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멸망 일주일 전, 뭐 먹을까?
신서경 지음, 송비 그림 / 푸른숲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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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류 최초 재난 SF 요리 만화?! 지구 멸망 일주일 전 뭐 먹을까


톤다운 된 분홍빛 배경에 우주복을 입은 아기자기한 인물들, 그리고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음식 일러스트.

표지에서 이 책이 지구 멸망을 배경으로 했다고는 상상하기 어렵다.


그러나 시작부터 이야기는 지구 멸망을 예고한다.

지구 내부 물질 순환이 멈추기까지 남은 시간은 일주일.

순환이 멈추면 그 영향으로 지구를 둘러싼 보호막이었던 자기장이 사라진다.

보호막 없이 엄청난 자기장과 방사능을 수반한 태양풍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여기서 인류가 살아남을 확률은, 단 3%.


마지막을 앞둔 사람들은 각자의 선택을 한다.

이 만화의 주인공 봉구는 해오던 인터넷 방송을 이어가기로 했다.

음식을 만들고, 먹는다.

사과, 만 칼로리 케이크, 매실, 고기, 시루떡, 게살 야채죽, 햄과 계란말이를 담은 추억의 도시락.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마지막 만찬.

발 아프게 뛰어다닌 영숙 씨를 위한 요리, 연어 크림 파스타.

투덜거리는 시청자처럼 가장 시끄러운 요리, 누룽지 해물탕.

모든 속을 포용하는 하니를 위한 요리, 만두.

겉은 까맣고 딱딱하고 험상궂지만 속은 아주 달콤하고 부드러운 이웃을 위한 디저트, 까눌레.


이 만화의 독특한 점은, 음식만이 컬러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흑백으로 흘러가던 이야기는 음식이 등장하는 순간 더욱 생생함이 느껴지게 된다.

대비효과 덕에 더 먹음직스럽고, 아름답기까지 한 음식들.

평범하다고 생각했던 것들도 색다르게 보인다.

책 뒤에 '재난 SF 요리 만화'라고 해서 기상 천외한 음식 레시피들이 실려 있으려나? 했는데, 평범한 음식을 먹는 내용이었다. 상황이 특별했을 뿐. 음식에 초점을 맞춘 부분이 신선했다.

지구 최후의 날이 다가온다면, 어떤 음식을 먹고 싶어질까. 그런 상황이라면 어떤 음식이든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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