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52) 배트맨 5 : 제로 이어 - 어둠의 도시 (뉴 52) 배트맨
스콧 스나이더 외 지음, 이규원 옮김 / 세미콜론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배트맨 5 제로이어 - 어둠의 도시](이하 [어둠의 도시])는 전작에 이어 '제로 이어' 타이틀을 공유하고 있는 작품으로 역시 배트맨 탄생 초기의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흐름 상으로도 지난4편과 이어지는데, 레드후드 갱단의 흑막이었던 에드워드 니그마가 본격적으로 야심을 펼쳐낸다. 스콧 스나이더가 리부트된 배트맨 시리즈를 잡은 뒤, 유독 연작이 많이 나온다. 아마도 2000년대 후반부터 DC의 기조가 변하면서 시작된 흐름 같은데, 커다란 프로젝트가 아니라 스콧 스나이더와 그렉 카풀로 페어에게 긴 호흡의 장편 타이틀을 맡겨 둔 듯 하다. 

 [어둠의 도시]는 웨인 인더스트리에 근무하던 칼 박사의 괴상한 연쇄살인에서부터 시작된다.
뼈가 제멋대로 자라 끔찍한 몰골로 살해된 시신들이 연달아 발견된 것이다. 사건을 쫓는 배트맨은 지난4권에서부터 고담 시경의 공공의 적이 되어 이중고를 겪고 있었다. 게다가 니그마가 사사건건 끼어들며 배트맨을 궁지에 몬다. 그리고, 니그마는 배트맨이 궁지에 몰린 사이 자신의 계획을 차근차근 실행시켜, 고담시를 외부로부터 완벽하게 고립, 자신만의 '수수깨끼 지옥' 을 건설하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바로 그 니그마의 입을 통해 '제로 이어' 라는 부제의 의미가 드러난다.

 스콧 스나이더는 4권에 이어 긴 호흡으로 이어지는 에드워드 니그마;리들러의 거대한 계획을 차근차근 풀어내는데, 간간히 이야기와 상관 없는 듯 한 장면들이 몽타주처럼 등장하는데, 책을 덮을 때 쯤 '아!'하게 만드는 치밀한 연출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배트맨은 여전히 고생고생, 생고생을 한다. 작품 초~중반에 맞닥뜨리는 칼 박사 자체도 강력하지만, 고담 경찰들의 집요한 추적도 배트맨을 시종일관 힘들게 한다. 여기에 오해로 얼룩져있는 고든과의 관계 회복도 되지 않은 상태라 배트맨은 홀로 경찰과 범인 모두에게 쫓기는 절박한 상황에 시달린다. 
 작품 속 설익은 배트맨은 아직 스스로를 제대로 못 다루고 있다. 고담 시경에 대한 불신과 범죄에 대한 분노, 스스로에 대한 분노가 활활 불타오르고 있다. 자신의 몸도 아끼지 않고, 주위 인물들도 신경쓰지 않은 채 온 몸 던져 니그마의 계략에 맞선다. 
그 숱한 고생을 하고, 작품의 막바지가 되어서야 고든과 그리고 루시우스 폭스와 힘을 합치게 되고, 고담시를 구할 수 있는 진정한 길을 찾내게 된다.

 스콧 스나이더의 배트맨 시리즈는 유독 '브루스 웨인' 이라는 한 개인과 얽힌 사건들이 많이 등장한다. 
[올빼미 법정][올빼미 도시] 의 주 적도 웨인 가문과 조상을 함께 하고 있는 먼 혈연 가문과 관련된 해묵은 악연이었고, 레드후드 갱단과는 삼촌인 필립 웨인이 깊이 개입되어 있었다. 칼 박사가 니그마의 계획에 동조한 원인도 브루스 웨인과 깊은 관계가 있었다. 
사회적 영향력이 큰 '웨인' 이라는 이름은 때로는 큰 우산이 되어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큰 원한의 이름이 되기도 한다. 

[어둠의 도시] 는 여러모로 놀란 감독의 배트맨 3부작 중 마지막편인 [다크나이트 라이즈]를 떠올리게 한다.
고담시를 고립시키는 것도 그렇고,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알프레드가 평범한 삶을 사는 브루스 웨인을 갈망하는 것 또한 그랬다.

마블이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분리했다지만, 출간되는 이슈들이 그와 맥을 함께 하는 것을 떠올려보면, DC의 '뉴52' 유니버스 역시 영화의 분위기를 아예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놀란의 배트맨3부작이 안정적으로 마무리 되는 동안 코믹스도 안정적으로 리부트를 마쳤고, 드라마 라인인 '그린 애로우' 와 '플래시' 도 안정적인 시청률을 구가하고 있다. 결국 개봉을 앞두고 있는 [저스티스의 시작] 이 DC유니버스의 진정한 시험대가 될 듯 하다. 
배트맨은 인간의 모든 어두운 감정, 공포, 복수, 분노가 응축된 인물이다.
그는 항상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범죄에 분노하며, 범인과 자신의 생사를 외줄에 올려놓는다.
과연 스콧 스나이더와 그렉 카풀로는 배트맨을 또 어떤 곤경에 빠뜨릴 것인가, 그리고 또 그 곤경에서 어떻게 탈출시킬 것인가.
앞으로의 시리즈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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