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운명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생각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그의 운명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생각

 : 유시민

 : 생각의 길

읽은기간 : 2024/12/09 -2024/12/12


도서관에서 예약을 걸어놓고 있던 책인데 게엄령 시기와 맞춰 시의적절하게 책을 일게 됐다. 

무도하고 잔인한 그의 공직에 대한 결말을 예견하는 책이다. 

사실 누구나 알고 있지 않았을까? 무식하고 무능력하다는 것을..

무엇을 하든 우리나라를 힘써 망가뜨리는 데 최선을 다한 정권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로서는 아주 불행한 시기다. 

몰랐던 것이 아니라 누구를 탓하기도 어렵다. 

결국 그는 탄핵을 받아 물러나겠지. 그리고 내란범으로 사형을 당하겠지. 

국민에게 총을 들이댄 자의 최후가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주길 빈다.

책에서는 몇 가지 퇴로정책이 있지만 그가 누군가? 

절대 남의 말을 듣지 않는 사람 아닌가. 지옥에나 가길 빈다. 


p21 플라톤의 잘못은 의미 없는 질문을 한 것이다.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미덕인지 아는 철학자가 과연 존재하는 지는 따지지 말자. 문제는 그런 사람이 있다고 해도 권력을 쥐어줄 방법이 없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이다.

p89 용핵관들은 언론이 24시간 정부 욕만 한다고 불만을 표시했찌만, 조중동 사람들은 스스로를 국힘당의 두뇌이자 총선 사령관으로 여긴다.

p94 언론 엘리트는 신문사나 방송사에 고용되지 않고 활동하는 저널리스트를 저널리스트로 인정하지 않는다. 여러 해동안 우리 국민은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를 손석희 앵커 다음으로 영향력 있는 언론인으로 손꼽았다. 그러나 언론 엘리트는 김어준을 유튜버라고 한다.

p96 기자는 사회에 책임을 느끼는 지식인이 아니다. 민중을 위해 싸우는 투사도 아니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이 많아서 기자는 사는게 괴롭다. 월급을 받고 상사의 지시에 따라 일하는 회사원일 뿐인데 비리를 폭로하고 불의에 항거하며 인권과 정의를 위해 싸우라고 하니 난처하기 이를 데 없다.

p118 내가 문재인과 이재명을 비난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사실이 아닌 주장을 해도 된다. 논리의 앞뒤가 맞지 않아도 상관없다. 유시민이 문재인과 이재명을 욕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p122 김어준은 편파적이다. 하지만 편파적이 되는 과정은 공정하다. 사실을 토대로 논리의 규칙에 따라 무엇이 뉴스인지 결정한다. 저널리즘 규범을 모두 거부한 것은 아니다. 어떤 것은 언론보다 더 철저하게 준수한다. 김어준은 편향되었다는 비난을 기꺼이 감수하면서 세상의 균형을 이루는 데 기여했다.

p137 대통령 주재 공개회의는 정보를 나누고 생각을 모으는 곳이 아니다. 대통령의 참모와 공무원들이 만든 정책을 국민에게 알리는 언론 이벤트다

p151 생각과 판단과 스타일과 정치성향이 제각각인 기자와 피디들이 서로 견제하고 타협하면서 균형을 지켰다. 그래서 뉴스와 다큐가 내 마음에는 들지 않았다. 하지만 나만 불만이 있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p153 최근 박민의 KBS는 보도 부문에서 TV조선과 치열하게 경쟁한다. 그렇지만 여당 의석이 적어 법을 고칠 수 없기 때문에 공영방송을 민영화하지 못한다. 그래서 관영방송으로 만드는 차선책을 쓴다.

p165 취임사에서 비판했던 반지성주의 행동을 자신이 한다. 설마 알면서 그렇게 하겠는가. 몰라서 그러는 게다. 모르면 말과 행동이 상충할 수 있다. 그것 말고는 해석할 길이 없다. 그는 반지성주의자가 아니라 무지성이다.

p168 자기 자신의 생각과 감저을 직시하는 능력 또는 자신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분하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자신의 지적 수준과 능력을 과소평가했따. 이것을 더닝-크루거 효과라고 한다. 이 현상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포스트 트루스를 참고하시라

p174 적국을 상대로 정보를 수집할 때 수단 방법을 가릴 필요가 없다는 것을 누구나 인정한다. 그러나 동맹국에 대해서는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 대답은 분명하다. 적국이든 동맹국이든 도청할 수 있으면 한다.

p176 사대는 생존의 방편일 뿐이다. 부끄럽게 여길 필요는 없다. 통일 신라 이후 우리가 사대를 하지 않은 적은 없었다. 어떤 중국인은 조선을 명과 청의 속국이었다고 하지만 우리는 생존의 방편으로 사대를 했지 마음으로 굴복하지는 않았따. 미국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p187 헌법이나 특정한 이념에, 충성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자신이 속한 집단의 가장 높은 곳에 오르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수 있다. 이렇게 해석하면 윤석열의 인생을 일관성 있게 설명할 수 있다. 사법시험을 아홉 번 본 것은 어떤 가치를 이루기 위함이 아니라 오로지 검사가 되기 위해서였다.

p190 나이든 김문수는 휴일 서울 도심의 태극기 집회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극우 노인이었다. 국회의원과 도지사 경력을 내세우면서 극언의 망언을 내뱉었지만 세상에 해를 끼칠 위험은 없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을 하필이면 사회적 대화와 타협을 도모해야 할 경사노위위원장 자리에 앉힌 게 잘못이었다.

