 했다. 따라서 레오나르도가 루도비코 스포르차에게 자신을 그저 천사처럼 그리는 것 이상을 할 수 있다고 내세운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었다. 그는 진정으로 위대해지려면 실용주의라는 수단이 필요함을 알고 있었다. 자신의 창의력을 온갖 목적을 위해 사용할 수 있어야 했다. 필요하다면 사악한 것까지도 포함해서 말이다.

p702 레오나르도보다 40세 이상 어린 프랑수아는 진정한 문예부흥의 아이였다. 프랑수아는 자신의 동년배이자 스파링 상대였던 잉글랜드의 헨리 8세와 마찬가지로 엄청나게 키가 크고 잘생겼으며, 좋은 것과 인본주의의 풍부한 과실에 본능적인 애호를 갖고 있었다

p705 이 모든 부는 어디서 왔을까? 해답은 서방에 있었다. 레오나르도가 죽던 그해에 독일의 판화가이자 화가인 알브레히트 뒤러는 문예부흥기의 스케치와 색칠에 관한 여러 가지 기법과 통찰을 가지고 뉘른베르크로 왔다. 채울 수 없는 호기심을 지닌 여행광이었고, 레오나르도와 다르지 않은 관심 범위와 지적 능력을 갖고 있었다. 그는 이탈리아와 네델란드를 여행하며 회화와 판화, 해부학과 기하학에 관해 많은 것을 배웠다.

p711 소문이 서방에서 돌았기 대문에 메흐메드는 처음으로 콘스탄티노폴리스에 들어가서 자신에게 승리를 허락한 데 대해 무함마드에게 감사를 드렸다. 그리고는 이렇게 덧붙였다. “나는 그분께서, 내가 새 로마를 정복하고 복속시켰듯이 옛 로마를 정복하고 복속시킬 수 있는 수명을 허락해주실 것을 기도합니다”

p728 1492년 1월 2일 동이 트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서른을 갓 넘은 무함마드는 의식 절차에 따라 알함브라를 에스파냐군 장교에게 넘겨준 뒤 말을 타고 그라나다 교외로 나갔다. 그곳에서 그는 페르난도왕 및 이사벨 여왕을 만나 그들에게 도시의 열쇠를 건넸다. 그는 페르난도에게 아라비아어로 이렇게 말했다. “신은 당신을 매우 사랑하십니다. 전하, 이것이 이 천국의 열쇠입니다. 저와 그 안에 있는 사람은 당신의 것입니다”

p735 역사를 꼭 선한 사람이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지금까지 이 책에서 해온 중세사 여행은 그런 경우가 매우 드물다는 사실을 보여주었을 것이다. 따라서 콜롬보에게 어떤 잘못과 결점과 편견(분명히 그의 시대 기준보다는 21세기의 기준과 더 큰 차이를 보일 것이다)이 있더라도 그는 중세 전체를 통틀어 가장 중요한 인물 가운데 하나이며 지금도 그렇게 생각되고 있다. 그리고 그가 카리브해에서 돌아온 순간 그가 인류 역사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는 것은 분명했다.

p739 콩키스타도르는 우월한 기술과 무기를 전개하고 천연두 같은 질병(아메리카 토착민은 이에 대해 저항력이 거의 또는 전혀 없었다)을 가져와 아메리카의 고대 왕국을 쓸어내고 그 대신에 대서양 건너의 자기네 제국을 건설했다.

p745 이 마법이 좋은 것일 뿐만 아니라 반복될 수 있음을 알게 되자 이제 수백 년 뒤에 ‘카레이라 다인디아’(인도 항로)로 알려지게 되는 길으 ㄹ따라 연례 선단이 파견되었다. 포르투갈 선단은 대서양의 무역풍과 인도양의 계절풍 패턴의 이점을 살려 리스본에서 출발해 카부베르드로 가고 서남쪽 브라질로 갔다가 다시 아프리카의 남쪽 끝을 돌아 거기서 인도로 갔다.

p752 구텐베르크는 이것이 너무 힘들다는 것을 알았고, 성인이 된 후 상당한 시간을 사본 제작 혁신을 추구하는 데 들였다. 그가 처음으로 인쇄라는 개념을 생각해 낸 것은 아니었다. 날짜가 박힌 중국의 첫 인쇄 두루마리(금강경리나는 불경 사본이었다)는 868년 목판으로 찍은 것이었고, 금속활자는 한국에서 13세기부터 사용되었다. 그러나 그런 기술은 서방에 알려지지 않았다. 그때까지는 말이다.

p763 면죄부 모든 영혼에 대해 팔 수 있다면 시장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수 있다고 계산한 식스투스는 교황으로서는 처음으로 면죄부를 죽은 자를 대신해 살 수 있다고 공언했다.

p770 루터 스스로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인 듯했다. 현대에 나온 루터의 전집은 100여 권에 달한다. 온갖 종류의 문제가 다 있고, 그가 믿은 것이 신의 인간 사랑에 관한 진실이었음을 꾸미거나 숨기지 않는다는 큰 주제로 묶이는 것이었다. 기성 질서 옹호자를 짜증 나게 하면서 루터의 저작이 거듭거듭 주장한 것은 그가 세속적인 문제가 아니라 신성과 은총에만 관심이 있다는 것이었다.

p785 오랜 경험을 가진 성직자 출신으로 클레멘스 7세라는 이름을 택했다. 클레멘스는 거의 프랑수아만큼이나 카를 5세를 경계했다. 그래서 그는 프랑수아가 제국의 포로였을 때 했던 모든 약속을 공식적으로 면제시켜줬다.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갔다. 클레멘스는 프랑수아가 약속을 지키지 않아도 되게 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교황청이 프랑스와 공식 동맹을 맺겠다고 약속했다.

p791 수녀는 강간당했다. 사제는 제단에서 살해당했다. 교회를 어느 정도까지 훼손해야 하는지를 놓고 에스파냐인과 독일인 사이에 간간이 언쟁이 벌어지기는 했지만, 이는 성직자 자신에게는 아무런 도움이나 위안도 되지 않았다. 그들이 아주 살해되지 않는다 해도 “찢어지고 피 붇은 옷차림으로, 무차별적인 채찍질과 몽둥이질로 온몸에 긁히고 멍든 자국을 드러낸 채” 거리를 방황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p789 10-12장에 나오는 사람들은 역자처럼 ‘중세=암흑시대’관념을 벗어버리지 못한 사람들에게 필요하다. 새로운 기법들을 개발해 상업을 한 단계 올려놓은 상인들,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대학을 만든 학자들, 거대한 역사를 설계하고 지휘한 건설자들이다. 중세는 결코 암흑시대가 아니었고, 그 시기에도 발전은 이루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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