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물멍 : 가만히 바라볼수록 좋은 것들
국립중앙박물관 유물 큐레이션 「아침 행복이 똑똑」 필진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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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기간 : 2025/04/01 -2025/04/05


우연히 알게된 너무나 멋진 책.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만날 수 있는 유물을 사진으로 담고 그 유물에 대해 일반인 또는 학예사들의 단상을 담았다. 

어린 친구들이 국립중앙 박물관을 방문해서 쓴 글과 그림도 실려 있다. 

어린이들의 시각은 창의적이고 다채롭고, 숭고하다. 

나도 어릴 때는 저런 생각을 했었을까? 

한 점 한 점 글과 그림을 보면서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하는 감탄의 연속이다. 

이런 책은 소장해야 한다.

올해의 책으로 손색이 없다. 


p24 자기가 볼 때는 망친 것 같아 보여도, 일단은 좀 기다려보면 좋을 것 같아요. 다른 사람이 봤을 때는 좋을 수도 있으니까요

p32 먼 옛날, 청자 여인모양 촛대를 만든 중국의 장인은 상상조차 못 했을 겁니다. 자신이 만든 이 여인이 뜨거운 불을 드는 대신 차가운 바닷속에서 수백 년을 지내리라는 것과, 일본으로 가는 배를 탔지만 한국의 박물관에 정착하게 되리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p48 거친 붓질 자국이 매력적이지요? 이러한 장식으로 탄생한 자기를 귀얄 분청사기라고 합니다. 무심한 듯한 자유로움과 즉흥적인 붓칠이 우리의 감성을 자극합니다. 조선 전기 장인들이 빚어낸 우연한 아름다움을 느껴보세요.

p60 여러 산천을 유람하던 한 선비의 눈앞에 완벽한 절경이 나타납니다. 웅장한 기암괴석과 귀를 때리는 폭포 소리가 느껴지는 신비로운 곳. 그가 그곳을 잊지 않기 위해 물건을 만든다면 이런 모습일까요? 기운 좋게 솟아오른 산세를 역동적으로 담아낸 이 유물에는 산을 바라보는 선비들의 동경과 감탄, 애정이 담겨 있어요

p136 팔뚝에 보이는 까만 글씨는 무엇일까요? 이 인형 팔은 관청의 문서를 재활용한 것입니다. 당시 이곳 사람들은 종이를 무척 귀하게 여겨, 한 번 쓴 종이도 귀중한 물건의 재료로 삼았습니다

p162 고개를 숙여 울음을 삼키고 있는 신라 여인이 있습니다. 얼굴에 천을 덮은 주검 앞에 내려앉은 깊은 슬픔, 말로 다 하지 못하는 마음을 손으로 꾹꾹 눌러 만든 모습이 보는 이의 가슴을 먹먹하게 합니다. 생동감 넘치는 축제의 장면들처럼 보이는 토우들을 바라보는 동안에는 나도 모르게 그 세상 속으로 빠져듭니다. 그러나 신라의 피에타라고 이름을 붙인 이 여인 앞에서는 아픈 현실을 깨닫습니다

p178 조선시대 청동 밥그릇은 보통 높이 8-9cm, 입지름 15-17cm 정도인데요. 부피로 환산하면 1,700ml 정도입니다. 현대인의 밥 한 공기가 대략 350ml가 된다고 하니 조상님들은 한 끼에 다섯 그릇을 뚝딱 하신 셈이네요

p190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이 찾아오는 날엔 무령왕릉 진묘수 사진을 찾아봅니다. 겉모습은 아담하고 귀엽지만 어둠 속 제일 앞에서 왕릉을 지키던 진묘수. 아직은 아니지만 저도 언젠가 세상에 멋지고 늠름한 모습으로 발견될 날을 상상합니다.

p208 고등학교 1학년 때, 박물관에 와서 이 그림을 실물로 처음 보았을 때의 충격은 잊을 수 없습니다. 기대와 달리, 손바닥 두 개만 한 작은 그림이라 헛웃을 짓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고는 또 한 번 놀랐습니다. 이 작은 화면 속에 이토록 큰 세계가 담겨 있다니요.

p212 이 그림에는 따뜻한 정감과 서정이 담겨 있습니다. 그림을 보다가 눈을 감으면 뺨을 간질이는 바람이 부는 듯하고, 햇빛 한 줄기 그려져 있지 않은데도 얼굴에 햇살이 닿는 것처럼 훈훈함이 느껴집니다.

p226 추성, 가을바람 소리에서 무엇을 느끼시나요? 1805년, 가난과 병으로 고생하던 예순하나의 김홍도에게는 영원한 것은 없다는 섭리가 떠올랐나 봅니다. 화가는 아픈 몸을 일으켜 종이 두 장을 이은 큰 화면에 가을바람에 관한 소회를 노래한 추성부를 표현한 추성부도를 묵묵히 그려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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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클래식 - 눈과 귀로 느끼는 음악가들의 이야기
김호정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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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기간 : 2025/03/28 -2025/03/31


나처럼 막귀는 클래식 음악을 들을 때 좋은 연주자와 평범한 연주자를 구분하지 못한다. 

