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일인자 1 - 1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1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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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을 통해 체험단에 선정되어 판매되기 전에 미리 가제본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나 역시 역사 소설을 꽤나 좋아하는 30대 남자로써 '로마' 라는 단어는 그 자체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리스의 뒤를 이어 유럽 문화의 뿌리가 된 로마 문명. 정확하게 알지는 못해도 집정관과 호민관, 원로원이 어우러진 초기 공화정과 제국으로의 변모, 그리고 거대한 대제국. 다신교 문화에서 피어난 유일신교의 씨앗. 그리고 극적인 역전 등, 수박 겉핥기만으로도 충분히 달달한 이야기들이 죽죽 흘러 내린다. 

나처럼 어설프게 아는 독자들도 '시저' 정도는 들어봤을 것이다. 영어로는 줄리우스 시저, 원래 발음은 율리우스 카이사르.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 그리고 '이미 루비콘강을 건넜다', 그리고 '부르투스 너도냐!' 까지. 실제로는 했네, 안 했네, 원래는 이런 말이었네, 저런 말이었네 말도 많지만 어쨌든 그 정도로 유명한 인물이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일 것이다. 키케르와 클레오파트라까지 덤으로. 


[로마의 일인자] 는 바로 그 '시저' 의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와 같은 이름의 인물로부터 시작된다.

노회한 정치가인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눈에 무관 출신의 노숙한 정치가 가이우스 마리우스가 들어온다.

이 두 이름을 보는 순간 이미 가슴이 쿵쾅쿵쾅.

로마 공화정 말기의 이른바 '100년 내전 은 로마사에 아주 약간의 관심만 있는 사람이라도 어느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다.

이탈리아 동맹시들의 이탈과 반란, 로마 내부의 정쟁, 평민들의 불만과 궐기, 그리고 가이우스 마리우스로 대표되는 평민파와 술라로 대표되는 귀족파의 본격적인 충돌. 그리고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출현과 삼두정치, 그리고 루비콘강에서의 회군.

바로 그 시기의 이야기로구나!!!!   


1권 초반에서부터 이야기는 나의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다.

작품 속 가이우스 마리우스는 이미 40세를 훌쩍 넘은데다가 로마의 귀족 혈통도 아니라 집정관이 될 수 없는 처지로 등장한다.

'어라, 이럴리가? 아니, 이럴수가?'

게다가 작품의 1/3쯤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술라는 애인에게 얹혀사는 기둥서방과 다름없는 건달처럼 보인다. 게다가 양성애자!! 

로마 공화정 말기, 최고의 권력을 누렸던 가이우스 마리우스와 술라가 이렇게 중요한 시기에, 이렇게 별 볼 일 없는 처지였다니!! 

멀리서 봤던 숲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보고, 겉핥기만 했던 수박을 쪼개보니, 진짜가 보이기 시작한다. 

게다가 정신 차리고 보니 각 챕터가 당 해 연도로 되어 있다.

기원전 110년. 아... 가이우스 마리우스와 술라가 본격적으로 붙기까지는 아직 수십년 더 지나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잘 아는 바로 그 '시저'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태어나려면 아직 10년은 더 있어야 한다. 

서두를 장식한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시저의 할아버지인 것이다.


1권의 전체 내용은 가이우스 마리우스와 술라가 자신이 기반을 다져가는 과정이 속도감 넘치는 전개와 간결하면서도 명확한 상황 묘사로 정말 재미있게 펼쳐진다. 당시 로마의 정치상황에 대한 설명도 간결하기 이를 데 없고, 지나치거나 모자람 없이 인물들의 선택에 대한 이해가 충분할 정도로 주어진다. 특히 돈으로 거의 모든 것이 해결되던 당시 로마정을 가감없이 묘사하고 있다. 권력을 얻기 위해서는 혈통과 돈이 필요하고, 권력을 얻으면 혈통과 돈을 그러모아야 한다. 정치의 이유는 오롯하게 자신의 욕망이며 정치 활동 자체도 피호민을 모아 세를 넓히기 위해서일 뿐이다. 권력의 분립과 견제, 그리고 균형을 모토로 발전해온 공화정은 이미 시궁창 고인물이 되어 썩은내를 폴폴 풍기고 있었다. 


내가 역사소설을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등장인물들이 정말 그 시대 사람처럼 생각하는가?' 이다. 물론 그건 그리 단순한 일이 아니다. 주변 인물들과의 대화, 다른 계급을 대하는 태도, 옷차림과 습관, 말투나 리액션 등 개별적인 것들이 묘사하고 있는 그 시대에 맞는 것들이냐는 것인데, 의아함을 찾기 힘들 정도로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술라가 권력을 위해 자신과 살을 비비던 사람들을 거침없이 찍어내고, 완고하고 금욕적이던 가이우스 마리우스가 율리아를 최고의 동반자로 받아들이는 과정도 처음엔 좀 의아했지만, 정치적 배경부터 따지고 들어가보니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작품을 읽는 내내 몇 년 전 재미있게 보았던 BBC의 드라마 'ROME' 이 떠올랐다.

드라마에서도 마침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주요 인물로 등장하기도 했고, 특히 시즌1의 피날레가 카이사르의 암살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연관이 깊다고 할 수 있겠다. 드라마 안에서도 로마인들의 자유로운 성관념과, 매수와 음모, 암살이 난무하는 정치 뒷세계의 이야기가 가감없이 드러났었는데, 소설 '로마의 1인자' 를 이해하는 데에 꽤나 큰 도움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총 7부라 하는데, 일단 1~3부까지 출간되는 모양이다.

사실 로마에 대한 정보는 너무 많아서, 딱히 스포일러다 뭐다 할 게 없다.

아니, 오히려 어느정도는 알고 보는 것이 훨씬 더 재미있기도 하다. 

1권을 통해 가이우스 마리우스와 술라는 정치적 동반자로써 서로 기반을 탄탄히 잡아낸다.

아마 2권부터는 둘의 본격적인 집정과 갈등의 싹이 다뤄질 모양새. 공개된 3권까지의 챕터들을 보니 그 유명한 '시저'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본격적으로 역사의 전면에 등장하기 까지는 한참 멀었다. 앞으로 가이우스 마리우스와 술라는 서로를 반드시 찍어내야 하는 존재로 끝없이 반목하게 되고, 젊은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가족간에 벌어지는 피바다 속에서 죽을 고비를 몇번이고 넘겨가며 로마의 일인자가 되기 위한 고난을 감내할 것이다. 


리뷰어로 책을 제공받았기에 처음부터 호의적인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긴 했지만, 정말 솔직하게 손에서 놓기 힘들 정도의 재미를 준다. 

로마 정치와 공화정에 관한 궁금증을 촉발시키는 면도 있어서, 책을 읽으면서 구글링도 참 많이 했고, 관련된 책들을 장바구니에 담기도 했다. 어쨌든 결론은, 재밌다. 앞으로 7부작 모두 순탄하게 읽어볼 수 있게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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