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 미사일
야마시타 타카미츠 지음, 김수현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종합 고등학교의 미술디자인과에 재학중인 여고생 '츠지오'는 점심시간을 틈타 미술 과제를 위해 옥상을 찾았다.

2층에 불과한 미술디자인과 건물이 아닌 보통과 학생들이 쓰는 4층 건물의 옥상이었다.

고교 2학년생이 되어서야 생전 처음으로 옥상이라는 곳에 올라간 독특한 소녀, 츠지오.

그리고 그곳에서 불량배 기질이 다분하며, 온갖 악소문을 달고다니는 싸움꾼 '쿠니시게' 와 그의 절친인 '준노스케' 를 만나게 된다.

점심시간마다 햇빛을 즐기기라도 하듯 옥상을 찾는 쿠니시게. 그리고 준노스케는 점심시간마다 연모하는 운동부 여학생 '미야세' 의 달리는 모습을 보기 위해 옥상을 찾곤했다. 거의 매일 옥상을 찾게되는 삼인조. 거기에 자살시도를 하는 듯 보였던 1학년 '히라하라' 가 끼어들며 '옥상부' 가 만들어진다.

 

하지만, 그들과는 달리 세계 정세는 위험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미국 대통령이 괴 테러집단에 납치당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군 부대를 방문중이었던 대통령과 함께 요새 전체가 테러집단에게 점령당한 상황.

그들은 미국의 우방국에 미사일을 날리겠다는 협박을 전세계에 날리고 있었다.

일본도 미사일의 위협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태.

 

언제 미사일이 날아들지 모르는 긴박한 상황속에서, 쿠니시게와 친구들은 변함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다.

그러던 중, 쿠니시게가 왠 권총 한자루와 죽은 것으로 보이는 사람의 사진을 주워오면서 옥상부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건속에 휘말리게 된다.

 

 

 

 

 

※여기부터는 개인적인 감상이기에 작품을 읽기 전이시라면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음을 미리 밝혀드립니다.

 

 

 

 

 

 

개성적인 인물들이 우루루 등장하는 전형적인 일본식 엔터테인먼트 소설.

만화를 보는 듯한 구체적인 시각적 묘사와 개성 뚜렷한 캐릭터들, 현실과 비현실의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타넘는 사건설정도 대단히 흥미롭다.

언제라도 미사일이 날아들지 모르는 불안정한 상황속으로 밀어넣어진 독자들은 시종일관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가지고 작품에 몰입된다.

그 덕분인지 별 거 아닌 사건들도 보다 크게 느껴지고, 복잡하지 않은 관계들이 보다 복잡하게 다가온다.

작가의 재치와 명민함이 돋보이는 설정이 아닐 수 없다.

사실, 미국 대통령이 납치된 상황- 이라는 설정만 빼고 보면 이야기 자체는 크게 뛰어난 점은 없다.

평범한 고등학생들이 어이없는 이유로 사건에 휘말리고, 그것들이 주변들과 얼키고 설켜 사건은 점점 더 애매모호한 방향으로 이끌려가고, 결국은 누구누구가 배후였다더라!! 라는 식의 전형적인 추리물의 플롯을 아주 고지식할 정도로 단계적으로 밟아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서로 달라 보이는 일련의 사건들이 결국은 하나로 모아진다는 식의 전개 또한 너무나 많이 봐왔고, 뻔하지 않은가?

 

바로 그 점이 이 장르의 강점이자 약점이다.

결국 엔터테인먼트를 위한 소설은 온전히 '재미' 에 초점을 맞춰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메시지나 성찰은 보다 원숙한 필력이 있어야 가능한 법이기 때문이다.

작가가 자신의 메시지에 스스로 도취되거나 함몰되어 이도 저도 아닌 어중간한 작품이 되어버리는 경우는, 한국 문학에서 오히려 더 많이 볼 수 있다.

일찌감치부터 재미를 위한 엔터테인먼트 장르문학이 잘 발달되어있는 일본에서는 왠만한 필력의 작가가 아니고서는 추리, 미스테리물에 사회적 메시지를 담으려는 시도 따위는 애초에 하지도 않는다.

 

[옥상 미사일] 또한 그런 범주 안에서 차근차근 이야기를 잘 풀어나간다.

언듯, 분위기를 깨는 - 거의 즉흥적으로 생각냈다고 보여지는 아이디어들이 다듬어지지 않은 상태로 러프하게 담겨있기도 한데, 그런 점들이 오히려 이 작품의 매력이 되기도 한다. (특히, 킬러의 이야기는 정말 어이없으면서도 재미있었다. 작가가 가지고 있는 생생한 아이디어들이 어떤 모습으로 튀어나오는지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거기에, 정말 과도하지 않은 만큼의 사회적 메시지가 들어있다.

이 밸런스가 정말 절묘한데, 이야기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아슬아슬하게 유지해 가면서, 일본 내 교육, 사회, 문화 등을 꼬집는다.

거기에 미국과 테러집단과의 미묘한 신경전, 정말 '깬다' 고 밖에 말할 수 없는 테러집단의 요구조건.

이런 무거운 주제들이 가볍고 경쾌한 이야깃속에 절묘하게 녹아들어 있다.

 

사실, 이런 미스테리, 추리물들은 어쩌면 삶에 대한 다른 관점에서의 접근일지도 모른다.

주인공들은 "왜 죽였을까? 어떻게 죽였을까?" 라는 의문에서부터 사건에 다가선다.

이것은 문득 수많은 철학서들이 '왜 태어났을까? 어떻게 살아야 할까?' 라는 질문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과 닮아있다.

 

얼마전 우리에게는 연평도에서 충격적인 소식을 들어왔다.

오늘(11월 28일) 부터는 서해에서 미국 항공모함을 포함한 대규모의 군사훈련이 진행된다.

이것은 분명 북한을 자극할 것이고, 중국 또한 자극받을 것이다.

바야흐로 일촉즉발의 시기는 이제부터인 셈이다.

이 상황이 바로 [옥상 미사일] 속에서 등장하는, 언제라도 도쿄에 미사일이 떨어질 수 있는 상황과 같지 않은가??

개인적으로는 이런 대치상태가 북한과 남한의 본격적인 전면전쟁으로 발전하기를 원치는 않지만, 가능성도 무시할 수는 없는 일.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어제와 다른 오늘을 살 필요는 없다.

내일 미사일이 날아올지도 모른다고, 오늘 눈 앞의 위기를 무시할 수는 없는 일이라는 뜻이다.

뿐만 아니라, 오늘 눈 앞의 즐거움과 사랑, 기쁨과 행복을 무시할 수도 없다는 뜻.

 

삶은, 언제나 일방통행이다.

가끔은 옥상에 올라가서 하늘을 한번 바라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하다.

내일 미사일이 날아온다면, 옥상에서 하늘을 한번 바라보지 못한 것을 후회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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