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겨울 1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38
켄 폴릿 지음, 남명성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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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의 기둥' 으로 세계적인 역사소설작가가 된 켄 폴릿이 야심차게 뽑아든 칼은 '20세기 3부작' 이었다.
3부작 중 1부인 [거인들의 몰락] 은 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 가까스로 살아남은 주인공들은 각자 결혼해서 자식을 낳았다. 누구나 그러하듯이. 
그리고, 세상 그 어떤 부모가 자식을 전쟁에 보내고 싶을까?
그것도, 전쟁에 참전해 본 적 있는 부모들이라면. 적군의 총알에 뼈가 부서지고, 상대의 몸 안에 쇳덩어리를 박아넣고, 회오리쳐 도는 작은 쇳조각에 고향 친구의 두개골이 산산조각나는 장면을 두 눈으로 목격한, 전쟁의 참상을 몸으로 겪어본 부모라면 더더욱 자식들을 전쟁의 포성 밑으로 밀어넣고 싶지 않을 것이다.

 서방 승전국들은 '모든 것을  끝내기 위한 전쟁' 이라며 자위했지만, 사실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다. 승전국을 주축으로 한 세계연합의 창설은 지지부진했고, 피해를 본 국가들은 독일에 무리한 전쟁보상금을 떠넘겼다. 소비에트 혁명 이후 러시아는 혼란한 상황 속에서 전후 복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고, 그를 틈타 일본은 과격한 팽창정책을 펼치며 동남아시아와 중국은 물론 러시아로까지 탐욕의 손길을 뻗쳐나갔다. 유럽 전체가 전후 혼란을 적절히 수습하지 못하는 사이 러시아의 볼셰비즘에 맞서 파시즘이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고, 독일에서는 히틀러가 과격한 방식으로 정부를 장악했다. 심지어 영국 런던 한복판에서 파시스트들이 도로를 점거하기도 했다. 스페인에서는 파시스트와 볼셰비키의 지원을 받는 정부군사이에 내전이 일어났고, 무솔리니의 이탈리아와 밀약을 맺은 히틀러의 독일은 기어코 폴란드를 침공하고, 프랑스까지 단숨에 진격한다.   


[세계의 겨울] 역시 [거인들의 몰락] 처럼 이야기의 중심을 크게 셋으로 나눠볼 수 있다.
2차 세계대전을 겪는 영국과 미국의 상황, 독일 내부, 러시아의 상황을 각 국가에 살고 있는 등장인물들을 통해 풀어내는데 시기적으로는 히틀러의 집권부터 미국의 원폭투하, 전후 처리와 독일의 분단까지 다루어진다. 전작의 주인공들도 모두 등장하며 상황에 따라 일부는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기도 하지만 그들의 자식들이 이번 작품의 주인공들이라 할 수 있겠다.  
분량의 압박에도 불과하고 굉장히 많은 역사적 사실들을 담아냈다. 스페인 내전도 어느정도 다루고 있고, 진주만 폭격과 노르망디 상륙작전, 마른 강 전투, 맨해튼 프로젝트,루즈벨트 대통령의 재선과 사망, 독일 분단 등 잘 알려진 역사전 사건을 중심으로 촘촘하게 인물들의 역할을 배정하고, 걸맞은 드라마들을 적절하게 그려냈다. 대단히 복잡한 작업이었을텐데 인과의 고리가 빠지는 부분 없으면서도 생략할 부분들은 과감히 생략하며 대단히 스피디한 전개를 보여준다. 단어 그대로 인물들이 '휩쓸려간다' 는 느낌이 들 정도로 정신없이 펼쳐지는 이야기 속에 감정과 정서의 전달도 명확하다. 

전작이라 부를 수 있는 '거인들의 몰락' 에서 에설과 모드라는 두 여인이 인상적이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데이지와 카를라가 그녀들을 대신한다. (누구의 딸들인지는, '거인들의 몰락' 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므로 생략... 대부분의 주인공들이 전작 주인공들의 자식들이라 인물 소개는 한 명도 못하겠다. 전작은 누가 뭐래도 절절한 로맨스니까.)
미국 태생의 데이지는 자유분방하고 활달한 인물로 거침없는 남성 편력을 지니고 있으며 화려한 이미지의 여성이고, 카를라는 독일 태생으로 남자들보다 영특해서 충분히 의대에 진학할 실력이었지만, 나치의 집권과 전 국가적인 전쟁준비로 인해 진학 자체에 실패하고 결국 간호사에 머무르게 된다. 이 두 여성을 통해 당시 영미와 독일의 극심한 차이를 보여줌과 동시에 모든 국가를 휘감은 전쟁의 참상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 펼치기(접힌 부분 에는  전작의 스포일러 있습니다)

 

사실 큰 스포이기도 하지만, [거인들의 몰락] 에서는 주요한 인물들이 죽음을 맞이하지는 않는다. 읽는 내내 자꾸 '왕좌의 게임' 이 떠올라서, 정말 조마조마 했었는데, 다행히 켄 폴릿은 조지RR마틴이 아니었다!!! 
하지만, [세계의 겨울] 에서는 달랐다. 이번에는 착한 사람, 용감한 사람들이 먼저 죽어나간다. 마치 마틴옹이 빙의한 듯이...ㅠㅠ
진짜 깜짝깜짝 놀랐다. 1차 세계대전의 업화 속에서도 간신히 살아남은 주인공들은 때론 자신이, 그리고 때론 자신보다 소중한 자식들이 전쟁의 참화 속에 스러져간다. 2권은 정말 내내 가슴이 덜컥덜컥 내려 앉았다. 죽지 않으면 죽을만큼 고통을 겪기도 하고. ㅠㅠ



 

펼친 부분 접기 ▲



 
두께는 상당하지만, 굉장히 잘 읽힌다. 술술 넘어간다.
실제 역사에 대한 고증도 대충 하지 않았다. 역사 학자와 수많은 에이전트들이 달라붙어 모니터를 했다. 당시 독일에 대한 고증은 당시를 겪은 독일인들이 감수를 했다. 허구와 실재의 완벽한 조화. [거인들의 몰락] 과 [세계의 겨울]을 통해 1,2차 세계대전에 얽힌 당시 열강들의 이익관계나 외교관계를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전후 처리 과정을 통해 동구권의 소비에트 연합 가입 과정이나 독일의 분단 과정도 무척 상세히 그려 놓았는데, 더불이 우리 나라의 분단 과정도 함께 읽혀서 가슴 한쪽이 아릿했다.
소비에트 연합의 탄생 과정도 물론이지만, [거인들의 몰락] 에서도 줄기차게 시도해온 세계연맹의 창설 과정도 충분히 드러나고 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북한에 대한 유엔의 경제 제재 조치가 내려졌다.
단숨에 죽일 생각이 아니라면, 쥐를 자꾸 구석으로 몰아 넣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임은 역사가 알려주고 있다. 
독일도, 일본도 궁지를 벗어나 목숨을 부지할 방법은 가로막고 있는 적을 물어 뜯는 수 밖에 없었다. 나치에 환호한 독일 국민들도, 아시아 일대에 큰 고통을 안긴 일본도 가로막은 강대한 적을 물어 뜯는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그들의 전쟁 행위에 대해 면죄부를 줄 수는 없지만, 수많은 피를 양분으로 만들어진 세계 연합은 전쟁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결과물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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