음정대로 치면 잘치는 연주자일뿐..

평론가들이 연주자들을 평할 때도 들으면서 그런갑다 하는거지 실제로 그런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이 책에서는 평론가들이 말하는 그 잘하는 포인트를 알려준다. 

임윤찬의 연주가 왜 좋은지, 백건우의 연주는 왜 깊이가 있는지, 손열음의 연주는 다른 연주자와 무엇인 다른지를 비교해서 알려주니 더 잘 캐치할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내 귀가 열려서 훌륭한 연주자를 구분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단지 음정에 맞게 힘차게 연주하는 연주자만 대단한 연주자가 아님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한국 연주자들에 대해서 설명하다 보니 더 애정이 간다. 내가 좋아하는 손열음님이나 백건우님 뿐만 아니라 외국의 유명한 연주자도 설명해주니 책읽는 재미가 있었다.

한번 잡으면 계속 읽게 된다. 

올해의 책으로 충분히 꼽을만한 책이다. 

좋았다. 


p5 음악가들이 인간의 감정과 신념을 음악으로 코딩한다면, 저는 디코딩하는 작업을 해본 겁니다. 예를 들어 ‘이 피아니스트의 연주는 왜 이렇게 좋지?’에 대해 조금이라도 궁금해 본 사람들과 이렇게 소통할 수 있으리라 희망했습니다.

p16 이 차이가 오직 속도 때문일까요? 그렇지 않고, 바로 무게 때문입니다. 백건우의 프레스토는 단지 빠르기만 한 것이 아니라 건반의 바닥까지 긁어내려 갈 정도로 묵직하면서 빠릅니다. 근육질의 전력질주죠.

p22 나는 미국으로 가기 전에는 음악이 뭔지, 피아노가 뭔지 모르고 그냥 쳤어. 한마디로 엉터리지. 어려운 곡을 쳤다 해서 최연소다, 최초다 했는데 아무 의미가 없었어요. 그리고 미국으로 가서 이제 가서 이제 공부 시작해야 하는데 한국에서의 경험이 너무 안 좋아서 오히려 피아노하고 거리를 두게 되더라고. 음악은 끌리는데 악기가 두려운 거라.

p28 손열음의 연주 영상을 보면 입으로 뭔가를 중얼중얼거립니다. 주문 거는 거 아니고요. 손으로 치고 있는 음의 계이름을 입으로 부르는 겁니다.

p35 초등학교 시험 때 ‘이것만 맞았으면 네가 1등인데 아쉽지도 않니?’하는 엄마에게 (1등 한) 그 아이는 원래 공부 무지 잘하는 애야. 나랑은 달라라며 도리어 엄마에게 무안을 주었으며, 콩쿠르에서 나보다 총점이 1점 낮게 발표된 친구와 공동 1등이 되었는데오 친한 친구와 상을 나누었다며 오히려 좋아해서 주변 사람들을 김빠지게 만들었던 나였다.

p44 사실 음악은 음악가 자신의 바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피아니스트의 재능을 가장 잘 알아보는 김대진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의 말을 참고할 만합니다. 수많은 제자를 길러본 후 그가 하는 말. “생기 대로 친다”는 명언입니다. 음악가가 가진 성격, 사고 방식, 말투가 음악에 어떻게든 묻어나옵니다.

p50 중요한 점은 재미입니다. 낯선 곡인데도 전혀 지루하지 않습니다. 임윤찬 돌풍의 진원지는 바로 이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듣는 아름다움, 감상하는 기쁨을 넘어서 특별한 재미가 있다는 것 말입니다.

p56 임윤찬의 화음은 균형이 다릅니다. 한 음만 깨끗하게 들리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음도 목소리를 냅니다. 그러다가 내성이라고 부르는, 화음 안쪽의 음표들이 툭툭 튀어나오기도 합니다. 보통은 잘 들리지 않던 것들입니다.

p73 위험 감수자인 임윤찬이 만약 절대 틀리지 말자고 마음먹었다면 안전하게 그렇게 칠 수 있었을 겁니다. 가장 먼 지점의 음이 약간씩 늦게 나오도록 조절하면 됩니다. 새끼손가락이 제자리에 있는지 확인하고, 그때 건반을 누르면 되죠. 뭐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건 임윤찬의 음악이 아니겠죠.

