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터
댄 헐리 지음, 박여진 옮김 / 와이즈베리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더 똑똑해지는 건 쉬운일이 아니다, 스마터

 

요새는 뭔가 처음의 인상 그 이상의 결과를 주는 독서를 하게 되는 것 같다. 최근 읽은 <스마터> 또한 그런 책 중 하나였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두뇌를 계발시켜 더 똑똑해지려는 방법들이 효과를 만들어내는지에 초점을 맞춰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 두뇌 계발이라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도 느끼게 되고, 최근의 다양한 연구의 충돌이 일어나고 있는 분야임도 알게 되었다. 저자의 '더 똑똑해지기 위한 도전기'가 아니라 '두뇌 훈련'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었다고나 할까.

SMARTER. 누구나 더 스마트해지고 싶어한다. 아니, 여기서는 스마터가 'SMART+ER'로 똑똑한 사람을 의미하는 건가? 어쨌든 똑똑하다는 것은 뭔가 우월한 기분을 준다. 최근에 '뇌섹남'이 인기를 끄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일반적인 생각을 뛰어넘는 기상천외한 방법들, 그리고 폭넓은 지식을 뽐내는 사람들은 멋져 보인다. 그건 물질적인 것과는 달리 이러한 모든 것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일까.

아무튼 저자는 더 똑똑해지기 위해, 스스로 다양한 두뇌 계발에 도전해보기로 한다. 앞부분은 저자가 수많은 두뇌훈련 방법 중에 어떤 것을 선택할지 고르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현재의 방법, 전통적인 방법, 미래지향적인 방법. 이렇게 세 가지로 구분되어 있었다. 현재의 방법은 주로 컴퓨터를 이용한 두뇌 훈련이 많았는데, 이 훈련방식을 제공하는 몇몇 회사들이 있었다. 저자는 그 회사들에 찾아가 그 방법에 관한 연구와 사례등을 조사한다. 다음으로 이어지는 전통적인 방법은 음식과 음악, 그리고 운동을 주로 권하는 내용이었으며, 마지막으로 미래지향적인 방법은 약물이나 의학적인 자극을 이용하는 방법이었다.

 

대부분의 전통적인 방법은 들어본 적이 있었으나, 현재의 방식과 미래지향적인 방식은 처음 접하는 부분이 많았다. 특히 컴퓨터를 이용한 두뇌 훈련 중 연구 방법으로 이용되며 알려진 '엔백' 훈련. 저자는 엔백 훈련에 대해 설명하는데 저자가 장담했듯이 말로는 제대로 이해가 안된다. 그래도 실제 예시를 들며 소개하는 내용을 보니 점점 이해되는 것도 같았다. 아무튼 저자는 이 다양한 방식을 시도하면서 자신의 두뇌 능력이 향상되는지 시험하기로 한다.

방법을 결정하고 도전하는 중간중간 저자는 두뇌 훈련에 관한 다양한 이슈에 대해 조사하고, 관련된 인물들을 만난다. 그가 기자이기에 더욱 꼼꼼하게 조사할 수 있는 것이었다. 저자가 행하는 두뇌 훈련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측이 있는가 하면, 그 내용을 반대하는 측의 입장도 있었다. 저자는 일단은 긍정적인 측 쪽에 서 있는 듯 한데, 반대 측 입장도 전해준다. 독자의 입장에서 그 내용들을 하나하나 읽어가면서 두뇌 훈련 분야가 꽤 발전되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는데, 찬성과 반대측 입장이 타당하게 보여서 갈팡질팡하게 되기도 했다. 아무래도 그 쪽 분야에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아왔기에 한 쪽으로 결정을 내리기가 더 힘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원래 기술이나 지식 같은 것들은 끊임없는 논쟁을 통해 더 나은 방향으로 조금씩 발전해 나가는 게 아닌가 싶다.

이 논쟁도 논쟁이지만, 사실 후반부에서 더 주목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두뇌 훈련 분야를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였다. 다운증후군 아이를 가진 부모들. 다운증후군은 염색체 중 돌연변이가 생겨서 일반 사람들과는 조금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게 되는 사람들이다. 최근 의학기술의 발달로 태아가 태어나기 전에 상태를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다운증후군 아이를 출산하는 확률이 낮아졌다고는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아이를 낳아서 기르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

심지어 제 의사 친구도 시설에 맡기라고 권하더군요. 아내와 나는 싫다고 했습니다. 우리 아들이라고, 우리가 돌볼거라고. 그때 그 결정이 우리 부부가 내린 최고의 결정이었어요. 아들은 우리에게 정말 많은 것을 주었으니까요. (p.278)

그런데 책에서 소개하는 다운증후군을 가진 아이들의 부모들은 두뇌 훈련으로 아이들의 상태가 개선되면 좋겠다고 보기도 했지만, 반대로 두려워하는 부분도 있었다. 여러 가지 방법을 활용해 개선을 하게 되었을 때, 그 아이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특징들도 계속 가지고 있을까 하는 두려움. 그러고보면 '두뇌'를 다룬다는 건 다른 신체 부분들을 다루는 것보다 조금 무서운 일이기도 하다. 두뇌는 신체 전반을 관장하는 기관인 만큼 기억 뿐 아니라 개개인의 성격에까지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런 비관적인 일이 일어나지 않고서, 다운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이 두뇌 훈련을 통해 능력이 개선될 수 있는 방법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내용이었다.

어떤 것이든 그렇지만, 세상의 모든 일은 어느 한 쪽에만 관련되어 있는 것이 아닌 것 같다. 깊이 파고들어가다 보면, 정말 많은 사실들이 발견되고, 또 많은 문제들과 관련지어진다. 두뇌 훈련이라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정말 절박한 일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고, 동시에 그리 간단하게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도 느꼈다.

그리고 마지막 피날레. 결국 저자는 여러 가지 이유로 예정했던 기간 동안 충실하게 하려고 했던 두뇌 훈련 모두를 해내지는 못했다. 확실히 더 똑똑해지는 건 쉬운일이 아니다. 그러나 다시 한 검사에서, 일부 능력은 떨어지기도 하고, 일부 능력은 오르기도 해서 전체적으로는 조금 나은 결과를 받아든다. 하지만 거기에 어떤 두뇌훈련이 효과를 발휘했는지는 모른다.

그래도 저자는 만족스러워한다. 두뇌 훈련을 하는 동안 악기를 새로 배우게 되고, 규칙적인 활동을 하게 되는 등 생활 전반에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두뇌를 계발시키는 것 그 이상의 결과를 받아든 것이다. 두뇌 훈련 방식들이 효과가 있었든 없었든간에, 해피엔딩. 무엇보다 저자는 자신이 더 똑똑해진 기분이라고 말한다. 그거면 충분하지 않은가!

책 속에서 <앨저넌에게 꽃을>이라는 책의 저자 대니얼 키스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저는 인간이 성취하고자 하는 것은 성취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가장 나쁜 것은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 아닐까요. (p.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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