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 쓰기 - 전방위 문화기획자를 위한
장상용 지음 / 해냄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이야기를 하고, 듣는것은 모든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이다.

인간은 유희적 동물이기 때문이다.

모든 인간은 즐거움을 추구하고, 이야기란 즐거움을 획득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도 단순한 방법이다.

이야기, 즉 '스토리' 를 통해 무생물은 생명을 얻고, 찰나의 순간은 명확한 서사를 가진 영원의 시간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무생물에 생명을 불어넣고, 찰나의 순간에 영원이라는 시간을 불어넣는 과정을 '스토리 텔링' 이라고 부를 수 있을것이다.

 

세상 모든 것에는 '스토리' 가 있고, 세상 어떤 것에도 '스토리' 를 부여할 수 있다.

생판 모르던 두 남녀가 스토리를 통해 어린시절 헤어진 남매가 되기도 하고, 전생에 연인이거나 혹은 원수였던 사이가 되기도 한다.

그 뿐이랴, 정체를 숨긴 스파이나 외계인이 되기도 하고, 철천지 원수 사이로 만나 복수를 꿈꾸기도 한다.

이 남녀를 그런 사이로 만드는 과정이 바로 스토리 텔링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을, 로미오와 줄리엣 답게 만드는 것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숱한 '스토리' 들이다.

철천지 원수간인 두 가문. 그 가문의 비슷한 나이대의 청춘 남녀. 서로 한눈에 반할만한 외모, 그리고 그 순간을 이끌어내는 가면무도회에서의 첫 만남. 여기에 둘의 관계를 알고 도와주는 줄리엣의 유모, 성당의 신부, 그리고 그 관계를 방해하는 줄리엣의 사촌오빠.

관계를 파국으로 이끄는 치명적인 결투, 그리고 신부가 구해주는 수면제와, 로미오가 구하는 독약.

이 모든 요소들이 인과적으로 명확히 연결되고, 그 과정들의 디테일이 설득력이 있을때야 비로소 하나의 '작품' 이 완성된다.

 

이 책은 이렇게, 이야기를 재미있고 설득력 있게 만드는 기본적인 방법들이 모여있다.

 

개인적으로 영화나 연극 시나리오를 공부한 적이 있었기에 처음 이 책의 내용을 들었을때, 굉장히 두껍고 전문적일 것이라는 예상을 했었다. 게다가 단순히 영화나 연극 뿐 아니라, 만화, 드라마, 게임등 제목 그대로 '전방위' 적인 장르들을 담기만 하는데도 상당한 분량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은 깜짝 놀랄정도로 얇다.

그렇다면, 그 내용은 다 가벼운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이 책은 그야말로 일종의 '다이제스트' 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영화, 드라마, 만화, 연극은 물론 소설까지 다양한 장르를 모두 관통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이고도 핵심적인 요소들만 뽑아서 정리해 놓았기 때문이다.

그 정리한 카테고리와 뽑아낸 요약본도 쉽고 알차서 한 부분도 놓치고 싶지 않을정도이다.

 

우선 카테고리들은 크게 '구성' 과 '연출'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매력적인 캐릭터를 잡는 방법을 제시한 뒤에, 그 캐릭터를 활용하는 연출기술의 몇가지를 보여주고, 캐릭터를 돋보이게 하는 구성방법을 알려준다. 캐릭터의 주변 인물들을 배치하는 연출기술을 제시하고, 사건을 나열하는 방법을 제시함으로써 기본적으로 스토리를 '구성' 하는 기술의 엑기스들을 알려준다.

 

이 과정도 크게 딱딱하거나 어렵지 않다. 저자는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얻은 최근의 드라마나 소설, 영화의 킬러씬들을 예로 들기때문에 대중문화에 관심깨나 있는 사람이라면 쉽게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것이다.

 

이 두 부분 사이에, 최근의 유행대로 원소스 멀티유즈의 방법, 즉. 각 장르에 따른 각색 요령을 간단히 정리해 준 뒤에 본격적인 연출 기법을 제시하기 시작한다.

 

이 부분 역시 굉장히 쉽고 명징하게 설명하고 있다.

관객들을 캐릭터에 감정이입시키고, 그 감정을 따라 흐르게 만드는 다양한 기법들이 역시 위와 같이 크게 히트한 작품들의 킬러씬들을 예로 들며 또박또박 짚어나간다.

 

'스토리 텔링' 은 '문학' 과는 차별을 두어야 하는 분야임은 확실하다.

비록, 그 뿌리는 같다고 하더라도, 스토리 텔링은 엄연히 '대중' 을 타겟으로 한 철저하게 재미를 추구하는 일종의 기술이다.

뻔한 것을 뻔하지 않게, 식상한 것을 식상하지 않게 다듬고 꾸미는 것도 여기에 포함된다.

 

 

 

이 책을 보면, 왜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욕을 하면서도 소위 '막장' 드라마를 볼까?

왜 그렇게 욕을 많이 먹으면서도 작가들은 끊임없이 '막장' 드라마 대본을 쓸까?

라는 의문은 어느정도 해답을 얻을 수 있을것이다.

 

사실 해답은 우리도 다 알고 있다.

 

'재미'있기 때문이다.

 

'재미' 를 위한 가장 기본적이고도 유익한 지침서를 만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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