p79 제대로 된 음악가라면 아무 대가를 바라지 않고 매일매일 산을 넘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스물 살의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이렇게 말하더군요. 요즘 그가 넘는 산은 쇼팽의 연습곡 전곡(27곡)입니다.

p83 임윤찬이 7번 연습곡을 설명해 주기 위해 악보를 펼쳤습니다. 거기에는 손가락 번호 같은 기술적인 것은 거의 적혀 있지 않습니다. 악보는 깨끗한 편이었죠. 대신 마치 시의 한 구절 같은 글귀들이 악보 곳곳에서 눈에 띄었습니다. 꿈속에서 사랑했던 여인이 사라지는 것, 슬픔을 체념하고 얼어붙은 마음, 왈칵 쏟아지는 눈물, 점을 하나 딱 찍는 느낌

p91 한 주 전 레슨 때 선생님이 ‘이런 이미지인 것 같다’라고 그러셨어요. 그래서 제가 적고서 다음 레슨 때 그렇게 쳤더니 선생님께서 막 웃으시더라구요. 그건 지난주의 생각인데 왜 그거를 그렇게 연습하냐고. 이렇게 하면 안된다고요. 상상력은 매번 다른 거죠. 그럼에도 전체적인 에튀드마다 이미지는 있는 것 같아요.

p97 항상 20세기 초중반 피아니스들의 에튀드를 더 좋아하더군요. 녹음 기술이 막 시작했을 때의 연주자들이죠. 그때의 피아니스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많이 넣고, 되게 자유로웠다고 생각해요. 깎아놓은 듯한 완벽한 음악에는 매력을 못느껴요? AI가 만든 자연을 보고 아름답다고 하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어요.

p107 피아니스트가 연주하러 나왔는데 난데없이 피아노 조율이라도 하듯 뚱땅거리며 건반의 소리를 내본 장면입니다. 이래도 되나 싶은데요. 말씀드렸듯 지금보다 자유로웠던 그 시대에 종종 있던 일이었습니다.

p118 다음 음악에는 정경화만이 구사하는 독특한 리듬이 나오는데요. 브람스의 협주곡 3악장입니다. 정경화는 시작 부분 첫마디의 16분음표 3개를 한 덩어리처럼 몰아붙여 연주하곤 합니다. 젊은 시절에도 그랬고 최근 연주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불같이 타오르고 물러서지 않는 정경화식 독특한 리듬입니다.

p140 진은숙의 작품은 왜 인기가 많을까요? 어떤 점이 그 음악의 매력이며, 왜 베를린, 뉴욕, LA,런던 같은 곳에서 그에게 새 작품을 위촉하고, 자꾸만 연주하는 걸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처음 들어보는 소리 때문입니다. 진은숙은 독자적 판타지를 위해 수없이 다양한 소리를 만들어냅니다. 피아노, 바이올린 같은 악기에서 새로운 소리가 납니다.

p157 고음을 부를 수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고음에서 어떤 색깔을 내느냐가 중요합니다. 조수미는 뭐니뭐니 해도 플루트입니다. 가벼운 금빛의 이 악기와 똑 닮은 소리를 냅니다.

p162 로마로 온 지 4개월 만에 편지로 이별 통보를 받은 조수미는 독한 마음으로 음악을 다져나가기 시작했다. 조수미는 자신의 책을 비롯해 곳곳에서 K군에게 감사를 표하고는 한다. ‘그와 사랑하면서 나는 인간의 감정이 얼마나 폭발적이고 섬세한지 배웠고, 그와 이별하면서 나는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배웠다. 그와의 사랑은 내 인생의 스승이었다’

p172 연주자 변경이야 흔한 일이지만, 이번엔 경우가 좀 달랐다. 메켈레와 유자 왕은 공인된 연인 사이였는데 최근 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교제 시절, 이들은 각각 소셜미디어를 통해 함께 시간을 보내는 사진을 올렸다.

p178 음악 재능은 음 높이에 대한 정확한 감각 같은 것과 연관되곤 하죠. 하지만 진짜 재능은 애정, 또 몰입하는 힘일 것입니다. 김정아의 스승인 첼리스트 이강호 또한 음악에 대한 관심이 재능이다라고 했습니다.

p183 엄마가 바깥에서 방문을 잠그고 아들,딸의 연습을 시키던 시대는 지나갔다. 잘파(Z+알파) 세대 음악 영재들은 공부도 잘하고, 축구 팀에서도 활약한다.

