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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인가 - 일반인을 위한 정신분석학 ㅣ 살림지식총서 470
김용신 지음 / 살림 / 2013년 10월
평점 :
일반인을 위한 정신분석학, 나는 누구인가
외투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크기의 책이라서, 쉽게 가지고 다니며 읽을 수 있겠다 생각했다. 실제로 주머니에 넣고 나가서 읽기도 했었다.
살림지식총서 책들을 몇 권 읽었는데, 어떤 책들은 꽤 좋은 정보들이 많다 싶기도 했고 어떤 책에서는 부족함을 느끼기도 했었다.
이번에 읽은 <나는 누구인가>는 전자에 속했다. 아무래도 '정신분석학'이라는 분야에 대한 정보량이 적기 때문인지, 모르는 내용이 많아서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즐거움이 있었다. 뒷부분은 꽤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어서, 개념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책의 부제인 '일반인들을 위한 정신분석학'이 딱 맞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목차를 보면 정신분석학의 흐름, 무의식의 본질, 무의식의 형성과 심리구조, 정서발달 방향의 본질과 한국적 경향, 정신병의 핵심, 성격장애의 특징, 심리적 방어와 불안정 그리고 소망, 인간의 불만족과 심리 치유의 본질로 구성되어 있다.
처음 부분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 어려운 용어들이 나와서 다소 읽어나가기 힘든 부분들도 있었다. 그래서 정신분석학은 아직 접하기 힘든 분야가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점차 대중적으로 알려진 부분들도 등장하고, 위에서 이야기했듯이 체계적으로 용어와 개념들을 정리해두어서 잘 읽어갈 수 있었다. 특히 정신병을 유형에 따라 분류한 것, 성격 장애 유형을 분류한 것, 심리적 방어기제의 유형을 분류한 것이 굉장히 깔끔했다. 성격 장애 유형의 경우 익숙한 부분이 많았던 것 같다. 특히 최근 드라마에서 다뤄 인상적이었던 다중인격장애에 관한 부분도 좀더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심리적 방어기제의 경우는 얼마전 다른 책을 통해 접했던 인지왜곡과 연관이 있는듯한 느낌도 있었다.
이렇게 다루는 부분 중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조각난 자아에 대한 언급이었다.
다양성을 강조하는 현대사회에서는 개인의 자아도 여러 개로 쪼개지는 현상이 생기는데, 이를 현대 정신분석적 사회이론의 대가인 글라스(James M. Glass)는 그의 유명한 저서 『조각난 자아들:후기근대사회에 있어서 다중성격(Shattered Selves:Multiple Personality in a Postmodern Society)』에서 '조각난 자아(Shattered Self)'로 부르고 있다. 즉 다양한 가치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내부에도 다양한 가치를 공존시켜야 한다는 방어적 입장에서 현대인의 자아는 하나의 정체성을 갖지 못하고 여러 개로 쪼개지는 형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p.77)
그러면서 글라스가 조각난 자아를 다중성격과 비교하여 설명하고 있다고 한다. 굉장히 흥미로운 측면의 주장이라고 생각해서 더 알고 싶어졌다. 확실히 현대에 다양한 정보와 가치들을 접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지긴 했지만, 그것이 자아가 다양한 정체성으로 나눠지는 원인이라고 생각하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가끔 자신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생각하게 되는 부분이, 다양한 가치에 따라 다른 정체성으로 반응하게 되기 때문일까? 다소 혼란스러운 개념이지만 궁금하다.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책이었지만 그래도 역시 얇은 책인만큼 깊이 다뤄지지 않은 측면이 있었다. 그래서 좀더 자세히 알고 싶어졌던 부분들에 대한 흥미도 자극했다고 할 수 있겠다. 요근래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어가면서 점차 지식욕만 커져가서 큰일인 것 같지만, 신체적인, 과학적인 측면의 '나' 뿐 아니라 비과학적이고 정신적인 측면인 '나'에 대해 좀더 알고, 파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