p197 정치인은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정치를 위해 사는 사람과 정치로 먹고사는 사람이다. 독일 사회학자 막스 베버가 1920년 출간한 직업으로서의 정치에서 사용한 부류법이다.

p208 정의당은 심상정이 빈약한 득표율로 낙선했고 비례득표율도 2.14퍼센트에 그처 국회밖으로 밀려났다. 도덕적 위기의 시대에 중립을 지킨 행위를 유권자가 응징한 것이다.

p238 민주당은 야당이다. 당원들은 윤석열과 잘 싸우는 정치인을 도구로 선택했다. 의석수는 4년 전과 비슷하지만 국회의원들의 전투력은 훨씬 강해졌다.

p242 언론이 세대 대표로 간택한 청년들은 재벌언론과 족벌언론과 건설사언론이 보도하는 사실과 그 사실을 해석하는 논리를 받아들여 그들이 원하는 인터뷰를 하고 그들이 칭찬하는 칼럼을 기고한다.

p252 국힘당은 총선을 앞두고 동네마다 야당을 비난하는 현수막을 걸었다. 하나같이 화를 내는 문장이었다. 당선자 시절부터 윤석열이 격노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왔다. 지금도 여전하다.

p270 2천여 년 전 사마천은 사기의 백이숙제열전에서 하늘의 도라는 게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백이숙제와 같은 사람은 인과 덕을 쌓고 청렴 고결하게 살다가 굶어 죽었다. 그러나 도적은 죄 없는 사람들을 죽이고 사람의 간을 회치는 등 도당을 모아 천하를 더렵혔는데도 천수를 누렸다. 나는 의심한다. 하늘의 도는 과연 있는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화가가 사랑한 밤 - 명화에 담긴 101가지 밤 이야기 화가가 사랑한 시리즈
정우철 지음 / 오후의서재 / 202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화가가 사랑한 밤

 : 정우철

 : 오후의 서재

읽은기간 : 2024/12/08 -2024/12/08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그림을 설명하는 정우철 님의 시리즈...

내용이 어렵지 않고 많은 그림을 볼 수 있어서 쉽게 읽고 넘긴다.

그렇지만 그림은 내용을 읽는 것보다는 느끼고 생각해야 하는 장르같다.

한번 쭉 읽었지만 그림은 좀 더 멈춰 서서 봐야할 것 같다.

역시 미술관에서 멈춰서서 봐야 그 맛이 더 나는 것 같다. 

가보고 싶은 장소가 점점 넓어진다. 

세상은 넓고 갈 곳은 많다. 


p18 달빛에 비친 풍경은 루벤스의 마지막 시기를 로맨틱하게 담아낸 걸작입니다. 이미 부와 명예를 얻은 루벤스는 말년에 자연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엔트워프 외곽의 시골 저택에서 자신만의 즐거움을 위한 그림을 그리며 평온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p28 그는 생전에 세상에 가치를 전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림을 통해 사람들에게 세상의 아름다움을 전하고자 했죠. 그의 바람은 결국 사후에 이루어졌습니다.

p72 그의 예술은 독창성과 깊이, 그리고 체코의 문화와 정체성을 담아내 더욱 빛을 발했습니다. 무하는 작품을 통해 체코 역사와 민족적 자긍심을 표현하며 예술적 혁신을 이끌어냈습니다. 이러한 면모는 그를 단순한 상업 예술가가 아닌, 진정한 거장으로 만들어줬습니다.

p102 예술가 부부는 가구도 직접 디자인해서 제작하며 가족의 따스한 보금자리를 만들었는데요. 그의 그림 속 인테리어에 영감을 받아 탄생한 브랜드가 바로 이케아라는 걸 아시나요? 한 화가가 세상에 주는 영향력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p139 꿈을 꾸던 화가의 끝은 참으로 창대했습니다. 그의 상상력은 후대에 등장하는, 꿈을 그리는 초현실주의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1924년에 초현실주의 선언을 발표한 작가들은 쟁쟁한 예술가들을 제치고, 루소를 초현실주의의 아버지로 지목했습니다. 이는 루소가 시대를 앞선 위대한 화가였다는 사실을 인정받는 순간이었습니다.

p160 호안 미로는 고야, 달리, 피카소의 계보를 잇는 스페인의 초현실주의 화가입니다. 2022년 그의 전시 해설을 진행했을 때가 떠오릅니다. 처음 전시장에 들어선 관람객들은 그의 이름처럼 미로에 빠진 얼굴이었습니다. 알아볼 수 없는 형태들, 어린아이가 낙서한 것 같은 색채까지, 하지만 점점 아이처럼 웃으며 감상하는 관람객들의 모습을 보며 미로의 의도가 성공했다고 생각했습니다.

p169 그의 그림 속 단골 주제는 푸른 밤하늘과 꽃, 그리고 연인이 되었습니다. 그림 속엔 어느 마을의 모습이 종종 보이는데요. 벨라를 만난 고향, 비테프스크입니다. 벨라를 마주한 다리도 보이네요. 생전에 왜 이렇게 꽃다발을 많이 그리냐는 질문에 “사랑하는 사람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꽃다발이었다”라고 대답한 것이 참 로맨틱합니다.

p173 말로 할 수 있다면 그림을 그릴 이유가 없다. -에드워드 호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임진왜란 : 상 - 그러나 이순신이 있었다 임용한의 시간순삭 전쟁사 3
임용한.조현영 지음 / 레드리버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임진왜란-상

 : 임용한

 : 레드리버

읽은기간 : 2024/11/30 -2024/12/06


믿고보는 작가님 가운데 한 분...