p192 호로비츠의 조용한 노래가 더욱 매력적이라 생각합니다. 그의 시그니처는 아무래도 콘서트홀의 지붕을 날려버릴 것 같은 충격적인 사운드와 꽉 찬 화음 같은 것이겠지만요. 사실 호로비츠의 진짜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순간은 이런 조용한 노래들에서 나오고는 합니다. 이후의 모든 피아니스트에게 호로비츠만큼 못할 것이라는 공포증을 남긴, 슈만의 어린이 정경중 트로이메라이는 꼭 들어봐야 합니다.

p202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해설이 그의 인기를 한층 높였습니다. “우리는 지금 우리 땅에서 태어나고 교육받고 훈련받은 젊은 지휘자의 첫 무대를 경험했습니다” 미국의 자존심을 우뚝 세워준 음악인인 거죠.

p209 벨리 셀즈는 번스타인이 치욕적인 전향서를 쓰고 무대에 다시 설수 있었다는 사실을 찾아냈다. 또 정치 상황이 바뀌어도 늘 존재했던 위협때문에 번스타인이 작곡가로서 재능을 완성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고 봤다.

p213 사람들은 칼라스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여성을 수집하는 남자에게 기꺼이 수집당했던 디바. 그리고 열일곱 살 많은 오나시스에 대해서는 이렇게 수군댑니다. 칼라스의 명성과 젊을 모두 빨아들이고 떠난, 삐뚤어진 율리시즈라고요.

p235 그는 자신의 장례식이 밝은 분위기에서 치러지길 원했다. 식이 시작될 때 이탈리아 모데나의 휘장을 들고 들어온 이들은 그가 가장 좋아했던 축구팀 유벤투스의 선수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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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잡사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명화에 담긴 은밀하고 사적인 15가지 스캔들
김태진 지음 / 오아시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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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기간 : 2025/03/21 -2025/03/27


미술을 잘 그리지는 못하지만 보는 걸 좋아하게 됐다.

표지에 있는 그림은 내가 인상깊게 본 그림이라 더욱 책을 보고 싶었다. 

제인 그레이의 처형.. 너무나 예쁘고 반듯했던, 그러나 시대를 잘못만나 사형에 처해진 아름다운 소녀, 제인 그레이...

그림과 역사는 결국 같이 갈 수 밖에 없다. 

그림은 그 역사를 왜곡하기도, 때로는 더욱 강렬하게 표현하기도 한다.

그림에 담긴 의미를 알 수 있어서 좋다. 이런 책들은 읽으면 읽을수록 교양이 쌓이는것 같다.

좋았다.. 


p33 헨리 8세는 종교개혁이 왜 거세게 확산되는지 자연스럽게 깨달을 수 있었다. 종교개혁은 돈이 없어 쩔쩔매던 영주들에게 엄청난 돈을 안겨 주는 대박 사업이었던 것이다. 세상만사가 그렇다. 대유행을 하거나 모두가 몰려가는 곳에는 다 돈이 숨어 있다.

p47 이 작품을 선물로 준 어떤 여인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하는데, 그 비밀스러운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대사들 발치에 그려진 어딘가 눌린 듯한 타원형 물체의 정체는 무엇일까?

p61 모든 가문은 바티칸의 정치판에 목숨을 걸었다. 종교적으로 얼마나 존경을 받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추기경을 매수했느냐가 교황 선출을 좌우했는데, 그러다 보니 이 시기를 세속 교황의 시대라 일컫는다.

p74 존 더들리는 분노해 욕을 퍼부었고 제인 그레이는 다시 부모와 대치했다. 정확한 상황을 알 수는 없지만, 그녀가 받았을 엄청난 협박과 회유, 강압을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다. 결국 제인 그레이는 다시 굴복했다. 오랜 진통이 있었지만 여왕의 지위를 수락한다며 고개를 끄덕인 뒤 스스로 여왕의 자리에 올랐다. 1553년 7월 10일, 그녀가 16세이던 해의 일이었다.

p101 정확히 30년 동안 벌어졌는데, 그 시작과 동시에 나라를 빼앗긴 이들은 결국 이 기나긴 전쟁이 끝나고서야 나라를 되찾을 수 있었다. 엘리자베스는 그 감격의 순간을 맞이할 수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프리드리히는 그러지 못했다. 그는 나라를 되찾기 위해 전쟁터를 누비다 전염병으로 갑자기 사망했다. 그때 그의 나이는 겨우 36세였다.

p127 자신을 사랑했다는 이유로 단 한 번도 세상에 기를 펴고 살아 보지 못했던 헨드리케였다. 죽은 뒤에라도 이렇게 자신감 넘치고 위엄이 있는 모습으로 남아야 한다고 렘브란트는 생각했다

p165 1769년 8월 25일, 역사적인 순간이 왔다. 프리드리히 2세와 요제프는 나이세 주교궁에서 만나 환담을 나누었고 그 분위기가 무척이나 화기애애했다고 전해진다. 프리드리히 2세는 요제프와 단둘이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낮에는 프로이센 군의 훈련 과정도 함께 둘러보았고, 저녁에는 오페라 극장에서 흥겨운 코미디도 함께 감상하며 시간을 보냈다.

