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션 -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7월
평점 :
품절


"아무래도 좆됐다."

는 문장으로 시작된 이 책은 내 기대보다 훨씬 훠~~~~얼씬 재밌어서 열대야도 잠 못 이루던 방을 통째로 날려버렸다.

열대야도 열대야였지만, 내 컨디션도 정말 별로였다. 낮에 먹은 뭐가 얹혔는지, 계속 속이 울렁거리고 머리가 어질어질해서 도무지 잠을 이룰 수가 없었던 것이다. 재미없으면 잠이라도 오겠지, 싶어 펴들은 이 책. 생각보다 너무 재미있어서 정신없이 쭉쭉 읽어나가, 결국은 아침 동이 터올 무렵 마지막 페이지를 넘겼다.

첫 장을 편 자리에서 마지막 장을 덮었던 기억이 대체 언제더라? 

어쨌든, 훤하게 밝아오는 창문을 바라보며 책의 첫 문장을 똑같이 입 밖으로 되뇌었지만, 아무래도 내가 처한 상황은 책 속 주인공 마크 와트니보다는 덜 좆 된 상황이었음은 확실했다. 


식물학자 겸 기계공학자 마크 와트니는 제 3차 화성 탐사 계획인 '아레스3' 에 포함된 우주비행사이다. 

마크가 좆 된 이유는 간단하다. 척박한 화성에 혼자 덩그러니 남게 되었으니까. 

화성의 대지와 대기에서 활동할 한 달 간의 식량이나 산소발생기, 물 생성기, 발전설비등이 갖춰진 막사 정도는 있었지만, 며칠분에 불과했고, 지구와 교신할 장비도 고철더미가 되어 있었다.

마크가 화성에 혼자 남게 된 것이 바로 그 교신할 안테나가 부서질 정도로 강력한 화성의 모래폭풍에 휘말렸기 때문이었다. 

다음으로 화성에 올 아레스4는 약 4년 뒤에 도착할 예정.

5명이 한 달간 써야할 식량과 물을 줄이고 줄여도 4년은 너무 긴 시간이었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버티고 버티다가 죽어갈 것인가, 지금 당장 자살할 것인가? 


이 작품은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꽤나 회자되었던 소설로 특히 SF매니아들 사이에서 지지를 받았던 작품이다.

나는 잘 모르지만, 특히 공학도들에게 사랑받은 작품으로 작가가 천재라고까지 불렸던 공학도인 만큼 작품 안에 등장하는 기술이나 주인공 마크의 사고방식이 전형적으로 공돌이스럽기 때문이다. 

그런 심각한 상황속에서도, 상상을 통해 가설을 세우고, 가설을 검증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계획을 실험해보고, 결과를 도출해내고, 응용을 해서 기술을 개발해내는 일련의 과정들이 대단히 디테일 할 뿐 아니라, 등장하는 기술들도 현존하는 기술들이라거나, 개발 가능하고 특히 화성 탐사 프로젝트를 포함한 일련의 우주장비들이 완벽할 정도로 현실적이라는 점 등이 이공계열 매니아들을 사로잡았다고 한다.

솔직히 나는 이공계열이 아니라 전혀 이해가 안되서, 어떤 부분들은 대충 읽고 넘기기도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부분들이 얼마나 디테일하고 자세했는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그 부분들 뿐 아니라, 거의 미치광이 과학자(ㅋㅋㅋ) 수준으로 낙천적이고 얼핏 무모해 보이기도 하는 전형적인 천재계열 공학자인 마크의 캐릭터도 참 재미있었고, 죽은 줄 알았던 마크의 존재를 알아채고, 그를 다시 구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들도 대단히 드라마틱하게 잘 그려냈다. 


특히 중후반부를 넘어가면 드라마의 흡입력이 더더욱 강해지는데, 솔직히 결말이 궁금했던 작품은 최근 몇년간은 유일하지 않았나, 싶다. 

책 표지의 반을 넘게 가리고 있는 맷 데이먼을 보고, 영화화 되나보다, 싶었는데, 어느새 예고편까지 나와있더라.

솔직히, 이 작품이 시각적으로 볼거리가 풍부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작품은 일지의 형식으로, 주인공이 매일매일 있었던 일을 기술하는 방식으로 책의 흡입력에 이 서술 방식의 기여가 대단했다는 점을 상기해보면 영화화가 그다지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마크의 캐릭터도 재미있긴 하지만, 전형적이고 지나치게 낙천적이라 쉽게 흥미를 잃을 수도 있다.

그에 비해 마크를 구하고자 하는 나사쪽의 드라마가 훨씬 다이나믹하고 등장 인물들고 입체적이라 결국 화성과 지구, 헤르메스호의 비중 분배를 어찌 할 지에 따라 영화의 성패가 결정날 듯 하다. 


다시 책으로 돌아가보면, 마크의 '좆된 상황'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에 관한 부분과, '마크 한명을 좆된 상황에서 구출해 오기 위해 더 좆같은 상황들을 감내하고 수십억의 돈을 쏟아붓기를 주저하지 않는 상황' 에 대한 부분에 특히 만감이 교차했다. 

마크는 공학도다운 냉정함으로 상황을 재빠르게 판단하고 계획을 세우고 하나씩 해나간다.

반면 그를 구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인간적인 충동으로 감정적인 계획을 세우고, 시도한다. 


궁극의 낙천적이란 어떤 것일까?


문제에 맞닥뜨렸을 때,


'에이 어떻게든 되겠지. 일단 놀고 보자.'


이런 마음이 과연 낙천적일 것일까?


마크는 이렇다.


'어떻게든 해봐야지. 일단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뭐지? 앞으로 해야 하는 일이 뭐지? 그래 이것부터 한 번 해보자.'


자신의 능력과 주변 환경, 실행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을 이성적으로 나누어서 차근차근 시도해본다.

안되면 안 된 이유와 해결방안을 모색한다.

차근차근 한가지씩, 할 수 있는 것 부터, 해본다.

최선을 다하고, 하늘이 도와주고, 그딴건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할 수 있는 것을 그냥 해보는 것.

마크야말로 궁극의 낙천주의자, 어떤 상황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궁극의 인간이다. 

역시, 소설을 읽으며 극중 인물을 본받아야겠다고 생각한 건 또 얼마만인가!!! 

초딩스러운 마무리로 리뷰를 마쳐야겠다. 

나도 마크 와트니 같은 사람이 되야겠다. 


-끗~-







아, 문득 아주 오랫동안 내 마음 속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문장을 인용하려 한다.

이 대사가 이렇게 공학도스러운 문장이었다니.




"일단 결정한다. 그리고, 해낸다.

이것이 무언가를 하고자 할 때 유일한 방법이랍니다. "  


애니메이션 [건담S.E.E.D] 중, 히로인 라크스가 갈등하는 주인공 키라에게 건넸던 한마디. 

마크 와트니가 딱 이렇게 하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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