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 우유 - 그리움으로 찾아낸 50가지 음식의 기억
김주현 지음 / 앨리스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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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이 담긴 추억 이야기, 바나나 우유

 

도서관 서가를 돌아다니다가 눈에 띄어 빌려온 책. 그 책을 읽기로 한 이유가 어떤 리뷰를 보고서가 아닌 경우에는, 보통 책을 읽기 전에는 다른 이들의 리뷰를 그다지 보지 않는 편인데 이 책은 어떤 내용일지 감을 잡고 싶어서 리뷰를 몇 편 읽었었다. 그런데 리뷰를 보니 기대치가 좀 낮아지는 느낌이었다. 노란 표지색에서 전해지는 밝음과 달리, 추억이 항상 밝지만은 않다는 내용이 담긴 리뷰도 있었기 때문이다. 리뷰를 보기 전보다 더 알쏭달쏭해진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비교적 앞부분에서 관심을 끄는 이야기가 있었다. '만화책'에 관한 이야기였다. 형제들과 만화책을 보기 위해 일종의 '작전(?)'을 펼친 부분도 두근두근 흥미로웠지만, 내 눈길을 잡은 건 그 뒤에 있는 <리틀 포레스트> 이야기에 반가웠다. 영화가 참 좋았었는데, 하고 기억이 떠올랐다. 소박하게 스스로 만들어 먹는 음식에 대한 따뜻함. 영화를 봤을 때 생각했듯이, 원작 만화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다시 또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또 눈에 들어왔던 것은 파스타면을 '알단테'로 삶는 것과 삶의 '타이밍'에 관해 풀어낸 글이었다. 면을 언제까지 익힐 것인가 하는 문제와 삶을 연관시킬 수 있다는게 흥미로웠다고나 할까.

이렇게 책에 실린 글들은 모두 음식과 관련된 추억을 담고 있었다. 추억 이야기를 풀어놓고, 이어 그 추억 이야기와 연관된 음식 이야기를 하는 구성을 취하고 있었다. 과거의 추억은 책을 읽기전 봤던 어떤 리뷰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좋은 기억만 담고 있지는 않았다. 어려웠던 시절, 아팠던 시절에 대한 되새김. 하지만 그것들 모두 지나간 추억의 일부를 차지하고 있다. 돌아가고 싶은 기억은 아니지만, '과거'라는 이름에서 전해져오는 묘한 감성이 느껴지는 추억.

때로는 추억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인 이야기도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 추억과 연계되어 있었다. 그리고 슬픔이 담겨있지만 거기에는 위로도 느껴졌다. 그러고보니 바나나 우유는 어쩐지 추억과 참 잘 어울린다.

 

개인적으로는  나름 메인이라고 할 수 있을 추억들이 담긴 이야기보다는 음식 관련 이야기가 더 눈길을 끌었던 것 같다. 익숙했던 음식들도 있었고, 아닌 것도 있었지만 마치 <리틀 포레스트>를 보면서 느꼈던 것처럼 음식 이야기에서는 따뜻함이 느껴졌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에 대한 만족도는 올라갔다.

어쨌든 추억를 바탕으로 풀어놓은 이야기에서나, 음식 이야기에서나 공감되는 부분들도 꽤 있었던, 따뜻하게 읽은 책이었다는 결론이다.

 

올해도 실수투성이였다. 그래도 이렇게 실수하고 실수하고, 미안해하고 미안해하면서 언젠가는 괜찮아지겠지, 기대하면서 또 슬쩍 희망하면서 가야지.

어제의 실수투성이 당신, 너무 걱정 말아요.

언젠가 꽤 괜찮은 인생이 돼 있을 테니까요. (p.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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