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5
조지 오웰 지음, 김기혁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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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동물에 지나지 않던 인간들이 사회를 이루고 국가를 정립한 것은 그다지 오래 전 일이 아니다.

기원전 3000년 경에 4대 문명이 발달된 것으로 추측되니, 사회와 국가라는 것이 원시적으로나마 체계가 생기기 시작한 것도 그 즈음으로 보면 될 듯 하다. 그리고 수천년의 시간동안 인간사회는 거듭 발달해 왔다. 과학과 문명이 발달하고, 인간의 정신도 점차 깨어나기 시작했다. 인간은 태생적으로 사회적인 존재이다. 서로 돕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 거대한 자연의 광포함 앞에서 인간 개개인은 먼지나 모래알. 혹은 개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다. 필연적으로 인간들은 공동체를 이루었으나, 인간은 또한 이기적인 존재이기도 했다. 문명이 발상한 그 무렵부터, 인간들은 필연적으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해야, 이 이기적인 동물들의 집단을 통제하고 제어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우리 공동체가 더 안전하고 오랫동안 생존할 수 있을까??

그 결과 국가와 사회, 체제가 생겨났다.

 

인류의 역사에서 인간집단을 가장 효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은 바로 '공포' 이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공포는 바로 '죽음' 이다. 죽음에 대한 공포는 이길래야 이길 수 없고,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태생적인 감정이다.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인간은 죽음을 향해 내달리기 시작한다. 이 근원적인 공포를 가장 잘 활용하는 인간이 인간사회를 통치할 수 있었다. 그리고 죽음에 대한 공포를 이겨낼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바로 '종교' 였다. 죽음을 담보로 생을 손에 쥐고 있는 '신' 의 존재는 인간을 옴쭉달싹 할 수 없게 옭아맬 수 있었다. 고대 문명의 통치자는 제사장이었다. 중세 문명의 통치자 역시, 왕보다 높은 교황이었고, 그들의 권력은 현대문명까지도 이어져 내려온다. 뿐만 아니라 타인을 죽음으로 이르게 만드는 거대한 폭력이다. 폭력에 대한 공포는 죽음에 대한 공포와 맞닿아있다. 폭력적인 사람에게는 권력이 있다. 종교와 폭력은, 그렇기에 뗄레야 뗄 수 없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공포와 함께 활용되는 또다른 수단은 바로 '욕망' 이다.

인간이 아무리 지성을 가지고 있다 해도, 인간 또한 동물이기에 본능을 거스를 수 없다. 본능적인 욕망 중 가장 강렬한 것은 뭐니뭐니해도 식욕과 성욕, 그리고 권력욕일 것이다. 식욕과 성욕은 생존과 번식을 위한 가장 원초적인 본능이다. 지배욕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권력욕 또한 마찬가지이다. 수컷 원숭이들은 우두머리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운다. 권력이 있어야만 안정적으로 식욕과 성욕을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 사회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권력의 정점에 선 인간은 사회를 통치하기 위해 구성원들에게 식욕과 성욕을 제공하고, 권력욕을 억제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하는 것이 바로 '돈' 이다.

 

'1984' 의 세계는 철저하게 공포로 대중들을 통치하고 있는 사회이다.

'오세아니아' 국가 정부는 대중들을 조종하기 위해 온갖 것들을 사용하여 끊임없이 공포를 주입시킨다. 그리고 통치자인 '빅브라더' 를 신격화 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사용한다. '신' 이 언제나 나를 감시하고 있다는 공포와 적들이 끊임없이 국가를 위협하고 있다는 공포. 이 두가지의 거대한 공포가 대중들을 마비시킨다. 이 공포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정부는 끊임없이 언론을 조작하고, 역사를 날조한다. 대중들을 선동하고, 정보를 차단한다.

 

1984에 등장하는 세계는 크게 세 덩어리로 나뉘어 있다. 먼저 주인공 윈스턴이 살고 있는 '런던'. '영국 사회주의' 를 기반으로 성장한 '오세아니아'.

그리고 '동아시아' 와 '유라시아' 가 바로 그것이다. 다른 두 나라 역시 사회주의를 기반으로 성장한 국가로서 통치 방식은 오세아니아와 크게 다르지 않다. 1984가 그려내는 세계관은 너무나 설득력 있어서 소름이 쫙 끼칠 정도이다. 작품을 잘 읽어보면 동아시아는 중공 시절의 중국이 아시아를 통일했다면 가능했을 터고, 유라시아는 소비에트 연방이 세를 확장하고, 스페인이나 이탈리아의 내전이 공산주의 세력의 승리로 끝났다면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작품속의 오세아니아 정부가 인민들을 통제하는 방식은 우리가 이곳 저곳을 통해 들어온 북한의 모습과 지나치게 닮아있지 않은가.

