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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52) 배트맨 7 : 엔드 게임 ㅣ 시공그래픽노블
스콧 스나이더 지음, 그렉 카풀로 외 그림, 이규원 옮김 / 시공사(만화) / 2016년 3월
평점 :
1~5권까지 이어졌던 긴 시리즈의 일단락을 짓는 작품이다.(6권은 일종의 단편집)
시간의 흐름대로 타이틀을 나열해보면, [제로 이어: 비밀의 도시] - [제로 이어: 어둠의 도시] - [올빼미 법정 ] - [올빼미 도시] - [가족의 죽음] - [엔드 게임] 이 되는 것 같다. 이 작품을 시리즈의 일단락으로 소개할 수 있는 이유는 올빼미 법정에서 등장한 탈론부터 어둠의 도시에 등장했던 '닥터 데스' 칼 헬페른 사건까지 모두 아우르는 큰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엔드 게임]은 원더우먼이 부상당한 브루스 웨인을 공격하는 충격적인 장면으로 시작된다.
예상치 못한 공격이었지만, 브루스 웨인은 아이언맨의 헐크 버스터를 연상케 하는 철갑 수트를 착용하고 원더우먼과 맞서게 된다. 아쿠아맨, 플래시를 재치있게 따돌리지만 결국 슈퍼맨을 맞닥뜨리고 마는 배트맨. 브루스 웨인은 철저한 준비성으로 저스티스 리그의 초인들을 적대시 할 지도 모르는 상황을 예상하고, 강력한 수트 "저스티스 버스터" 를 마련해둔 터였다. 그린 랜턴, 사이보그까지 상대할 비책이 녹아있는 수트였지만, 단 한 명만은 예외였다. 하늘에서 강림하는 신. 슈퍼맨이었다.
마치 "배트맨 v 슈퍼맨: 던 오브 저스티스" 의 미리보기 버전인 듯 한 슈퍼맨과의 대결로 눈길을 끌지만, [엔드 게임] 의 주인공은 바로 '조커' 이다. 이 작품에서는 조커 본인과 배트맨의 입을 통해서 지금까지 명확히 정의된 적 없는 조커의 정체성이 보다 명확히 드러나게 된다. 조커는 대부분의 작품에서 희대의 싸이코패스 살인마 정도로 해석되어 왔다. 놀란의 '배트맨 다크나이트' 에서 조커는 배트맨과 자신이 다를 것 없는 존재이며, 배트맨은 그것을 부정하기 위해 불살不殺을 부르짖는다.
조커라는 존재가 매력적인 지점은 바로 이 부분이다. 조커는 싸이코패스 살인마일 뿐 아니라 대단히 영리한 인물로 배트맨의 정신을 강하게 공격한다. 배트맨의 정신 중 가장 약한 부분을 끊임없이 자극함으로써 배트맨은 보다 완벽해진다. 그 뿐 아니라 범죄에 대한 지극한 증오로 범죄자들을 죽이고자 하는 욕망을 막아주는 가로막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가장 죽이고 싶지만, 가장 죽이고 싶지 않은 존재. 배트맨에게 조커란 아이러니이자 딜레마이며, 배트맨이 테러리스트가 아닌 자경단이라는 주장에 가장 강력한 근거인 셈이다.
지난 '가족의 죽음' 에서부터 조커는 배트맨에게 또 다른 '가족' 으로 작용한다.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겠지만, '가족의 죽음' 이라는 부제는 다름아닌 조커의 죽음을 암시하는 의미이기도 했다. 스나이더와 카풀로의 배트맨 세계에서 완전히 퇴장한 줄 알았던(할 리 없는) 조커는 '엔드 게임' 을 통해 화려하게 복귀한다. 무려 원더우먼과 플래시, 아쿠아맨과 슈퍼맨까지 '중독' 시켜서말이다.
조커는 이제 배트맨의 아이러니이자 딜레마 역할을 거절한다. 배트맨의 친구이자 가족으로 끊임없이 배트맨을 궁지에 몰아 넣으며 성장할 수 있는 동인이 되기를 원했던 조커는 이제 진심으로 배트맨을 배제시키고자 한다. 그야말로 진검대결. 고담시 전체를 건 최후의 대결이 시작된다.
[뉴52] 시리즈는 정말 다 재미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여전히 시리즈의 서막을 장식한 '올빼미' 들과의 대결이 이야기의 완결성이나 전개에 있어서 최고라고 평가하지만, '엔드 게임' 역시 그 뒤로 꼽아 볼 만 하다.
과연 한 시대의 조커와 배트맨은 정말로 '엔드' 를 맞이한 것일까?
뉴52의 새로운 타이틀이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