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 또는 M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50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수경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중년 부부의 스파이 추적기, N 또는 M

 

<비밀결사>, <부부탐정>에 이은 토미와 터펜스 콤비의 세번째 사건 이야기. 그 사이 시간이 빠르게 흘러 그들의 아이들은 훌쩍 성인으로 커 있었다. 시간대가 확 바뀌어서 처음에는 다소 놀랐었다. 그렇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일에 적응한 토미와 터펜스처럼 독자인 나 역시 그들의 추리를 하나하나 따라가다보니 어느새 변한 그들의 위치에 적응할 수 있었다.

 

일상의 삶에 다소 아쉬움을 느끼던 토미와 터펜스에게 어느날 손님이 찾아온다. 그는 정부에서 일하는 '그랜트' 씨. 예전에 토미와 터펜스에게 사건을 맡겼던 '카터' 씨인 이스트햄턴 경의 추천을 받고 그들을 찾아온 것이다. 그는  터펜스가 전화를 받고 자리를 비운 사이, 그랜트는 토미에게 진짜 임무에 대해서 설명한다. 내부의 스파이를 추적하던 요원이 죽어가면서 남긴 힌트, N 또는 M... 그것은 각각 남자와 여자 스파이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그와 더불어 남긴 말을 풀어내 알게 된 '상 수시'라는 곳에 스파이와 관련된 내용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꽤 오래 전에 활동하여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인물인 토미가 스파이를 찾아내는 임무를 맡게 된 것이다! 토미는 위장된 임무로 둘러대고 드디어 상 수시로 떠나고, 그곳에서 의외의 인물을 만나게 된다. 기지로 인해 토미의 진짜 임무를 알아낸 터펜스는 그랜트씨의 허락을 받고 토미와 함께 스파이 추적에 나서게 되는데...

상 수시에 하숙하고 있는 인물들은 모두 수수께끼가 있고, 상 수시 뿐 아니라 외부에서 만나게 되는 인물들도 있다. 과연 그 중에 N과 M은 누구일까?

 

1차 세계대전이 막 끝났을 무렵이 배경이었던 <비밀결사>로부터 시간이 많이 흘러 이번에 읽은 <N 또는 M>에서는 2차 세계대전이 배경이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 중년이 된 토미와 터펜스는 초반에 전쟁에서 한발 비켜서 있을 것을 요구받는다. 전쟁은 젊은이들을 필요로 하지, 나이든 사람들을 필요로 하지는 않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에게도 임무가 주어졌다! 그런 걸 보면 애거서 크리스티는 이들의 활약을 통해 '나이'는 관계없음을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시간은 흘렀지만 자칭 '아마추어 탐정'이라고 칭하는 토미와 터펜스의 매력은 여전하다. 그들은 허세가 없이 솔직하게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지만, 맡겨진 임무에 책임을 다해 성공하려는 의지 하나만큼은 굉장히 뛰어난 모습이다. 그렇게 진실된 모습에 독자도, 책 속의 인물도 감명을 받게 되는 것이다.

 

토미는 자신 있게 말했다.

"빨리 잡을 수 있을 겁니다."

그랜트가 물었다.

"무슨 근거로 그렇게 자신하시오?"

토미가 말했다.

"방금 말씀하셨잖아요. 그래야만 한다고요!" (p.66~67)

 

한편 또 다른 반가운 인물도 등장하는데, <비밀결사> 때 터펜스에 의해 그들의 조수가 된 '앨버트'이다. 앨버트 역시 이 책에서는 나이가 들어 중년이 되었다고 한다. 토미와 터펜스의 중년 모습이 잘 상상이 가지 않았듯이, 앨버트 역시 그랬다. 그 앨버트가 결혼을 하고 아이까지 있다니! 중년이라니! 앨버트는 토미와 터펜스의 제안에 의해 상수시에 와서 그들을 돕게 된다. 그의 조사방식에 대해 언급하는 부분은 그의 평범성을 보여주지만 그래서 그가 매력적으로 느껴지게 한다.

 

앨버트는 논리적인 생각에 익숙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영국 사람들이 그렇듯이 그는 일단 어떤 감정으로 확 기운 후에 어떻게든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그럭저럭 헤쳐 나가는 유형이었다. 주인어른을 찾아야 한다고 결심한 앨버트는 충직한 개처럼 그를 찾아나섰다. (p.237)

 

<N 또는 M>은 다른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책의 대부분의 결말이 그렇듯이, 전혀 의외의 인물이 범인(스파이)으로 밝혀진다. 그 외의 다른 용의자로 부상하는 인물들도 각자의 비밀을 가지고 있어서 더욱 의심이 가도록 촘촘하게 짜여져 있다. 아쉬운 것은 몇몇 의심스러웠던 인물들의 정체가 속시원히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들이 스파이의 정체를 알고 보여주었을 반응도 은근 궁금한데 말이지. 그저 독자들의 상상에 맡길 뿐이다.

또 다른 아쉬운 점은 N의 정체가 밝혀지는 부분인데, 완벽한 위장을 하고 있었던 이 인물의 정체가 토미에 의해 밝혀지는 부분은 정말 '우연'이었다. 이번 책에서는 '토미'의 활약보다는 '터펜스'의 활약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의 활약이 많았다. 토미가 결정적인 비밀을 밝혀냈던 <비밀결사>와는 반대인 셈이다. 한 사람이 어려움을 겪으면 다른 사람이 그를 도우니, 역시 완벽한 콤비이자 커플이다!

 

스파이를 찾는다는 점에서 나름 첩보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머릿속에 있던 첩보소설의 이미지와는 약간 거리가 있어서 조금 알쏭달쏭한 느낌. <비밀결사>와 <부부탐정>보다는 좀더 평안하고 잔잔하게 흘러간다. 그것은 주인공인 토미와 터펜스가 나이가 들면서 변화한 부분일지도 모르겠다. 이들이 노년이 되었을 때는 분위기가 또 어떻게 달라지려나, 그들의 다음 이야기도 또 궁금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