썬더볼츠 Thunderbolts 2 : 우리 안의 천사 시공그래픽노블
워런 엘리스, 마이크 데오타토 주니어 지음, 임태현 옮김 / 시공사(만화)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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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블 유니버스에 가장 큰 사건이었던 '시빌 워(내전)' 은 슈퍼 히어로들에게 엄청나게 큰 후폭풍을 몰고 왔다. 어벤져스의 양대 거목이었던 '아이언 맨' 과 '캡틴 아메리카' 가 '초인등록법안' 을 두고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파벌을 형성해 격렬하게 대립했던 시빌 워는 캡틴 아메리카의 죽음으로 아이언맨이 이끄는 찬성파가 승리한 것처럼 보였지만, 초인등록법안 이라는 법안 상정 자체가 정부는 '히어로' 와 '빌런(슈퍼 파워를 지니고 있는 슈퍼 악당)' 이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정의했다는 증거였다. 닉 퓨리에 이어 초인 국가기관인 'S.H.I.L.D(이하 '쉴드')' 의 국장을 맡게 된 아이언맨은  초인등록법안에 찬성하고, 반대파를 일소하며 신뢰를 쌓는 듯 했지만, 오히려 시빌워를 통해 발생한 사회적 혼란의 책임을 떠안고 쉴드라는 단체 자체가 사실상 기능이 정지되기에 이른다. 
 그 빈 자리를 차지한 것이 바로 슈퍼 빌런 '그린 고블린' 의 이중 인격체인 '노먼 오스본(스파이더맨의 숙적)'이었다. 시빌워 때 캡틴 아메리카와 스파이더맨, 데어 데블 등을 위시한 초인등록법안의 반대파들을 숙청할 때 실제로 빌런들을 활용한 작전이 정부 고위 인사에 의해 시행 되었었, 당시 노먼 오스본은 이 작전을 비교적 잘 통제하며 상당한 신임을 얻었던 터였다. 캡틴 아메리카가 죽고 데어 데블 등이 체포되며 초인 등록법안 반대파는 와해된 것으로 보였으나, 아직 등록하지 않은 히어로들은 너무나 많았고, 그들 중 누가 반대파인지는 알 수 없었다. 초인등록법안의 주체가 되고 남은 반대파들을 숙청해야 할 쉴드가 기능이 정지되어 버린 판에, 노먼 오스본이 '통제'하는 빌런 팀 '썬더볼츠' 가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른다. 
  이이제이. 악당으로 영웅들을 때려잡는 상황이었지만 , 정부의 입장에선 법안에 반대하는 자들은 빌런과 다를바 없었다. 실제로 노먼 오스본은 제어하기 힘든 사악하고 강력한 악당들을 비교적 잘 통제하며 등록하지 않은 히어로들을 '죽이지 않고' 합법적으로 체포하는 등 상당한 성과를 이뤄낸다.  하지만, 악당은 어디까지나 악당. 썬더볼츠의 가장 핵심적인 멤버 중 하나였던 '불즈 아이(데어데블의 숙적)'가 심각한 부상을 입고, 노먼 오스본의 또다른 인격체인 그린 고블린이 서서히 수면 위로 올라오며 깊은 곳에서부터 어두운 기운이 솟아나기 시작한다.

