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의 신곡 - 영원의 구원을 노래한 불멸의 고전
단테 알리기에리 지음, 다니구치 에리야 엮음, 양억관 옮김, 구스타브 도레 그림 / 황금부엉이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고전. 클래식.

이 단어만큼 딱딱하고 지루한 느낌을 주는 말이 또 어디 있던가.

하지만, 이 단어만큼 가치있고, 뛰어나다는 의미를 가진 말 또한 없을 것이다.

 

인간은 반드시 죽지만, 고전은 영원지 죽지 않는다. 아마 서기 5000년의 인간들도 '단테' 라는 이름을 배울 것이고, 이 작품 '신곡' 또한 읽히든, 아니면 최첨단 기기를 이용해 뇌에 주입되든 할 터이다. 뭐, 지금의 인류가 그때까지 멸망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ㅋㅋ

 

 

1300년경 이탈리아 피렌체에는 유럽의 상업과 무역의 중심지였다.

천하의 부가 모이며, 그 부를 둘러싸고 수많은 가문들이 정치, 종교적으로 분열되어 큰 파벌을 이루며 격렬한 투쟁을 벌이고 있었다.

이 많은 파벌들 중 '백파' 와 '흑파' 가 있었는데, 이 작품의 주인공인 '단테' 는 백파의 리더들 중 한사람이었다.

백파는 시민들의 신뢰와 지지를 받고 있었으나, 일부 귀족과 부호들의 이익을 위해 암약하는 흑파의 모략과 음모로 인한 군사 쿠데타로 지도자 전원이 투옥되고 추방당하고 만다.

단테 또한 피렌체에서 영구 추방되어, 방랑의 길을 떠나, 결국 베로나를 거쳐 라베나에 정착하여 살다가 그곳에서 죽었다.

이것은 단테가 보고 겪었던 이야기이다.

 

단테는 깊은 숲속을 헤매이고 있었다. 어디로 가고 있었는지, 여기가 어디인지도 애매모호했다.

깊은 숲속에서 거대한 늑대와 사자를 만나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을때, 로마시대 뛰어난 시인이었던 '베르길리우스' 를 만나게 된다.

역시 '시' 를 공부했던 단테는 베르길리우스의 이름을 듣자마자 공경의 마음과 신뢰를 갖게 되고, 그의 인도로 지옥과 연옥을 여행하게 된다. 그리고, 길고 끔찍한 지옥과 연옥의 여행이 끝난 뒤에는 지금은 죽고 만 사랑하는 여인이었던 '베아트리체' 를 만나 천국을 여행하고 삶의 의미와 사람의 가치를 깨닫게 된다.

 

 

 

 

 

단테의 '신곡' . 아마 누구나 한번쯤은 들었을 것이다.

아마 유명한 게임인 '데빌 메이 크라이' 의 주인공 이름이기도 한 '단테' 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단테는 호메로스, 셰익스피어, 괴테와 함께 세계 4대 시성으로 꼽히며, 이탈리아가 낳은 가장 위대한 시인으로 꼽는 위대한 인물이다.

(세계 4대는 좀 그렇고, 서양 4대라고 해야 맞을 터다 사실은.ㅋㅋㅋ 지들이 이백이나 두보의 한시를 접하지도 못했으면서...대체 누가 세계 4대 시성을 뽑았는지 원..ㅋㅋㅋ)

 

여튼, 이 작품 '신곡' 은 단테가 죽기 직전에야 간신히 완성항 '대서사시' 라고 알려져 있고, 10몇년간 집필에 몰두했던 역작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 '소문' 만으로도 '와 어렵겠다' '와 엄청 두껍겠다' 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단테는 '시인' 이고, 이 작품은 엄밀히 말하면 정말 그냥 대서사'시' 인 것이다.

두께도 얇고, 사실 글자도 별로 없다. ;;;

 

처음 신곡을 접했을때, 솔직히 읽긴 읽었으되, 머리가 하얀...그런 느낌이었다.

대강 맥락은 이해되지만, 시란 함축된 단어들의 나열이지 않은가?

100 중에 20만 이해한 셈이니, 재미있을리 만무했다.

일단 단테를 인도하는 베르길리우스가 어떤 사람인지도 확실히 알 수 없었고, 중간 중간 등장하는 망자들도 '얜 또 누꼬?' 수준이었으며, 감탄사와 오래된 성경처럼, '누가 뭐뭐 하였으니~~ 하였으되~~' 로 끝나는 애매모호한 종결어미들 역시 몰입을 방해했었다.

 

정말로 '주석' 이 엄청나게 많이 필요한 책이었던 것이다.

말 그대로 밑줄 쫙 쫙 거가며, 화자가 처한 상황, 함축적 의미, 상징성, 작품 외적인 상황, 내적인 심리...등등 우리고 고등학교때 배웠던 시에 대한 모든 것들을 쥐뿔정도는 알아야 즐길 수 있는 작품이 바로 이 '신곡' 인 것이다.

