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처럼 나비처럼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때는 19세기 말. 흔히 구한말이라고 불리우는, 조선이 대한제국으로 바뀌던 바로 그 무렵.
조선은 서구 열강의 개방요구를 묵살하며, 흥선 대원군 이하응의 주도 하에 쇄국정책을 펼치고 있었다.
흥선 대원군은 고종을 조선의 왕으로 옹립하고, 외척을 배재하기 위해 민자영을 고종의 배필로 삼게 한다.
 
사가에서 마지막 밤을 보내던 민자영은, 돌아가신 아버지께서 즐겨 가셨던 바닷가 모래사장으로 가기 위해 나룻터로 나간다.
민자영의 사가에서 바닷가 까지 가기 위해서는 일단, 강의 물길을 따라 근처까지 이동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나룻터에 묶여있는 배의 사공인 무명은, 낮에는 뱃사공이지만 밤에는 살인청부업을 하는 암살자였다.
나룻배에 홀로 몸을 실은 민자영과 그 배의 사공인 무명.
무명은 자영을 보자마자 한눈에 빠져들게 되고, 자신의 어두운 앞날을 체감하는 민자영의 옆모습을 보며 정줄을 놔버린다.
 
그래. 그럴 수 있다.
최근, 남자는 아름다운 여자 앞에서는 사고능력이 현격히 저하된다는 사실을 영국(인가 미국인가)의 한 유명 대학교에서 실험을 통해 증명해냈다고 하지 않는가.
 
민자영에게 한눈에 반한 무명은 바로 그순간, 자신의 모든 인생을 민자영에게 바치기로 한다.
 
소싯적에, 두려움에 떨던 어머니를 지켜주지 못했던 것이 가슴속에 두고두고 사무쳤는데,
바다를 바라보던 민자영의 옆모습에서 두려움이 느껴졌다나 뭐라나.
그런 이유를 대지만,
결론은 하나다.
 
이쁘니까.
 
너무나 예쁜 민자영에게 순식간에 반해버리고, 몸과 마음을 모두 바치겠다고 선언해 버린다.
이해할 수 있다.
난 남자니까.
 
그런데...
이건 영화다.
남녀노소 모두가 다 보는, 15세 이상 관람가라는 딱지를 붙인 모두에게 공개된 영화.
 
구한말이라는 시대적 배경과, 결국은 끔찍한 최후를 맞게 되는 비극의 왕비 민자영. 그리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는 무명.
정말, 너무나 많은 작가들이, 너무나 많은 이야기들을 만들어냈던, 고리타분하기 그지 없는 소재들을 엮고 엮어서 뭔가 만들어는 냈는데.
너무나 아쉽기 짝이 없다.
 
이야기의 구조는 헐겁기 짝이 없고, 시퀀스의 전환은 생뚱맞을 정도로 부자연스럽다.
매력적인 캐릭터들은 부자연스러운 전개과정 속에서 고군분투하지만, 위에 언급한 자영과 무명의 첫 만남처럼, 지나치게 억지스러운 전개들이 꼬리에 꼬리를 이으며, 캐릭터에 대한 몰입도를 떨어뜨려버린다.
 
액션장면은 그렇게 나쁜 느낌은 아니었다.
최근 액션의 트렌드인 슬로우 - 퀵 - 슬로위- 퀵 의 느낌도 잘 살렸고, 특히 피겨 스케이팅에서 모티프를 얻었다는 조선최고 검객이자 대원군의 수하였던 뇌전과의 1:1 대결은 이미지들이 적당히 어우러진 신선한 시도였다.
영화 전체에서 액션의 비중은 지나침도, 모자르지도 않은 적절함이 돋보였다.
 
하지만, 역시 악평이 끊이지 않는 허접한 CG는 그야말로 옥의 티 중의 티.
액션장면에서는 비교적 많은 공을 들인 듯, 생뚱맞은 장면들은 있었을지언정, 그래픽 처리가 어색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오히려 액션장면보다 중요했을 감정씬에서 등장하는 CG들은 솔직히, 드라마 '꽃남'의 오리CG만큼 어색했다.   
폭탄 테러 장면은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로 어색했고,  클라이맥스에 광화문 앞 서울거리의 CG는 너무나너무나 어색해서 안쓰러울 정도였다.
액션장면보다 중요한 장면들이었다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처리했다니.....ㅠㅠ
 
전반적인 이야기의 줄기는 괜찮았다.
무명이 민자영에게 연심을 품는 초반 설정만 괜찮았다면, 자영과 무명 사이의 감정 흐름도 괜찮았을 것이라고 본다.
또한, 덕수궁 전기불 점등식이라던지, 외국인들을 초대하여 오찬을 즐기는 모습 등은 정말 신선하고 좋았다.
하지만, 역시 임오군란에서 명성황후 시해사건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이야기의 줄기를 지나치게 압축해서 보여줌으로서 오히려 이야기 전반에 독이 되었다고 본다.
 
수애와 조승우의 연기 또한 나무랄 데 없었다.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의 대사들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잘 소화해 냈다.
 
특히 마지막 10분은 액션도, 흐름도, 캐릭터도, 연기도 모두다 대단히 감동적이었다. 명장면으로 꼽히기에도 충분할 정도로 감정의 누르기와 터뜨리기가 절묘하게 자리잡아 있었다.
 
전반적으로 긴 호흡의 원작의 흐름을 그대로 옮기기 위해 무리한게 아닌가 싶다.
사건이나 시간의 앞뒤를 좀 더 창의적으로 비틀어서 전개했으면 효과적이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무명이 자영에게 마음을 빼앗기는 순간.
아름다운 갈대밭, 아름다운 여인. 그리고 가을.
원래 가을남자는, 껌 하나만 내밀어도 홀라당 넘어온다고 하지 않는가.....
 
 

뇌전과의 일검.
궁 안에서의 음모가 지나치게 압축되어져 있어서 대체 뭔소린가 싶기도 했다.
뇌전이 왜 자영의 어머니를 죽였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깊이 생각해보고, 역사적인 배경지식까지 알아야만 했다. 
 


그래도 멋있었던 둘의 진검승부.
 
 
 

외국 공사관의 부인들과 오찬을 나누는 자영.
저 외국 부인들 뒤에 조선 통역사들이 한명씩 붙어있다가, 자영이 말 한마디만 하면 열심히 통역해 주는 장면이 신선하고 웃겼다.
 
 

허리가 드러나니, 모든게 드러나는 것 같군요. 난 한복이 좋아요. 많은 비밀이 숨겨져 있죠.
 
 
 

빛이 없는 곳에, 이름도 없다. 무명.... 그래서 그는 그림자의 삶을 살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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