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맨 : 웃는 남자 세미콜론 배트맨 시리즈
에드 브루베이커 지음, 김동욱 옮김, 더그 만케 그림 / 세미콜론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폭력과 증오가 판치는 고담시에 짐 고든이 부임한 시기와 배트맨이 나타난 시기는 거의 같았다. 

그로부터 1년.

메트로 시티와 키스톤 시 등에서는 '슈퍼맨'이나 '플래시'같은 슈퍼 히어로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고담시는 부패한 시의회와 밀착되어있는 경찰은 아직 완벽하게 믿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짐 고든 반장이 직접 관리하는 부서는 쓸만한 경관들로 채워졌다. 고담시의 강력 범죄들은 짐 고든과 정의롭던 시절의 하비덴트를 계승한 몇몇 검찰들, 배트맨에 의해 조금씩 줄어들어가고 있었다. - 아니, 그런 것 처럼 보였다.



이엄청난 살육의 현장이 발견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죽은지 한달이 다 된 시신도 있던  지옥도와 같은 현장이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그날, 하얀 얼굴의 괴인이 나타나 고담시에 선전포고를 한다.


"모두 죽여버리겠다!"

는 무시무시한 협박을 한다.


요구사항도, 교환조건도 없었다.

일방적인 '살육예고'.

그에 앞서 괴인은 몇몇 인물의 이름을 거론하며 그들을 먼저 죽이겠다고 예고한다.






배트맨과 짐 고든이 예고된 연쇄살인을 막기위해 노력하지만, 매번 한발씩 뒤쳐진다.

괴인이 예고한 인물들은 철통같은 보안 속에서도 속수무책으로 괴이한 죽음을 맞이했고, 고담시 언론들은 그 괴인을 '조커' 라고 부르기 시작한다. 배트맨 역시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광기어린 천재 싸이코 패스 범죄자를 맞아 고군분투하며 그의 정체와 최종 목표를 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오히려 큰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그럼 대체 내가 무슨 수로 광인의 속셈을 읽는단 말인가?

이런 상황은 결코 예상치 못했다.

애당초 이 일을 시작할 때 내가 예상한 상대는 어디까지나 살인자, 약물 중독자, 성범죄자 같은 자들이었다.

극한 상황에서 앞뒤 가리지 않고 발악하는 자들 말이다.


이번 조커 같은 상대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p.53



'배트맨' 타이틀을 꾸준하게 펴내고 있는 '세미콜론' 에서 펴낸 이번 타이틀엔 표제이기도 한 [웃는 남자] 와 [나무로 만든 것] 이라는 두 작품이 실려있다. 그 중 [웃는 남자]는 배트맨과 조커의 첫 조우를 다루고 있는 작품으로, 이전에 국내에서 정식 출간되었던 [배트맨: 이어원] 과 [킬링 조크] 와 함께 보면 아주 좋다. 그림의 스타일과 분위기, 이야기의 흐름도 완벽하게 유기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웃는 남자]의 전체적인 내용은 팀 버튼 감독이 연출했던 첫번째 [배트맨] 영화와 유사하다. 조커 역시 우리에게 잘 알려진 히스 레저의 조커보다는 당시 잭 니콜슨이 연기했던 조커와 상당히 비슷한 느낌이다. 

[웃는 남자] 에서 쓰인 대량 살인의 플롯은 사실 만화와 영화를 막론하고 가장 많이 쓰인 플롯이다. 클리셰에 가까운 플롯이지만, 사실 이 플롯 자체가 '조커' 라는 인물 그 자체와 다름없기에 백번이고 천번이고 되풀이될 수 밖에 없다. 조커는 이 작품 안에서도 기발한 양동작전으로 배트맨과 고든의 눈을 속이고 고담시의 시민 모두를 죽이기 위한 잔혹한 계획을 세우고 진행시켜 나간다.

