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의 미학 - 인문학과 사회학, 심리학과 경영학을 넘나드는 종횡무진 축구이야기
프리츠 B. 지몬 지음, 박현용 옮김 / 초록물고기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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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람은 아는 만큼 보이고, 보고싶은대로 본다고 한다.

그림이나 음악을 보거나 들을때, 작가의 탄생 연도나 작품에 얽힌 에피소드, 그림을 그릴때 쓴 재료나 기법, 음악을 구성하고 있는 화음이나 악기연주 수준 등을 알면 조금 다르게 즐길 수 있듯이 말이다.

 

만화를 그리고, 이야기를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영화를 보거나 멋진 광경을 볼때 언제나 만화 컷 안에 들어있는 선으로 된 그림들을 상상한다.

'아 이장면은 만화로 표현하면 이렇게 할 수 있겠다, 저렇게 할 수 있겠다...이런 생각을 하곤 한다. 뿐만 아니라 책을 볼때도 마찬가지이다.

이 내용은 만화로 각색하면 이렇게 되겠고, 주인공은 어떻게 생긴 캐릭터로 잡으면 되겠고... 등등.

 

아마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직업과 전공에 따라 같은 것을 보더라도 그것에 대한 '이미지' 는 머릿속에서 각각 완전히 다른 모양새로 자리매김 할 것이다.

 

이 작품은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고, 가장 많은 인구들이 즐기는 '축구' 라는 스포츠에 대한 이야기이다.

 

축구 역시 즐기는 사람들에 따라 각기 다르게 보일 것이다.

선수출신이었던 사람이나, 관련된 일을 하는 행정직원, 또는 축구 게임을 개발하는 개발자나, 축구영상을 찍는 TV 카메라 기사등은 분명 나같이 만화를 그리는 사람과는 조금 다르게 축구가 보일것이다.

 

이 책에서는 인문, 사회학의 대가들이 보는 축구에 대한 이야기이다.

거기에 심리학과 경영학자들도 참여해, 피치위에서 벌어지는 22명의 격렬한 전쟁을 통해 현실을 재조명한다.

 

축구는 흔히 피치 라고 부르는 그라운드 위에 22명의 건장한 남자들(여자들)이 공을 하나 사이에 두고 벌이는 치열한 싸움이다.

손보다 둔한 발로 둥근 공을 컨트롤 해 상대방 골 문 안에 집어넣는 것이 이 싸움의 목적이다.

아마 한국의 왠만한 남자 치고 공 한번 안차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축구는 그만큼 쉽고 간단해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스포츠이다.

적당한 공간과 왠만큼 굴러가는 공 하나만 있으면 할 수 있다. 예전에 내가 중고등학교 시절엔 교실 앞 복도에서 우유팩, 심지어 실내화까지 차고 놀았던 기억이 있다. 종이를 뭉친 뒤 테이프를 돌돌 감으면 그것 역시 좋은 공이었다.

 

애초에 축구란게 원래 성문 사이에서 돼지 오줌보를 차며 놀았던 놀이라고 하지 않던가.

아무런 목적도 없다. 돈을 벌기 위함도 아니고, 뭔가 엄청난 상을 차지하기 위한 것도 아니다.

단순히 그냥 상대방을 이기기 위해, 단지 그 하나만을 위해. 그리고, 재미와 즐거움을 위해 공을 차는 것이다.

 

이런 단순한 스포츠에 인문학, 사회학, 심리학에 경영학까지 들어있다고 하면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축구라는 스포츠가 가지고 있는 팀웍, 선수들 개개인의 마인드, 골대 앞에 선 골키퍼와 그와 마주한 상대팀 스트라이커의 마음,

끊임없이 발전하는 '전술' 과 피치 밖에서 선수들을 바라보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감독, 선수 개개인의 능력을 발견하고 개발하여 팀 전체의 경기력을 끌어 올려야 하는 코칭 스탭들과, 팀, 즉 구단을 운영하는 운영진들의 마인드.

 

축구는 11명이 하지만, 결코 11명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 안에는 선발선수도 있고, 후보선수도 있으며, 용병선수도 있다.

팀을 이끌고 가는 감독과, 감독을 보좌하는 스탭들, 그리고 팬들이 있다.

이 모든것이 하나의 작은 사회이고, 현실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다.

 

이 책을 통해, 인문, 사회학과 경영학의 일부를 잠깐 즐길 수 있었다.

축구를 통해 보는 세상과 사회는 좀더 치밀하고, 좀더 쉬웠다.

 

이 책은 축구이야기라기 보다는 세상 이야기이다.

축구에 담겨있는 작은 세상 이야기.

축구공은 둥글다. 지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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