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 없이 해피엔딩 - 김연수 김중혁 대꾸 에세이
김연수.김중혁 지음 / 씨네21북스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지금 세대의 주류 작가들은 바로 전 세대의 작가들과 굉장히 많이 다르다.

모더니즘과 포스트 모더니즘을 거쳐, 융합과 해체, 작가주의와 대중주의, 풍요와 빈곤, 격동과 안정을 두루 경험해서 일까.

그들의 작품들은 사상적으로나 뭘로나 지나치게 한쪽으로 흐르지 않는다.

이쪽에서는 이쪽의 시각을, 저쪽에서는 저쪽의 시각을 절묘하게 잡아챈다.

 

그런 절묘한 균형감각을 가진 작가로 손꼽을 수 있는 이 세대의 기수라고 한다면, 단연 김연수 작가를 꼽을 수 있다.

한국 작가치고 상당히 다작하기 때문일까?

그의 작품세계는 깊고 디테일하면서도, 절묘하게 이쪽, 저쪽의 시각들을 잡아낸다.

 

북한의 공산주의화 과정에 대한 일단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밤은 노래한다' 를 살펴보면 그의 균형감각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상당히 민감한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사상적, 정치적, 역사적 균형감각을 절묘하게 유지하며 물 흐르듯 흘러나가는 이야기에 정신없이 빠져들게 된다.

뿐만 아니라, 이 시대의 작가로서 가지고 있는 작가주의와, 그 와중에도 '재미' 를 듬뿍듬뿍 담아 독자들을 배려한 대중주의의 절묘한 균형감도 대단하다.

 

마치 한편의 추상화를 연상케 했던 김연수 작가의 초기 단편들이나 '꾿빠이 이상' 같은 장편을 보면, 그가 가지고 있는 이 탁월한 균형감각은 나이를 먹고 경험과 사색을 통해 획득한 것으로 보여진다.

 

그런가 하면, 무심한 척하지만 시대상을 절묘하게 잡아내는 능력이 돋보이는 김중혁 작가도 있다.

김중혁 작가는 김연수 작가에 비해 정말 소작(?ㅋㅋ)하는 작가이다.

지금까지 나온 책은 '펭귄뉴스' 와 '악기들의 도서관'  요 단편집 두 권이 다다. 아마 여러 문집등에 단편들을 중심으로 기고하셨겠지만, 그의 톡톡튀는 단편들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너무너무 아쉬울 따름이다.

김중혁 작가의 단편들은 무척이나 소소하고 평범한 듯 하지만, 디테일과 캐릭터들이 생동감 있다.

특히, 그의 대표작이랄 수 있는 '펭귄뉴스' 의 경우에는 그가 가지고 있는 엔터테인먼트적인 스토리 텔링의 재능과 시대상을 가감없이 담아내는 통찰력을 엿볼 수 있다. 

독특한 건, 그의 단편들엔 '사랑' 이야기. 특히 '로맨스' 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떻게, 그런 소재가 들어가지 않으면서도 그토록 재미있을 수 있을까?? 

 

 

 

난 사실 김연수와 김중혁이라는 작가의 관계를 잘 몰랐다.

애초에 엣세이류를 거의 좋아하지 않아서, 김연수 작가나 김중혁 작가의 엣세이 형식의 기고들을 거의 보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너무나 다른 작품세계를 가지고 있는 이 두 작가가 국딩시절부터 알고지냈던 절친이라는 사실에 그야말로 깜놀!!!

게다가, 이 작품이 서로 편지를 주고받듯, 영화에 대한 엣세이를 릴레이처럼 이어간 작품집이라는 사실에 또 한번 깜놀!!!

 

내가 엣세이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소설 원작인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랑 비슷할 것이다.

소설을 통해 상상하는 작가를, 엣세이를 통해 직접적으로 맞닥뜨리는 것은 큰 도박이기때문이다.

김연수 작가의 경우는 왠지 아웃사이더적이면서도 반항적이고, 그러면서도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있는 사람이어야 했다.

김중혁 작가의 경우는 의외로 진중하면서, 따뜻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자기만의 세계를 만끽하는 사람이어야 했다.

 

허나 이게 왠일.

 

엣세이를 주고받는 이 둘의 모습은 그냥 '애들' 이었다. ㅋㅋㅋㅋ

안되, 이건 뭐야!!

김연수 작가는 [밤은 노래한다] 의 김해연의 모습이어야 했다. 이름도 비슷하잖아. 아니면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에서 강시우를 바라보고, 정민을 바라보던 '나' 여야 했다.

김중혁 작가는........................

그래, 솔직히 김중혁 작가는 내가 상상하던 이미지와 거의 비슷했다..ㅋㅋㅋㅋㅋ

엉뚱한 것들을 발명해내는 이눅씨처럼, 그는 엉뚱하지만 따뜻한 사람. 그러면서 로맨스와는 꽤나 거리가 있는..ㅋㅋ

 

김연수 작가와 김중혁 작가는 정말 절친의 모습 그대로, 서로를 흉보고 말꼬리를 잡고 말장난을 치면서 영화에 얽힌 각자의 추억들을 풀어낸다.

 

아, 이런 영화 리뷰도 있구나 싶었다.

솔직히 리뷰라기 보다는 그냥 영화에 얽힌 소소한 이야기들이다.

 

결국 소설이란 것도 사람 사는 이야기이고, 영화라는 것도 사람 사는 이야기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들이 그 얼마나 다르겠는가.

그닥 신통할 것도, 신기할 것도 없는 두 작가의 재미난 이야기.

 

생각없이 빠져들면, 대책없는 해피엔딩이다.

 

문득, 김중혁이라는 친구가 있는 김연수 작가와 김연수라는 친구가 있는 김중혁 작가가 쬐끔. 아주 손톱만큼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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