 

인간은 그다지 대단한 존재가 아닐지도 모른다.

고통에 약하고, 공포에 약하다. 믿고 싶은 것만 믿고, 보고싶은 것만 본다. 믿기 무서운 것은 믿지 못하고, 보고싶지 않은 것은 못 본 것으로 해버린다. 작품속에서 등장하는 '이중 사고' 는 실제로 우리도 우리 세상에서 똑같이 할 수 있는 것들이다. 진실을 거짓이라고 하고, 거짓을 진실이라고 한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정부는 언론을 통제하기 위해 한 통로만을 냈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언론을 통제하기 위해 수백개의 통로를 낸다. 거짓을 진실이라고 말하는 통로 한개만 있든, 거짓과 진실이 뒤섞여 있는 수백개의 통로가 있든, 예나 지금이나, 작품속의 세계나 현실 세계나 대중들은 기만당한다.

윈스턴 또한 희망과 의지, 사랑까지 포기하게 된다. 고통. 그리고 공포. 그 앞에서 인간의 신념이란 바람에 흩날리는 먼지만도 못하다. 끊임없는 고통과 공포 앞에서 두개가 세개로 보이는 세뇌의 순간을 경험한다. 

 

'1984' 는 절망에 관한 이야기이다.

한 인간이 결코 벗어날 수 없는 그물 속에서 꾸역꾸역 하루를 살아가는 처절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그 이야기는 그야말로 너무나 현실적인 동시에, 너무나 끔찍해서 책장을 넘기는 것이 힘들 정도이다. 무료함, 권태로움, 신체적인 고통, 정신적인 고통, 상실, 배신, 그리고 또 신체적인 고통, 정신적인 고통.

이런 것들은 역설적으로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사회와 자유, 시간들에 대한 감사함을 느끼게 해준다.

지금 누리고 있는 작은 자유. 수많은 정보들을 얻을 수 있는 자유. 그것들은 우리가 누리고 지켜가야 할 소중한 것들임을 알려준다.

그것들을 잃지 않으려면, 깨어 있어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1984의 빅브라더 체제의 오세아니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소셜 네트워크의 발달로 사람들은 자신의 일거수 일투족을 사람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단순한 신상정보 뿐 아니라 내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말투를 쓰는지, 어떤 친구들과 친한지 클릭 몇번이면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정부나 해커들 뿐 아니라, 보이스 피싱으로 사기를 치고 물건을 팔고, 매춘을 하려는 무리들에게 까지 낱낱히 공개 되어있다.

게다가 우리는 실제로 북한과 전쟁중이지 않은가?? 정부는 보다 더 수월하게 대중을 조종하고 기만할 수 있다. 끊임없이 미국의 911 테러 조작설이나 천안함 피폭사건 조작설이 흘러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진정 자유로운 국가라면 대중들이 정부에 대해 끊임없이 요구하고, 의문을 제기하고, 진상규명을 촉구한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요구에 최선을 다해 부응해야 한다. 미국이라는 사회가 결국 사회적으로 건강할 수 있는 이유는 촘스키 같은 살아있는 양심의 발언을 가로막지 않고, 그런 촘스키의 국외 추방을 주장하는 또다른 시민단체의 활동 또한 가로막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고, 대통령을 비난한다고 사법기관의 힘을 동원하는 사회는 결코 건강한 민주주의 사회가 아니다.

'1984' 의 오세아니아를 지배하는 빅브라더의 영국 사회주의나, 대한민국 MB민주주의의 본질이 다르지 않아 보인다.

 

우리가 갖고 있는 가장 큰 자유는, 바로 '비판' 의 자유이다.

옳고 그름을 신념에 따라 구분해서, 그것에 맞게 행동하고 말할 수 있는 자유.

세상을 통찰하는 능력. 옳고 그름을 구분하는 능력.

그른 것은 그르다고 말할 수 있는 능력.

 

눈을 뜨고, 귀를 열고. 거짓들 속에서 진실을 구분하는 능력. 정부와 언론에 기만당하지 않는 날카로운 통찰력을 지녀야 할 것이다.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수만가지의 정보들 중 진실은 1%에 불과하다.

나는 그것을 구별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것으로 우리 사회를. 세상을 통찰할 수 있는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자유는 바로 그것을 위한 자유인 것이다.

'아 그래 난 자유로워~ 난 그냥 이렇게 거짓은 거짓이라고 믿고, 하루는 하루대로 즐기며 살꺼야~' 라고 해도 된다.

그것 또한 당신과 나의 자유일테니.

하지만, 그런 자유를 선택한다면 빅 브라더에게 감시당하는 삶을 사는 윈스턴의 하루와 다를 것이 없을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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