p174 그녀의 입장이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었지만 어머니인 마리아 테레지아로서는 이런 소식을 들을 때마다 안절부절못하게 되었다. 어떻게든 베르사유 궁정 내에 마음을 붙이고 사람들과도 두루두루 잘 지내야 할 텐데, 저렇게 바깥으로만 도는 왕세자비를 누가 좋게 보겠는가? 무시당한다고 여기는 이들은 자발적인 적이 된다.

p182 수감되어 있던 라모트가 뇌물을 써서 감옥을 탈출한 뒤 런던으로 도망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곳에서 초호화 생활을 하던 라모트는 허영심에 들떠 회고록을 여러 차례 썼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왕비를 모함하는 내용으로 일관했다. 자기는 하수인일뿐 모든 일을 왕비가 시켰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마리 앙투아네트와 프랑스 왕실에 결정적 타격이 되었다.

p220 법적 분쟁에 휘말린 휘슬러는 멀리 칠레로 도피성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오랜 일정이다 보니 그는 자신의 작품 판매권을 포함해 일체의 재산권을 히퍼넌에게 넘겨주었다. 그만큼 그는 히퍼넌을 신뢰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배에 오르는 그의 곁에는 새로 사귄 애인이 있었다.

p237 형을 설득하지 못한 막시밀리안은 빈손으로돌아왔다. 그 뒤로 그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형이 손을 써서 그의 모든 권한을 빼앗았던 것이다. 그가 추진했던 다양한 사업들도 에산 지원이 끊기면서 모두 무산되고 말았다. 막시밀리안으로 인해 그나마 안정을 찾아가던 이 지역의 민심은 완전히 돌아섰다.

p249 역사적으로 이 사건은 아주 간단하게 요약된다. 순진한 황족의 어리석은 욕망이 낳은 비극이라고. 하지만 이 사건이 남기는 여운은 길다. 막시밀리안은 선한 사람이었다. 사람을 믿었고 정성의 가치를 믿었다. 하지만 그는 정치와 권력의 속성을 몰랐다. 그 추악한 세계에서 한 사람의 선의와 정성이라는 건 너무나 쉽게 짓밟힌다. 그 세계에서 순진함은 자신은 물론이고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갈 수 있다.

p282 태어날 때 성이 쉰들러였던 알마는 오스트리아에서 매우 유명한 여인이었다. 그수타프 말러라는 대 작곡가의 아내이기도 했지만, 그녀 스스로가 작곡가였고 화가이자 작가였으며 사교계의 주인공이었다. 그런데 그녀를 최고의 유명 인사로 만든 건 이런 배경과 다재다능함이 아니었다. 그녀는 많은 남자와 염문을 뿌린 희대의 팜 파탈이었다.

p287 자신의 치부를 가리기 위해 그리고 말러와의 결혼 생활에서 자신이 일방적인 피해자였다는 점을 보여 주기 위해 그녀는 말러의 편지를 수정하기도 했고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그래서 지금도 말러 연구자들은 알마가 손을 댄 기록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면서도 그 진위를 의심해야 하는 어려움을 느낀다. 이를 일컬어 알마 문제라고 한다.

p306 실레는 생각이 달랐다. 발리에게 모든 것을 의존하며 살고 있었지만 그녀와 결혼할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는 부유한 아내를 맞아 안정된 삶을 살길 원했다. 발리와 함게 지낸 지 3년이 지난 1914년 12월, 그는 작업실에서 가까운 곳에 살던 두 자매 아델레와 에디트 하름스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들의 가정은 아주 부유하지는 않았지만 중산층이었다.

p313 신은 그가 이 성공을 누릴 시간을 길게 허락하지 않았다. 그해 가을, 스페인 독감이 대유행하면서 당시 임신 6개월이었던 에디트는 고열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그녀를 간호하며 그녀의 마지막 모습을 열심히 스케치했던 실레도 아내가 죽은 뒤 3일 만에 같은 증세로 사망했다. 그때 그의 나이는 28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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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역학의 역사 - 아주 작은 것들에 담긴 가장 거대한 드라마
데이비드 카이저 지음, 조은영 옮김 / 동아시아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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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자역학의 역사

 : 데이비드 카이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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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기간 : 2025/03/14 -2025/03/19


양자역학의 역사라기보다는 양자역학의 큰 변화에 대해 기록한 책이다.