전쟁사 토크멘터리에서 봤는데 그 거대한 전쟁 담론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재주가 뛰어났다. 

설명이 쉽다고 깊이가 없는게 아니다. 거대한 담론을 이렇게 정리해서 알기 쉽게 말하려면 얼마나 내공이 쌓여야 하는걸까?

이번에는 임진왜란이다.. 기적이라고 할 수 밖에 없는 조선의 수군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선조가 나름 똑똑하고 능력있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변방의 이순신을 수군으로 보내 장수가 되게 했다는 것만으로도 선조는 꽤 뛰어난 왕이었던 것 같다.

문제는 의심병.. 어쩔수 없는 측면도 있다. 전쟁에 패한 왕과 싸우면 이기는 능력있는 장수가 있는데 백성들이 누구를 지지할까? 

더구나 강력한 군대를 가지고 있는 인기있는 장군이니 당연히 견제를 했을것..

그런 악조건에서 승리를 이끌어낸 이순신이라는 장군이 더 대단해보인다.

하권도 있는 것 같은데 기대가 되는 책이다. 


p29 1591년에 조선이 일본의 침공 의도를 몰랐거나 전쟁 준비를 소홀히 했다는 건 잘못 알려진 사실이다. 도요토미가 에둘러 말했지만, 그는 서신으로 사실상 선전포고를 했다.

p37 편제를 마치면 사열과 활쏘기 훈련을 진행한다. 급박한 때에 무슨 사열이냐 싶지만, 병사들을 전선에 내보내 적과 죽음과 마주하게 하려면 먼저 지휘관, 동료, 군에 대한 신뢰가 확보되어야 한다.

p46 이때(후에도 또 이런 적이 있다) 이순신의 행동을 신중함으로만 해석하는 건 껍데기만 보는 것이다. 이순신을 이순신으로 만든 미덕은 맹목적인 신중함이 아니라, 전쟁의 생리와 병사의 심리에 대한 깊고도 정확한 이해였다.

p84 이때 각 배에 어떤 방법으로 신호를 보냈는지는 알 수 없다. 목소리가 들릴만큼 가까이 붙어서 항해하면서 소리로 전달했을까? 현선을 전령처럼 사용했을까? 우리의 전사 기록은 이런 상세한 부분의 묘사가 너무 소홀해서 안타깝다.

p111 2층설과 3층설은 당대의 논쟁이 아니고 후대 학자들의 논쟁이다. 2층이든 3층이든 거북선은 성공적으로 운용되었다. 우리가 확실히 알 수 있는 진실은 무적의 거북선을 위해 거북선 승무원들은 마치 유보트 승무원들처럼 그 어떤 배보다 힘든 고통을 겪어야 했다는 사실이다.

p138 조선군은 바로 전투에 돌입했다. 당항포 전투는 조선 수군의 전술 능력이 교과서적으로 발휘된 전투였다. 거북선이 돌격해서 적을 동요시키고, 총탄을 맞으며 대응 사격을 한다. 그 뒤로 탄옥선이 들어가 팀별로 사냥감을 잡는다. 화포와 화살 공격으로 제압사격을 하며 적함에 접근한다. 화공으로 태우기도 하지만, 적병이 사격에 거의 쓰러지거나 배를 포기하고 도주하면 승선해서 나포한다. 승선해서 잔존병력을 죽이고, 포로를 구하고, 전리품을 거두고 불태운다.

p155 일본군의 위기는 승리의 정점을 찍은 것처럼 보이던 5월에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핵심은 이순신의 보급로 차단으로 인한 군량 문제였다. 그렇다면 결론도 간단해지는데, 호남을 정복해야 안정적인 식량 생산지와 군량 수송로를 확보할 수 있었다.

p195 안골포에서 매복하지 않은 것은 이런 신뢰를 위한 결단이다. 하지만 이런 전장의 리더십과 고뇌를 조정 관료들이 납득할 리 만무했다. 매복하지 않은 이유를 대면 비겁하다고 닦달을 해댈 것이다. 그래서 이순신의 장계는 상세한 설명을 생력하고 필요한 말만 남긴 것이다.

p231 자신들이 선발하고 녹봉을 주며 길러 낸 무장들이 얼마 안 되는 일본군도 상대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초야에서 일어난 의병이 일본군을 곧 섬멸할 수 있다는 황당한 기대를 품었던 것이다. 이 인식은 조선의 문관들이 전쟁에 대해 얼마나 문외한이며 그동안 국방, 군사정책을 얼마나 엉망으로 짜 왔는지, 그들이 시행해 온 관리 등용책이 얼마나 신뢰할 수 없는 수준이었는지 자인하는 격이었지만, 또 그런 반성은 입 밖에 내지 않았다.

