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물멍 : 가만히 바라볼수록 좋은 것들
국립중앙박물관 유물 큐레이션 「아침 행복이 똑똑」 필진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유물멍

 : 국립중앙박물관

 : 세종서적

읽은기간 : 2025/04/01 -2025/04/05


우연히 알게된 너무나 멋진 책.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만날 수 있는 유물을 사진으로 담고 그 유물에 대해 일반인 또는 학예사들의 단상을 담았다. 

어린 친구들이 국립중앙 박물관을 방문해서 쓴 글과 그림도 실려 있다. 

어린이들의 시각은 창의적이고 다채롭고, 숭고하다. 

나도 어릴 때는 저런 생각을 했었을까? 

한 점 한 점 글과 그림을 보면서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하는 감탄의 연속이다. 

이런 책은 소장해야 한다.

올해의 책으로 손색이 없다. 


p24 자기가 볼 때는 망친 것 같아 보여도, 일단은 좀 기다려보면 좋을 것 같아요. 다른 사람이 봤을 때는 좋을 수도 있으니까요

p32 먼 옛날, 청자 여인모양 촛대를 만든 중국의 장인은 상상조차 못 했을 겁니다. 자신이 만든 이 여인이 뜨거운 불을 드는 대신 차가운 바닷속에서 수백 년을 지내리라는 것과, 일본으로 가는 배를 탔지만 한국의 박물관에 정착하게 되리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p48 거친 붓질 자국이 매력적이지요? 이러한 장식으로 탄생한 자기를 귀얄 분청사기라고 합니다. 무심한 듯한 자유로움과 즉흥적인 붓칠이 우리의 감성을 자극합니다. 조선 전기 장인들이 빚어낸 우연한 아름다움을 느껴보세요.

p60 여러 산천을 유람하던 한 선비의 눈앞에 완벽한 절경이 나타납니다. 웅장한 기암괴석과 귀를 때리는 폭포 소리가 느껴지는 신비로운 곳. 그가 그곳을 잊지 않기 위해 물건을 만든다면 이런 모습일까요? 기운 좋게 솟아오른 산세를 역동적으로 담아낸 이 유물에는 산을 바라보는 선비들의 동경과 감탄, 애정이 담겨 있어요

p136 팔뚝에 보이는 까만 글씨는 무엇일까요? 이 인형 팔은 관청의 문서를 재활용한 것입니다. 당시 이곳 사람들은 종이를 무척 귀하게 여겨, 한 번 쓴 종이도 귀중한 물건의 재료로 삼았습니다

p162 고개를 숙여 울음을 삼키고 있는 신라 여인이 있습니다. 얼굴에 천을 덮은 주검 앞에 내려앉은 깊은 슬픔, 말로 다 하지 못하는 마음을 손으로 꾹꾹 눌러 만든 모습이 보는 이의 가슴을 먹먹하게 합니다. 생동감 넘치는 축제의 장면들처럼 보이는 토우들을 바라보는 동안에는 나도 모르게 그 세상 속으로 빠져듭니다. 그러나 신라의 피에타라고 이름을 붙인 이 여인 앞에서는 아픈 현실을 깨닫습니다

p178 조선시대 청동 밥그릇은 보통 높이 8-9cm, 입지름 15-17cm 정도인데요. 부피로 환산하면 1,700ml 정도입니다. 현대인의 밥 한 공기가 대략 350ml가 된다고 하니 조상님들은 한 끼에 다섯 그릇을 뚝딱 하신 셈이네요

p190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이 찾아오는 날엔 무령왕릉 진묘수 사진을 찾아봅니다. 겉모습은 아담하고 귀엽지만 어둠 속 제일 앞에서 왕릉을 지키던 진묘수. 아직은 아니지만 저도 언젠가 세상에 멋지고 늠름한 모습으로 발견될 날을 상상합니다.

p208 고등학교 1학년 때, 박물관에 와서 이 그림을 실물로 처음 보았을 때의 충격은 잊을 수 없습니다. 기대와 달리, 손바닥 두 개만 한 작은 그림이라 헛웃을 짓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고는 또 한 번 놀랐습니다. 이 작은 화면 속에 이토록 큰 세계가 담겨 있다니요.

p212 이 그림에는 따뜻한 정감과 서정이 담겨 있습니다. 그림을 보다가 눈을 감으면 뺨을 간질이는 바람이 부는 듯하고, 햇빛 한 줄기 그려져 있지 않은데도 얼굴에 햇살이 닿는 것처럼 훈훈함이 느껴집니다.

p226 추성, 가을바람 소리에서 무엇을 느끼시나요? 1805년, 가난과 병으로 고생하던 예순하나의 김홍도에게는 영원한 것은 없다는 섭리가 떠올랐나 봅니다. 화가는 아픈 몸을 일으켜 종이 두 장을 이은 큰 화면에 가을바람에 관한 소회를 노래한 추성부를 표현한 추성부도를 묵묵히 그려내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