과학에 문외한이라서 내용은 어려웠지만 흥미롭게 읽었다. 

양자역학이라고 해서 원자폭탄 이런 이야기만 있는건 아니고 최근에 양작역학에서 관심가지고 있는 여러 이야기들도 나와 있어 더 재미있었다.

신의입자라고 불리는 힉스라든가, 끈이론 등 읽거나 들어도 이해가 잘 안가는 영역의 이야기도 있지만 이런 연구를 통해 이해할 수 없는 세계를 구경이라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과학책도 자꾸 읽다보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 

노력하는 자에게 신의 축복이 있기를... 


p22 나는 유산을 생산하는 큰 원동력 가운데 하나로서 과학자들이 집필한 교과서에도 특히 관심이 깊은데, 교과서가 과학자들이 어렵게 밝힌 기술과 통찰을 미래로 유출하기 위해 제작된 물건이기에 그렇다.

p37 최근 연구에 따르면, 양자 전기역학으로 계산한 이론적 예측 값은 실험 결괏값과 소수점 11자리까지 일치한다. 오늘날 이론적 계산 값과 실험 데이터에서의 오차는 고작 1조분의 1에 불과하다.

p45 슈레딩거가 활약하던 시절, 닐스 보어와 베르너 하이젠베르크는 그 고양이처럼 이도 저도 아닌 상태야말로 자연의 근본적인 특징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아인슈타인과 같은 이들은 자연이 살았든지 죽었든지 둘 중 하나이지, 둘 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p56 이들은 중성미자 진동, 즉 한 중성미자가 다른 중성미자로 바뀌는 희한한 성질이 있어서 공간을 가로지르는 동안에도 하나의 정체성을 버리고 다른 정체성을 가질 수 있다. 이 사실이 발견되면서 입자의 행동에 대한 표준적인 이론이 크게 확장되었다.

p66 진동의 존재는 당시의 지배적인 이론이 예측한 바대로 질량이 있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그 질량의 기원과 성격은 물리학에서 여전히 탐구 중인 주요 과제다.

p71 양자역학에서 가장 기이한 것은 슈뢰딩거가 얽힘이라고 이름 붙인 현상이다. 양자역학의 방정식은 특정한 상황에서 한 아원자 입자의 행동이 말 그대로 다른 아원자 입자의 행동에 완전히 얽매여 있음을 함축한다. 얽혀 있는 두 입자가 서로 방의 반대편에 있든 지구 반대편에 있든, 아니면 지구와 안드로메다은하의 거리만큼 떨어져 있든 상관없다.

p100 핵무기가 물리학자들에 의해 만들어졌다면, 물리학자들에게는 그런 폭탄을 만드는 원자의 비밀에 접근할 특별 권한이 주어지므로 이 집단의 충성도는 누구보다 엄중히 따져야 한다는 논리였다.

p110 폰 노이만은 1930년대에 튜링이 근처 프린스턴대학교에서 학위 논문을 쓰는 동안 고등연구소에서 일하면서 튜링과 교류했으며, 전쟁 중에는 직접 펜실베이니아대학교에 가서 에니악에 대해 상의한 적도 있다. 사실 에니악의 원래 임무는 육군 탄도 실험에 필요한 포병의 사표를 계산하는 것이었지만, 폰 노이만은 로스앨러모스에서 핵무기 설계에 필요한 계산을 수행하도록 프로젝트의 방향을 바꾸는 데 일조했다.

p120 오펜하이머와같은 전설적인 강사들이 적은 수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어려운 개념을 풀어나가는 도전을 즐겼다면, 전쟁 후의 강사들은 학생들을 빼곡히 채운 강의실에서 양자 역학을 원자 세계의 숙련된 계산기로서 가르치는 것으로 목표가 점차 바뀌었다

p124 1940년대 후반까지 스탠퍼드와 버클리, 시카고와 펜실베이니아, 컬럼비아, MIT등의 박사학위 자격시험에서 흔히 광범위하게 논술형으로 출제되면 해석의 문제는 1950년대 중반에 이르러 표준적인 계산 문제로 대체되었다.

p143 새로운 시도에서 가능성을 본 카프라는 출판사에 문을 두드렸다. 12번의 거절 끝에 런던에 있는 한 작은 출판사가 도박에 나섰고, 비록 얼마 안 되지만 그가 오랜 시간 그토록 갈구한 선인세를 받고 책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p145 기막힌 타이밍도 한몫했다. 뉴에이지가 만개한 1970년대 중반은 현대 물리학과 동양사상과 같은 책이 등장하기 위한 조건이 제대로 무르익은 상태였다. 카프라의 책은 세속의 인간사를 초월하는 우주의 의미를 발견하고자 하는 널리 공유된 열망을 잘 활용했다.