p249 이순신은 기가 막혔다. 전쟁이 나기 전에는 제대로 된 도움은 안주고 훼방만 놓다가, 막상 전쟁이 터지자 아무것도 못 하던 인간들이 뭐가 좀 된다 싶으니 다시 입을 열어 쓸데없는 짓을 하기 시작했다. 선조의 자애로운 명령이 떨어지자 갑자기 병력의 반 이상이 사라졌다.

p251 유가의 정치사상은 훌륭한 내용도 많지만 유독 군비와 전쟁에서는 판타지를 만든다. 그 판타지의 정수가 도덕과 정의감으로 무장한 백성의 궐기다.

p286 그럼에도 선조는 자신의 자리를 위협할 수 있는 만의 하나의 가능성도 용납할 수 없었다. 리더의 자질로 보면 심각한 결격사유고, 한심하고 졸장부 같은 행동이다. 그러나 상관없었다. 평소에 선조는 똑똑하고 판단력 빠르고 상대를 배려할 줄도 아는 꽤 훌륭한 리더십을 보이는 군주였지만, 자신의 이해관계가 걸리면 자신의 모든 장점을 잃고 돌변했다.

p361 362 뛰어난 관료이자 온화한 인품과 덕으로 유명했던 이원익은 인조, 광해군대에 영의정까지 역임한다. 조선시대에 명재상 리스트를 만든다면 반드시 들어갈 사람이 이원익이다

p377 난중잡록에는 가토가 섬에 갇혀 있다고 요시라가 이순신에게 직접 통지했는데, 이순신이 듣지 않아서 가토를 놓쳤다고 했다. 난중잡록은 요시라와 고니시도 혼동하고 있는데, 전쟁 중에 도는 가짜뉴스가 이렇게 무섭다.

p401 원균은 사퇴하지 않았고, 선조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책임회피 근성이 발동한 선조는 승정원에 쪽지를 보내 원균의 보고서를 반드시 역사에 상세하게 기록해 두라는 명령만 내렸다. 책임감을 잃은 2명의 리더가 조선의 장병과 백성을 사지로 몰아가고 있었다

p424 18일 칠천량해전 소식이 전해지자 권율은 선조에게 이순신 복직을 청하는 상소를 올리고, 선조의 답변을 기다리지도 않고 바로 이순신에게 달려왔다. 난감하고 절망적인 상황에 이순신은 명장다운 간결한 대답을 내놓았다. “제가 가서 직접 보고 대책을 구상하겠습니다”

p426 선조의 이순신에 대한 과도한 견제와 이기적인 고집은 조선 수군의 전멸만이 아니라 그동안 적의 침략을 면했던 경상우도 지역과 순천, 남원 등 전라남부 지역에 끔찍한 피해를 초래했다.

p442 더 신속했더라면 좋았겠지만, 안위나 김응함은 훌륭한 전사였다. 아무튼 이 무시무시한 상황에서 제일 먼저 대장곁으로 달려온 장수들이다. 그래도 이순신의 기준에는 미치지 못해 마음에 들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장수를 꾸짖기보다는 병사들을 분발시키려는 어법이었을 것이다.

p479 장군의 후예들은 특별한 사명감을 지니고 있었다. 그들이 모든 전쟁에서 승자가 되지는 못했지만, 기상과 명예, 충절은 절대 양보하지 않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5 트렌드 모니터 - 대중을 읽고 기획하는 힘
최인수 외 지음 / 시크릿하우스 / 202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2025 트렌드모니터

 : 엠브레인

 : 휴머니스트

읽은기간 : 2024/11/26 -2024/12/05


한동안 유행했던 책이 다음해의 트렌드를 예측하는 책이었다. 

과거의 모습을 분석하여 내년도 트렌드를 예상하는 작업은 예전에도 많이 있었다.

이 내용이 빅데이터와 결합하면서 한동안 유행처럼 책이 쏟아졌었다. 

요즘은 이런 모습이 좀 약해지긴 했다.

아무래도 트렌드는 가봐야 안다라는 생각이 강해져서 그런것 같다. 

트렌드 예측이라는 게 점치는 것과 비슷해서 별로 안비슷한 것 같은데 말장난으로 내가 이렇게 예측했는데 그 트렌드가 나타났다고 자화자찬하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이런 부분에 피로감을 느껴 더이상 트렌드 책을 읽지는 않았다. 

이 책은 회사에서 받게 되어 읽었다. 

책을 읽다보니 양극화시대에 학습된 무기력으로 점철된 우리 사회를 보게 됐다. 좀 우울했다. 

한때 우리나라도 현재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가득한 적도 있었다. 

지금은 그런 모습을 보기 힘들다. 사회가 그만큼 경직되었다는 뜻이리라.. 

아쉽긴 하지만 그런 모습에서 과도한 입시경쟁이나 과열된 경쟁이 좀 약화되었으면 좋겠다. 