 '썬더볼츠' 는 완벽하게 악당들이 주인공과 화자로 전면에 등장하는 타이틀이다. 'JOKER' 나 '웃는 남자' 처럼 악당이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그래픽 노블들은 종종 봐왔지만, 악당들이 팀을 짜서 등장하는 타이틀은 꽤나 생소했다. 사실 미국 히어로 그래픽 노블들이 큰 인기를 얻는 이유는 강력한 주인공에 버금가는 강력한 악당이다. 배트맨을 '가지고 노는' 조커나 슈퍼맨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렉스 루터, 아이언맨을 떡실신 시키는 만다린, 캡틴 아메리카를 지속적으로 괴롭히는 레드 스컬 등 슈퍼 히어로를 상회하는 능력을 지닌 악당들이야말로 이야기의 꽃이랄 수 있다. 
 '썬더볼츠' 는 이러한 미국 그래픽 노블들의 생리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스파이더맨의 가장 강력한 숙적인 '노먼 오스본'은 스파이더맨의 세계관 속에서 거대한 과학 테크놀로지 기업인 오스코프사社의 평범한 연구원이었지만, 방사능 실험과 오컬트적인 영향으로 인해 엄청난 파워와 광기를 지닌 '그린 고블린' 이라는 존재가 되고 만다. 그린 고블린이라는 악당이 재미있는 부분은 마치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처럼 평소엔 노먼 오스본의 인격 아래 숨어있다는 점이다. 그린 고블린은 노먼 오스본의 이면에 자리잡고 마음 깊숙히 숨어있는 악마성과 광기를 이용한다. 샘 레이미의 첫번째 스파이더맨 영화 시리즈에서는 '웰렘 데포'가 그러한 양면성을 굉장히 잘 표현해냈다. 노먼 오스본은 처음에는 그린 고블린의 힘을 두려워하고 거부하지만,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는 강력함에 유혹을 느끼며 결국 그 스스로도 진정한 악당이 되어가는 인물이다. 아무리 공포스러운 힘이 있더라도 거대기업의 일반 연구원이 회사를 통째로 집어삼키기는 힘들다. 그는 그만큼 술수에도 능한 인물로서 뛰어난 모략과 첨단 테크놀로지를 이용한 무기들로 끊임없이 스파이더맨을 괴롭힌다. 심지어 이 인격은 아들에게 유전이 되기도 하는데, 스파이더맨의 본래 모습인 스콧 파커와 노먼 오스본의 아들인 해리 오스본과는 절친으로써, 두 부자 고블린을 동시에 상대해야 하는 지경에 몰리기도 한다.
 이런 캐릭터인 노먼 오스본이 썬더볼츠의 수장으로 악당들을 통제할 수 있었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거대 기업의 오너로써 정치계에도 줄이 닿아 있었고, 모략과 최첨단 테크놀로지를 이용해 악당들의 약점을 잡고 협박하여 통제한다.  

사실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악당들은 그 수가 꽤 많아서, 어떤 악당이 어떤 히어로와 관계가 있는지는 쉽게 파악할 수는 없다. 꽤나 많은 수가 등장할 뿐 아니라, 진짜 거물급 악당은 노먼 오스본과 불스아이, 베놈 정도에 불과하다. 이야기의 흐름에 맞춰서도, 그게 맞는 설정이긴 하다. 진짜 강한 거물들은 이런 혼란기에 섣불리 운신했다가 불똥을 얻어맞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노먼 오스본은 그런 틈새를 노려 정치적인 술수를 발휘해 상당한 권한을 획득한 것이다. 

악당들이 왜 악당일 수 밖에 없는지, 그리고 악당들은 왜 항상 질 수 밖에 없는지를 악당들 내부에서 상세하게 풀어내고 있다. 노먼 오스본이 아슬아슬하게 악당들을 통제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상당히 스릴있고, 노먼 오스본 스스로도 통제할 수 없는 자기 자신 안의 그린 고블린을 제어하기 위한 노력도 상당한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물론 등장하는 악당들의 여러가지 슈퍼 파워들을 감상하는 것도, 히어로들의 슈퍼 파워들을 즐기는 것 만큼 재미있다.  

항상 슈퍼 히어로들이 등장해,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결국 악당들을 물리치는 내용의 그래픽 노블들에 질리셨다면, 이 작품을 추천한다. 이 사악한 악당은 어떤 방식으로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결국 어떤 결과를 향해 나아가게 될것인지 꽤나 비교해 보는 재미가 있다. 악당은 왜 악당일 수 밖에 없는지, 그리고 악당들의 회합은 결국 어떤 식으로 무너지는지, 직접 감상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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