 

 

이번에 리뷰를 하게 된 다니구치 에리야의 '단테의 신곡' 은 위에 언급한 곤란한 요소들을 상당히 해소시켜주는 좋은 작품이다.

일단 19세기 최고의 일러스레이터인 '구스타브 도레' 의 세밀 목판화도 함께 해 예술적 가치가 상승되었고, 다니구치의 세밀한 주석도 신곡의 세계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시' 란 함축된 언어로 쓰여진 것이기에 이거 뭐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애매한 부분들이 있고, 저자의 의도도 애매한 부분들이 있는데, 그런 하나하나. 등장인물 한명한명까지 상세한 주석이 붙어있어 전반적인 이야기의 이해에 많은 도움을 준다.

뿐만 아니라, 구스타브 도레의 놀라운 상상력이 표현된 세밀한 목판화도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일조한다.

정교하고 디테일한 정묘한 판화들은 그 등장인물들의 섬세한 표정까지 완벽하게 담아내고 있으며, 끔찍한 지옥과 연옥, 그리고 환상적인 천국의 정경까지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고전문학의 가치는 그 '순수성' 에 있다.

작가가 나름대로 탐구하고 도출해낸 교훈들, 가르침들, 인간의 삶의 의미와 가치들. 

그것들은 순수하게 다른 사람에게 전하고 싶어했고, 작가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역량을 발휘해서 그것을 담아낸 것이다.

 

고전문학은 서사적인 재미에 있어서는 현대문학보다 못 할 수도 있다.

사람의 어느 부위를 어떤 무기로 어떻게 쑤셨으며, 그것을 어떤 트릭으로 숨겨내고, 사건의 배후에는 누가 있었는데, 그와의 관계는 이렇고 저렇고 블라블라.

하지만, 과연 그런 서사적 '재미' 속에 인류에게 주는 보편타당한 메시지가 고전에 비할바가 될 수 있을까?

만약 있다고 쳐도, 그것은 이미 수백년전 작가들이 한 서너번쯤 써먹었던 것들에 불과할것이다.

 

 

인간에게 정말 영혼이라는 것이 있을까?

솔직히 말하면 잘 모르겠다.

내가 키우는 예쁜 고양이에게도 영혼이 있을까? 

그리고 사후세계란 존재할까?

그 사후세계에는 인간만 가는걸까? 그럼 우리 고양이는? 얜 죽으면 그냥 없어지는걸까?

질문에 질문이 끊이지 않고, 종교의 도움은 사실 그닥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종교 또한 그 질문들에 속시원한 도움을 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결국 그냥 개인의 믿음에 맡기게 되고, 그 믿음을 굳혀줄 무언가를 내밀 뿐이다.

 

이 작품 '신곡' 은 기본적으로 가톨릭 세계관에서 쓰여졌지만, 그리스.로마 신화의 세계관이 역시 뒤섞여있다.

지옥, 연옥, 천국은 기본적으로 가톨릭이 말하고 있는 사후세계의 모습이며, 뱃사공 카론은 그리스,로마신화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뿐만아니라 여러 곳에서 가톨릭의 세계관과 그리스 로마신화의 세계관이 큰 이질감 없이 어우러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결국 이 작품은 인간이 살아감에 있어 욕망과 탐욕이 인간은 어떤 길로 이끌고, 선행과 자비가 역시 인간을 어떤 길로 이끄는지에 대한 교훈인 동시에, 필멸의 존재인 인간에게 이 생보다 죽은 뒤를 더 생각해보라는 가톨릭 적인 종교관이 함께 담겨있다.

 

뿐만 아니라, 중간 중간 베르길리우스가 주는 교훈이나 베아트리체의 말 한마디도 대단히 인상적이다.

인간들이 흔히 저지르기 쉬운 실수에 대한 메시지들도 아주 풍부하다.

 

 

"무엇이 중요한지를 알아야 해.

논리를 넘어서 두 눈으로 보아야 한다네. 그 이유를 생각하는 건 좊지만, 그럴 때도 쓸데없는 논리를 적용해서는 안 돼.

논리를 따르면, 사람이 나아갈 길은 너무도 좁아.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자연의 경지처럼 바라보면 된다네.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자연의 경지처럼 바라보면 된다네. 모든 것은 불가사의, 모든 것은 자연, 마음에 비치는 그대로를 아는 게 중요한 일이라네."

P. 188

 

 

다니구치 에리야와 구스타브 도레의 신곡. 

이렇게 쉽고 재미있게 고전을 접할 수 있는 기회는 사실 많지 않다.

인류가 순수하게 추구하던 문학을 접해보기에 더 없이 좋은 교재임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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