책은 재미있었다. 


p9 행복하고 평화롭다고 느끼는 사람도 늘었지만, 우울하다거나 화난다고 응답한 사람들도 동시에 늘어난 것이다. 2024년 대중들이 경험한 이 감정들은 2025 트렌드 모니터에서 분석하고 있는 양극화된 문화와 소비 현상에 담겨 있는 감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p14 이론적으로는 변화의 지속성에 따라 패드(보통 1년 정도의 유행), 패션(2-3년의 유행), 트렌드(4-5년의 유행), 메가 트렌드(10년 이상의 유행), 컬쳐(30년 이상 지속하는 문화현상)로 구분하기도 한다

p34 지금 소비시장은 초고가의 하이엔드 시장과 극강의 가성비가 강조되는 시장으로 나뉘고 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현재 이 양극단의 상품과 서비스를 소비하는 집단도 2개의 문화로 양분되고 있었다

p40 흥미로운 지점은 딱 10년 전인 2014년의 조사에서는 ‘타인 관점에서의 가장 높은 경쟁력’ 1순위가 전문성 있는 지식이었다는 점이다. 10년 전에는 그 사람이 얼마나 부자인가가 아니라, 얼마나 똑똑한가가 경쟁력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었던 것이다.

p48 아이들은 부모나 형제들로부터 독립된 자기방이 생기면 너무 행복해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자기 방 문을 걸어 잠그기 시작한다. 딱히 숨길 것이 있어서 그러는 것이 아니다. 타인들로부터 방해받고 싶지 않은 자기만의 슈필라움을 지키기 위해서다.

p52 이와 관련해 중국의 한 청년은 백화점 최상층은 영화 보러, 지하 층은 밥 먹으러, 나머지 층은 걸어다니며 소화하는 데 이용한다며 자조적인 게시글을 올리기도 했다

p64 이와 같은 흐름은 가성비 뿐만 아니라 시간의 효율적 사용으로 다양한 경험을 누리고자 했던 시성비(시간 대비 성능) 니즈의 연장선 측면에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 대중 소비자들은 이미 콘텐츠를 소비함에 있어서도 빨리 감기 배속 시청을 선택하고, 특정 노래의 속도를 빠르게 올린 스페드 업 버전의 음악을 선호하며, 영화나 드라마를 요약본 시청으로 해결하고, 웨이팅을 피하기 위해 예약 앱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p113 실제로 노동계 전문가들은 기존의 좋은 직장이 더 이상 높은 임금과 안정성을 보장하지 않음에 따라, 젊은 세대가 일한 만큼 보상을 직접적으로 체감하며 성취감을 제공하는 이 분야로 실리적 선택을 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p116 우리에게 기업의 성공에는 자본이나 기술 그 이상의 무엇이 있음을 상기시켜준다. 최근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자사 임직원을 활용한 임플로이언서 마케팅에 공을 들이는 이유도 사실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p152 많은 직장인들이 조직 내에서 인정받기 위해 주변 동료와의 관계를 형성하려고 시도하고 있었고, 조직 내에서 인정박이 위해 주변 동료들과의 경쟁도 마다하지 않는 직장인들도 상당수 있었던 것이다. 이 경향은 코로나 시기와 직후에 유행하던 조용한 퇴직과는 전혀 상반되는 현상으로 불황이 지속될수록 더욱 강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p154 본질적으로는 세상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상상을 초월하는 양과 속도의 기계적 성실함에 기반한 창의성인 것이다

p165 주니어급 애널리스크가 이틀 동안 해야 할 업무를 AI는 단 몇 초 만에 처리할 수 있어, 향후 이들이 AI로 빠르게 대체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p187 특별한 취향을 추구하고 싶은 대중적 니즈는 지속되고, 경제적 여건과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선택과 집중을 통해 특별한 소비를 하려는 경향은 더욱 뾰족해질 가능성이 있따. 이 과정에서 주류가 아닌 그 무엇인가가 특별함과 차별성을 이유로 대안적으로 선택될 가능성이 높다.

p190 AI등 최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가 일종의 취향 소비 전략으로 선택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동시에 이 흐름에 완벽히 역행하는 반디지털 소비 경향이 빠르게 증가할 가능성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2030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는 텍스트 힙 트렌드 현상이다.

p204 최근에는 독서는 멋진 것이란 의미의 텍스트 힙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하면서 텍스트 기반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는 모습이다

p212 반려돌이 대중적으로 크게 인기를 얻은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반려돌은 아주 저렴한 방식으로 그냥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 외로움을 달래주는 동반자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p221 자본을 굴려 이윤을 추구하는 경제체제와 사회시스템을 자본주의라고 한다면, 지금 시대는 현재 대중의 관심을 굴려 키워야 이윤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래서 대중적 관심과 소비를 원하는 거의 모든 경제적 영역에는 팬덤이 근간이 된다. 팬덤이 있어야 대부분의 비즈니스에서 지속 가능성이 담보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의 팬덤은 자본이 되는 시대, 근본이 되는 시대, 이른바 팬본주의 시대다. 그리고 이 팬본주의의 동력은 각 분양의 셀럽과 나와 관계맺기가 된다

p244 문해력 연구의 권위자인 한양대학교 조병영 교수 외 다수의 연구자들은 이 문해력을 텍스트를 통해 세상을 읽고 쓰는 능력으로 정의하고 있다. 텍스트는 사람과 세상을 반영하고 이를 표상하면서 동시에 참여자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다시 텍스트로 유통되는 과정을 반복한다. 문해력은 바로 이 과정을 이해하는 능력으로 설명된다. 즉, 현대사회의 문해력은 텍스트가 오가는 맥락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p253 한국 사회에서 눈치로 표현되는, 즉 감정 문해력이 높다는 것은 상당한 적응적 가치로 평가받아왔다. 상황을 파악하고,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감정 문해력은 대인 관계 경험의 양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타인에게 감정의 초점을 맞추고, 주변의 감정적 분위기를 읽는 것에 대한 수고는 양날의 칼과 같아서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 성찰의 시간을 줄인다.