p178 힉스 보손은 신의 입자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나는 왜 힉스 입자를 두고 다른 물질보다 더 신성하다는 듯이 말하는지 잘 모르겠는데, 수십 년 동안 입자 가속기의 규모를 점점 더 키우는 데 주요한 구실을 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보다는 10억 달러짜리 보손이라는 기술적인 별명이 더 어울릴 듯 하다.

p188 입자우주론은 최근 크게 번창하고 있다. 이 분야는 우주에서 가장 작은 단위의 물질들과 그 물질들이 우주 전체의 모양과 운명을 결정하는 역할을 연구한다.

p197 두 개념이 하위 분야에서 모두 저명한 논문이 되었음에도, 1970년대 이전에는 누구도 브랜스-디키의 장과 힉스의 장이 물리적으로 유사하다고 판단하거나, 심지어 두 논문을 나란히 놓고 들여다볼 생각도 하지 못했다는 말이다.

p226 아인슈타인이 설명하기로 시간과 공간은 트램펄린처럼 출렁거린다. 물질과 에너지 분포에 반응해 구부러지나 늘어지며, 그 뒤틀림은 다시 물체의 움직임에 영향을 주어 좁은 직선 경로에서 벗어나게 한다.

p241 그가 연속으로 발표한 간결한 논문들에서, 프리드만은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이 미세한 점 하나에서 초대형 은하의 규모로 확장해 간 우주의 진화까지 설명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프리드만이 보여주기로는, 우주는 어느 순간 확장을 멈추고 자기 자신 안에서 무너져 내릴 수도 있었다.

p251 끈 이론은 알려진 입자들 사이에서 초대칭이라는 아직 탐지된 적 없는 대칭을 요구한다. 게다가 이 이론은 우리가 살고 있든 듯한 4차원(길이, 너비, 높이의 3차원 공간에 1차원 시간)이 아닌 10차원의 시공간에서만 정식화된다. 적어도 어떤 비평가들에 따르면, 최악은 끈 이론이(적어도 아직은) 서로 구분할 방법이 없는 수없이 많은 우주들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사실상 끈 이로은 모든 것의 이론에서 아무것이나의 이론이 되어버렸다.

p257 서스킨드의 큰 풍경에 흩어져 있는 섬 우주들과 아주 비슷하게, 오늘날의 창조설자들 역시 자신들만의 평행 우주를 개척해 왔다. 이들의 책 대부분은 아마존에서의 순위가 내 책보다 훨씬 더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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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힘 - 기후는 어떻게 인류와 한반도 문명을 만들었는가?
박정재 지음 / 바다출판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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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후의 힘

 : 박정재

 : 바다출판사

읽은기간 : 2025/03/07 -2025/03/13


기후로 읽는 빅히스토리라고나 할까?

기후가 인류에게 미치는 영향을 때로는 소설처럼, 때로는 다큐멘터리처럼 써나가는 책이다.

우리나라 사람이 써서 한반도와 관련된 내용이 꾸준히 소개되어 더욱 흥미로웠다. 

사실 한반도는 세계 역사에서 눈여겨볼 만한 내용이 별로 없어서 주목받지 못했는데 한국인 작가가 쓰니 중국과 일본과는다른 한반도의 독특한 내용이 많이 실려있어서 좋았다. 

과거의 인류는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몰랐을테고, 결국 적응하기 위해 떠나거나 그 자리에서 죽을수 밖에 없지만 우리는 그보다는 더 똑똑하게 행동해야 한다. 

그러나 기후위기를 무시하고 화석연료를 마구 내뿜는 미치광이 트럼프와 윤석열이 있는 사회에 사는건 불행이다. 

똑똑하기엔 우리 사피엔스들은 너무 무지한 것 같다. 

재미있게 읽었다. 


p19 중앙아프리카 차드에서 화석이 발견된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와 동아프리카 케냐에서 확인된 오로린 투게넨시스는 고인류 학계에서 최초의 인류 후보로 꼽는다

p31 최근의 유전자 연구에 따르면, 한국인은 남중국인과 유전적 구성 측면에서 상당히 유사한 편이며 베느탐인과도 유전체를 공유한다. 양쯔강 하류의 벼농경민이 해안을 따라 남북으로 이동하면서 북쪽으로는 한반도, 남쪽으로는 베트남에 정착한 결과이다.

p41 선사 시대 연구의 성패는 추정한 연대의 정확성 여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대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써내려가는 연구 결과는 소설이라고 논박을 당해도 마땅히 대응할 방법이 없다. 진리를 탐구하는 학자라면 정확한 연대에 기반에 객관성을 최우선으로 놓고 연구에 임하는 것이 옳은 자세일 것이다.