배트맨은 '탐정' 기질을 앞세워 조커가 일전 자신이 마주쳤던 '브라더 후드' ([킬링 조크] 참조) 라는 범죄자임을 간파해내고, 그가 저지르는 연쇄 살인을 막고, 그 이면에 숨겨놓은 대량 살육의 계획을 분쇄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두번째 작품인 [나무로 만든 것] 은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고든이 고담시 경찰청장까지 맡았다가 정년 은퇴까지 한 뒤를 다룬다. 

 
배트맨 타이틀에서는 '짐 고든'이 '배트맨' 만큼 중요한 인물이다. 대부분의 이야기들은 그의 시점에서부터 시작되는데, 이 작품집에 실린 두편의 작품 모두 그러하다. 배트맨 타이틀은 특히 '제 3자가 배트맨의 활약을 감상하는' 식의 스토리 텔링 기법이 많이 쓰이는데, 이번에 배트맨을 관찰하는 사람은 제 1대 그린 랜턴 '앨런 스콧' 이다. 




의문의 연쇄 살인 사건에 휘말리게 된 전 청장 짐 고든. 그와 배트맨은 이번 연쇄 살인이 40여년전에 있었던 연쇄 살인사건의 연장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범인을 찾기 위해 각자 자기만의 방식대로 수사를 시작한다. 그러던 중, 40여년 전 연쇄 살인 사건에 직접 관여를 했던 당사자이자 반지의 힘 '스타하트' 덕에 조금도 늙지 않은 그린 랜턴 앨런 스콧이 배트맨과 행동을 함께 하게 된다. 


강력한 반지의 힘으로 초인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는 앨런 스콧과는 달리 평범한 인간인 배트맨.

그는 현재와 과거의 접점을 찾아 범인을 파악하고, 범인의 심리 상태를 프로파일링 하며 정석대로 사건을 추리해 나가고, 초인인 그린 랜턴  앨런 스콧은 그런 배트맨의 방식에 큰 감명을 받게 된다. '인간 본연의 강함' 을 느끼게 된 것이다. 한편, 현직에서 물러났으나 사건을 모른척 할 수 없던 짐 고든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동원해 차근차근 범인을 추리해 나간 결과, 범인의 정체를 거의 알아내게 되고, 그 순간 크나큰 위험에 빠지게 된다. 

 

DC의 영웅 모임인 [저스티스 리그 오브 아메리카] 의 양대 거물인 슈퍼맨과 배트맨은 서로를 각각 '보이 스카우트' 와 '탐정 나으리' 로 부르곤 하는데, [나무로 만든 집] 은 배트맨이 왜 '탐정 나으리' 로 불리우는지 아주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배트맨의 탐정 기질을 아주 잘 드러내고 있다. 마치 고전 추리물처럼 차근차근 진실에 가까이 다가가는 정석적인 추리 서사 기법을 만화로 잘 풀어내고 있다. 외려 그렇기에 조금은 지루하게도 느껴지지만, 클래식한 스토리 텔링이 주는 즐거움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이다.





이런식으로 충분히 상세하게 담긴 각주의 해설도 친절하다. 



개인적으로는 국내에 정발된 마블과 DC의 작품들 중, 보다 완성도 높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들은 대부분 DC의 작품들이라고 생각한다. 마블의 작품들이 영화 '어벤저스' 의 영향 때문인지 과거의 명작들보다는 비교적 최근에 진행되고 있는 대형 프로젝트 위주로 런칭하는 반면, DC의 작품들은 이야기의 시작과 끝이 명확한 원 이슈의 작품들을 위주로 런칭하기 때문이다. 이런 작품들은 주로 뛰어난 스토리 텔러들을 영입하여 짜임새있는 이야기를 구성하기 때문에, 완성도가 상당하다. 

[배트맨: 웃는 남자] 도 상당히 깔끔하게 완성되는 두편의 이야기가 잘 담겨져 있다.

상당히 만족스러운 작품집.

배트맨과 조커에 대한 다른 시각을 또 느껴볼 수 있는 작품.

기회가 된다면 꼭 [배트맨: 이어 원] 과 [배트맨: 킬링 조크] 를 함께 읽는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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