p272 당시의 수저 계급론이 경제적 배경에 따른 기회 불평등의 불만을 강하게 토로하기 위해 제기된 개념이었다면, 지금은 더 이상 비판과 공격의 목적이라기보다 일종의 현실을 받아들이는 차원에서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반격과 비판이 아닌 현실적 수용과 체념의 심리가 깔려 있다.

p280 노력이나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이미 지나치게 고도화되고 세분화된 모든 분야의 수치화된 환원 가치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하고 자아 존중감을 잠식하고 있는 것이다.

p284 여기서의 성공학은 성공에 대한 높은 수준의 바리케이드, 그 기준이 아니면 나머지는 실패자로 규정하는 기존의 성공학이 아니라 각 개인이 처한 상황에서 현실을 견디고 이겨낼 수 있을 정도의 마음가짐을 조력하는 나만의 성공학이다. 당신도 하면 된다가 아니라 당신은 이거면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성공학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시여행자를 위한 노르망디×역사
주경철 지음 / 휴머니스트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도시여행자를 위한 노르망디x역사

 : 주경철

 : 휴머니스트

읽은기간 : 2024/11/20 -2024/11/29


책이 나오면 꼭 읽게되는 주경철 선생님의 신작읽기...

이번에는 노르망디다..

노르망디하면 역시 몽생미셀.. 책은 몽생미셀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노르망디의 역사가 나온다.. 

그저 바이킹들이 내려오고 프랑스 왕이 땅을 주고 봉신으로 삼았다는 정도만 알고있는 나에게 재미있는 역사이야기가 쏟아졌다. 

노르망디에 가본 곳은 몇 곳 없지만 이 책을 통해서 가보고 싶은 곳이 많이 생겼다..

다시 놀러가야지. 그때는 렌트해서 다녀야지.. 

주경철 선생님 책은 가보고 싶게 만든다.. 

빨리 다시 가봐야지.. 



p18 이 가운데 지금껏 남은 가장 유명한 곳이 몽생미쉘 수도원이다. 이곳이야말로 세상과 동떨어져 기도하기에 딱 좋은 곳이다. 수동원이 되기에 알맞은 세 가지 요소를 지니고 있으니, 성스러운 섬이면서 사람을 피하는 동굴이면서 하늘과 가까운 산이 그것이다.

p26 큰 변화가 시작된 계기는 966년 루앙 백작 라사르 1세의 주도로 이곳이 베네딕트 수도원이 된 것이다. 이후 수도사 약 50명이 거주하는 제법 큰 규모가 되었다. 이시기에 처음으로 로마네스크 양식의 교회 건물을 축조했다.

p28 메르베유는 수도사들이 거주하는 공간으로서 크고 작은 공간들이 미로를 이룬다. 이곳은 다시 두 부분으로 구분되어서, 동쪽 부분에는 예배당, 손님맞이 방, 수도사들이 모두 모여 식사하던 대식당이 있고, 서쪽 부분에는 포도주 창고, 백년전쟁 당시 기사들이 모여 살았다고 하는 기사의 방 그리고 회랑이 있다.

p35 이 섬의 DNA에는 사람을 잡아 가두는 형질이 들어 있는 모양이다. 수도사든 학자든 혹은 범죄자든.

p46 역상의 풍상을 겪으며 앙상한 뼈대만 남아 있지만, 그 뼈대 자체가 너무나도 인상적이다. 그래서 보통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폐허로 알려져 있다. 유홍준 선생은 역사 답사의 백미는 원래의 건물이 사라진 터라고 하지 않았던가.

p50 1795년에 피에르 레퀴에, 1802년에 장바티스트 르포르라는 사업가가 수도원을 구입한 다음 건물을 허물고 목재와 석재를 채취하여 팔아넘겼다. 말하자면 수도원 전체가 채석장으로 변한 것이다.

p73 현재는 행정적으로 노르망디에 속해 있지도 않고 거의 아무런 역사 유적도 남아 있지 않은 작은 마을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 마을이 역사적으로 노르망디의 탄생지가 된 것은 911년 이곳에서 프랑크 왕국의 국왕과 바이킹 무리의 수장 사이에 맺어진 생클레르쉬르엡트 조약 때문이다.

p77 이 기록에 따르면 원래 신하가 될 사람, 즉 롤롱이 국왕의 발에 키스를 해야 했다. 바이킹 전사가 다른 사람 발에 키스를? 그런 일을 하면 바이킹이 아니지! 롤롱이 부하에게 대신 하라고 지시하자 부하는 국왕의 발을 번쩍 들어 넘어뜨린 다음 키스를 했고, 모든 사람이 한바탕 웃었다고 한다. 이 정도는 되어야 바이킹 전사라 할만하지 않겠는가

p93 노르만 정복에 관한 가장 흥미로운 자료 중 하나가 <방디와 태피스트리>다. 바이외 태피스트리 박물관에 소장된 이 유물은 노르만 정복 사건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프랑스사와 영국사에서 워낙 중요한 사료이므로 이 박물관은 늘 많은 방문객들로 붐빈다.