p68 언제가 될 지 모르겠으나 앞으로 재탄생하게 될 하논 분화구가 생태계 복원의 훌륭한 본보기가 되길 희망해본다. 어쨋든 하논 분화구에 야구장을 건설하려던 시도가 우스꽝스러운 해프닝으로 끝난 것은 다행이다. 세계적으로 웃음거리가 될 뻔했다.

p82 그의 논리에 따르면, 빙기에 고지대로 쫓겨난 동식물은 각 피난처에서 12만년 이상 고립된 상태로 진화를 거듭하다가 결국 다른 종으로 분화했다. 따뜻하고 습한 간빙기가 도래할 때마다 (이미 크게 달라진) 고지대의 동식물은 저지대로 확산하며 조우했는데, 이때 다양한 잡종이 만들어지면서 종 다양성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것이다.

p103 인간이 농경을 시작하게 된 경위 또한 영거드라이아스 시기의 급속한 기후변화에서 찾는 학자들이 있다. 그들의 가설은 보통 다음과 같다. 뵐링-알레뢰드 시기에 기후가 온난해지면서 주변에 먹을 것이 풍부해졌다. 특히 대기중 이산화탄소량의 증가는 식물의 성장과 확산에 큰 도움이 되었다. 수렵,채집민은 굳이 돌아다니지 않고 한곳에 정주하면서도 충분히 먹고살 수 있게 되었으며, 그에 따라 인구도 빠르게 증가하였다.

p133 대형 포유류는 기후와 식생의 변화로 생존에 어려움을 겪던 상황에서 인간에게 마지막 일격을 받아 멸종했다고 보낟.

p146 스탈린 비밀경찰은 모국의 농업발전을 위해 오지 여행도 마다하지 않던 그에게 반역죄의 누명을 씌워 투옥했다. 바빌로프는 3년간 감옥에서 고문을 받다 60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는데, 조국에 대한 기여에 걸맞지 않은 최후였다. 바빌로프가 죽은 후 소련의 농업과 유전학은 크게 후퇴했고 러시아는 여전히 그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p175 지구 온난화가 지속되면 한랭기가 찾아올 수도 있다는 일견 모순적인 가설이 영화로 제작될 만큼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있었던 이유는 북대서양의 자오선 역전순환 변화가 과거 지구 기후를 조절한 중요 요인 중 하나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p179 비금도의 꽃가루 자료에서는 8200년 전을 전후로 매우 뚜렷한 식생 변화가 관찰된다. 참나무를 비롯한 수목들의 비율이 급격히 감소하는 반면, 이끼나 양치류 같은 포자식물의 비율이 빠르게 증가하는 모습이 나타난 것이다. 이러한 식생 변화는 단기간에 기후가 춥고 건조해졌음을 나타낸다.

p211 홀로세 후기에는 주로 적도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 변화가 지구기후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최근의 중론임을 고려할 때, 4.2ka 이벤트는 북대서양 해수 순환의 교란보다는 엘니뇨 남방진동의 강화가 중요한 발생 요인이었음을 시사한다. 여하드튼 이 시기의 가뭄은 한반도뿐 아니라 당시 번영하던 북반구의 여러 고대 사회에 큰 피해를 입혔다. 특히 중동, 인도, 이집트의 사례는 고고학계에 잘 알려져 있다.

p219 집약적 벼농경의 시작과 그에 따른 인구 증가는 2800년 전에 절정에 이르렀던 송국리 문화와 깊은 관련이 있다. 송국리 문화는 우리나라 선사 시대의 대표적인 문명으로 대략 3000년 전부터 집약적인 수도작을 기반으로 성장해 충청 이남의 광범위한 지역에 영향을 미쳤다.

p231 중세 온난기는 전 지구적인 현상이 아니라 국지적인 현상이었다. 기온의 상승은 주로 북유럽을 중심으로 나타난 현상으로, 오히려 기온이 하강한 지역도 존재했다. 아시아의 경우, 기온보다는 강수량의 변화가 주된 기후 변화였다.

p235 에릭은 모험 정신이 투철한 탐험가였다. 에릭의 기질을 이어받은 맏아들 레이프 에릭손은 광대한 그린란드를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는지 아메리카 대륙까지 탐험을 한다. 그는 지금의 캐나다 뉴펀들랜드섬에 도착한 것으로 추정된다.

p241 1816년의 밀 가격은 전례 없는 상승폭을 기록했다. 인도네시아의 탐보라 화산이 폭발한 해가 1815년이므로 그다음 해에 밀 가격이 폭등한 것이다. 지난 1000년 동안 지구의 기후 변화를 주도한 요인은 태양 활동과 화산 폭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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