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그곳에서 안전가옥 오리지널 7
이경희 지음 / 안전가옥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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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구하러 과거로 간다, 그날 그곳에서


책 소개를 보니 SF장르 이야기인 것 같아 읽어보고 싶어졌던 『그날, 그곳에서』를 읽었다.

표지의 일러스트가 어떤 의미일까 궁금했는데, 내용을 읽어보니 시간 여행을 떠나는 모습을 형상화한 그림이었다.


언젠가 우린 다시 만나게 될 거야. 그날, 그곳에서. (p.393)

어린 시절 사고로 엄마를 잃은 뒤 사이가 어긋난 채로 살아온 자매, 해미와 다미.

직장을 그만 두고 일자리를 구하던 해미에게 수상한 쌍둥이 휘와 현이 찾아온다. 그들은 해미와 다미에게 20년 전 해운대에서 일어난 사고로 죽은 엄마, 진수아를 살리기 위한 시간여행을 제안한다. 다이버로 활동해 온 해미는 직접 시간 여행에 뛰어드는 '다이버'로, 다미는 현장에서 지원하는 '서포터'로. 둘이 한 팀이 되어 엄마를 구하기 위한 끝없는 시간 여행이 시작된다.

시간 여행에는 패러독스가 일어나는 것을 피하기 위한 수칙들이 있었다. 시간 여행을 위한 '다이브'가 계속되며 수칙을 지키는 것은 점점 어려워지는데, 과거를 바꿔 엄마를 살리는 일은 번번히 방해가 들어온다. 마치 그게 정해진 운명이라는 듯이.

그럼에도 해미와 다미는 계속해서 과거로 향한다. 모든 것을 되돌리기 위해서. 그들에겐 후회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엄마의 죽음이 자신 때문이었다는 죄책감. 마지막 순간에 했던 날카로운 말과 행동들에 관한 후회. 엄마를 살린다면, 그 모든 것은 다시 쓰일 수 있으므로.


어떤 슬픔은 시간의 바깥에 존재해.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결코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아. (p.311)

시간 여행에 계속 방해가 들어오는 이유가 밝혀지면서, 이야기는 반전을 거듭하며 나아간다.

여러 '가능성'이 중첩되며 혼란스럽기도 했지만, 시간여행과 관련된 패러독스나 '또다른 세계'인 평행 우주의 이야기들, 양자역학과 관련된 부분들은 지식욕을 채워주는 부분이 있었다. 특히 양자역학은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렵지만 알고 싶은 분야인데, 그나마 아는 부분이 언급되는 걸 읽으니 이 내용을 파고들고 싶어지기도 했다.

최근 느끼는 SF의 매력은 과학적인 요소 뿐 아니라 감성적인 요소를 담아낸 것에 있는데, 『그날, 그곳에서』도 감성적인 부분이 큰 축을 형성하고 있었다. 후반부에서 주인공들이 감추고 있던 '과거'의 상황들이 하나씩 드러나는데, 가족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있는데 어긋나고 잃어버리는 안타까운 현실과 교차하며 먹먹한 기분이 든다. '과거' 장면에서 재난과 사고로 소중한 사람들을 잃은 이들의 모습들은 현실의 기억을 떠올리게 해서 울적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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