p115 대표적으로 런던탑은 윌리엄이 1070년대 지시하여 캉의 석재를 들여와 지었다. 그 외에 캔터베리 대성당, 웨스트민스터 사원 등도 부분적으로 캉의 석재를 써서 건축했다. 일단 이 돌로 지은 이상 후대에 보수할 때도 같은 둘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색상과 질감이 달라 보기가 안좋다. 그래서 이후 시기에 보수할 때도 캉의 석재를 들여와야 했다. 19세기에도 웨스트민스터 궁전의 시계탑 빅벤을 다시 캉 석재로 지었다.

p123 이 성은 중세 군사용 성채의 걸작이며 시대를 앞서간 혁신적 요새였다. 성 앞에는 삼각형 모양의 외보가 있고, 그 둘레는 폭 20미터, 깊이 10미터의 해자가 둘러싸고 있다. 다시 말해 본성 바로 가깥에 보호 장치를 하나 더 설치하고, 주변에 깊은 구덩이를 파서 적이 접근하지 못하게 만든 것이다.

p136 사형을 선고받은 잔 다르크는 루앙 시내 비와마르세 광장에서 화형에 처해졌다. 5월 30일 아침 8시, 그녀를 끌고 나와 형 집행 의식을 행했다.

p144 중후한 고딕 건물인 법원 건물은 내부로 들어갈 수는 없지만 장대하고도 멋진 외관은 감상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잘생긴 얼굴에 흉한 자국들이 가득하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격렬한 총격전이 벌어져 건물 벽에 총탄을 맞은 흔적이 많이 생겼는데, 시 당국은 이 또한 역사의 일부라 판단하고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p152 모네가 우리가 아는 그런 화가가 된 데는 1856년에 만난 외젠 부댕의 역할이 크다. 모네 자신도 화가가 된 것은 부댕 덕분이라고 이야기하곤 했다. 자연에서 그려라. 이것이 부댕이 모네에게 해준 말이다. 후일 한 기자가 모네에게 화실을 보여달라고 했을 때, 센강을 가리키며 이곳이 나의 화실이오 하고 말했다고 한다.

p162 저녁이 오면 마치 모네가 처음 집을 보러 왔던 그날처럼 본래의 조용한 시골 마을로 돌아간다. 마을은 사실 몇 집 안 된다. 마을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큰기을 따라 가면 곧 마을 전체를 볼 수 있다. 저녁 혹은 아침 일찍 일어나 산보하면 신선한 노르망디 마을 분위기를 느낄 수 있고, 그 범용한 시골 마을이 어떻게 모네의 눈과 손을 거쳐 아름다운 그림으로 화했는지 느껴볼 수 있다.

p168 장례식에 온 클레망소의 이야기가 전한다. 장례식에서 관 위에 검은 천이 덮혀 있는 것을 보고 클레망소가 그것을 치워버리며 ‘모네에게 검은색은 안 돼’하고 소리쳤다고 한다.

p177 인상파 화가들을 사회 현실에서 유리된 존재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럴 리가 있겠는가? 인상파의 효시를 알린 모네의 그림 <인상, 인출>만 해도 그렇다. 그냥 수평선이 아니라 르아브르 산업 단지의 공장 굴뚝들 위로 태양이 떠오르고 있다. 사회 변화에 완전히 눈감고 순수하게 미학적 태도만 견지하는 화가란 없다.

p183 루앙에는 좋은 미술관과 박물관이 많은데, 루앙 미술관은 반드시 가볼 곳이다. 인상파 작품들이 많을 뿐 아니라 푸생, 다비드, 들라크루아, 제리코, 코로 등 프랑스의 대가들, 그리고 베로네제, 벨라스케스, 카라바조, 루벤스 등 외국 대가들의 작품도 다수 보유하고 있다. 게다가 입장료가 화끈하게 무료다.

p196 밀레 생가를 찾아 이 먼 땅끝 마을까지 일부러 찾아갔다면 간김에 코당탱반도의 경관을 둘러볼 만하다. 매우 높은 절벽들, 작은 모래사장, 매력적인 소항구들이 이어지는 곳이어서 드라이브를 해도 좋고 차에서 내려 해변 모래언덕을 올라가 보는 것도 멋진 일이다.

p208 거의 무한의 느낌을 줄 정도로 반복되는 작은 네모 모양의 빛의 조각들이 공중에 그득하다. 오직 그뿐, 성당 내부에는 아기 예수를 안은 마리아와 성 요셉 동상만 있고 그 외 다른 장식, 조각, 그림 같은 것이 없다. 그래서 더욱 깔끔하다.

p258 말하자면 바이킹 선조들의 배 만드는 기술이 전수되어 온 것인데, 이들이 배를 건조하는 방식을 원용해서 목조 성당을 지은 것이다. 과연 성당 내부에서 보면 선체를 거꾸로 뒤집은 듯한 모양이 확연하다.

p266 보들레르의 의부는그가 법률가가 되기를 바랐으나 그에게는 그런 마음이 눈곱만큼도 없었따. 아들로부터 정녕 시인의 길을 가고자 한다는 말을 들은 어머니의 반응이 애처롭다. “가슴 아픈 일이야. 샤를이 아버지 뜻을 따랐다면 경력이 완전히 달라졌을 텐데. 그러면 문학사에 이름을 올리지는 못했겠지만 우리 모두 훨씬 더 행복했을걸”

p273 청중들에게 부담 없이 자유롭게 듣기를 권하는 그의 음악은 간결하고 쉽고 감미로우며, 반복되는 동기의 연주로 현대 미니멀리즘의 선구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의 음악이 오늘날 더욱 사랑받는 것을 보면, 그는 자신의 말대로 ‘너무 늙은 시대에 너무 젋게 세상에 온 사람’인지 모른다

p291 쿠튀리에의 직업을 건축가 및 화가의 직업과 같은 수준으로 끌어올려, 드레스를 만들 때 구조와 건축의 개념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는 식의 설명도 듣고 보니 수긍이 된다. 하여튼 내가 H라인, 뉴룩혁명 같은 내용을 유심히 살펴볼 줄은 몰랐다. 여행하다 보면 몰랐던 내용을 조금씩 알아가는 기쁨이 있다. 늙은 개도 새로운 재주를 배울 수 있고, 중늙은이도 패션에 눈뜰 수 있다.

p308 푸홀은 어찌나 연기를 잘했는지 1944년 히틀러에게 알라릭 요원으로서 철십자훈장을 받았다. 몇 달 후에는 영국 정부가 가르보요원에게 연합군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는 이유로 영제국 기사훈장을 수여했다. 이중간첩 후안 푸홀 가르시아는 나치와 연합군 양측으로부터 훈장을 받은 극소수 인물 중 한 명이다.

p328 이 지역 전투가 얼마나 끔찍했는지 말해 주는 사실이 하나 있다. 미군 90보병사단이 코탕탱에 도착하고 6주가 지났을 때 중대마다 100-400퍼센트의 손실을 입었다. 400퍼센트의 손실은 중대원이 전부 죽어 새로 갱신하고 그 중대원들이 또 모두 죽어 다시 갱신하는 식의 일이 네 번 있었다는 의미다.

p335 이 영화는 코르시카 해안에서 촬영했다. 촬영을 시작하려는 데 웬 이타리아 남자가 나타나서 자신의 해변을 이용하려면 1만 5,000달러를 내야 한다고 요구했다. 만일 돈을 주지 않으면 자동차를 몰고 촬영장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겠다고 협박했다. 제2차 세계대전을 다루는 전쟁 영화인데 1960년대 자동차가 왔다 갔다 하면 큰일 아닌가. 별수 없이 돈을 주고 영화를 찍었는데, 코르시카 해변에는 개인 사유지가 없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사기꾼에 걸려든 것이다.

p343 사실 할머니 집은 창녀 집이었다. 동네 아이들이 에디트에게 돌을 던졌다. 그 집에 기거하는 창녀 언니들만이 그녀를 귀여워했다. 그러던 중 심한 각막염으로 거의 실명 위기에 빠지자, 할머니와 언니들이 아이를 데리고 리지외 성당으레 찾아가서 기도하고 테레즈 무덤의 흙을 가져다가 매일 밤 눈에 그 흙을 대주었다. 기도가 통한 걸까. 에디트는 눈을 번쩍 떴다. 기적을 경험한 그녀는 평생 테레즈 성녀에게 기도하고 특히 공연 전에는 꼭 성녀의 메달을 걸고 지냈다.

p353 개인적 경험의 소산이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바는 뵈브롱앙오주(오주 지방의 뵈브롱이라는 의미) 마을이 특히 아름답다는 것이다. 캉과 리지외의 중간 지점에 위치한 이곳은 노르망디에서 아름다운 마을로 손꼽히는 것은 물론 프랑스의 가장 아름다운 마을들이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p356 프랑스인들은 사는 법을 압니다. 이들은 즐거움에 정통합니다. 나도 그 의견에 공감한다. 프랑스인들은 요리도 맛있게 하고 진정 즐거움을 위해 살아간다.

p365 프랑스인들은 하여튼 먹는 데에는 진심이어서, 온갖 방법을 만들어 낸다. 혹시 소맥처럼 칼바도스+시드로 같은 것은 없을까? 물론 있다. 이름하여 포모 드 노르망디. 사전적 정의와 설명은 이렇다. “오크통에서 최소 14개월 이상 숙성한 시드르용 사과즙과 칼바도스를 블렌딩한 혼합주인 포모는 대개 식전주로 차게 마시며 푸아그라, 멜론 및 몇몇 디저트에 결들이기도 한다.

p368 병을 개봉해서 조앙에게 한 잔 따라주자, 조앙이 조금 마시더니 놀란 표정을 짓는다. “나는 여태까지 이런 것을 마셔본 적이 없어요. 이건 마시는 게 아니라… 그냥 숨만 쉬면 되는군요” 라비크는 이렇게 답한다. “당신은 낭만주의자가 될 거요. 칼바도스적 낭만주의자”

p379 비무티에에는 카망베르 기념관도 있다. 건물자체가 카망베르 통 모양이라고 주장하는 데, 솔직히 그렇게 이상적이지는 않다. 그리고 기념관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소박하다. 이곳을 찾아가니 직원 세 사람이 모여서 밥을 먹고 있다가 ‘손님 왔다’ 하면서 밥 먹다 말고 카운터로 가서 표를 파는 식이다.

p395 프랑스 속담은 이렇게 말한다 “자기 나라만 보고 산다면 이 세상은 첫 장만 읽은 책과 같다” 잠시 우리 사는 세상을 벗어나서 다른 사람들 사는 세상은 어떤지 보고 오도록 하자. 여행을 마치고 돌아올 즈음이면 우리 마음의 공간이 조금 더 커지고 우리 생각이 조금 더 지혜로워져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