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금서
김진명 지음 / 새움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종로구 명륜동. 평범한 여교수가 목을 멘 시신으로 발견된다.

어떠한 저항의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기에, 여교수는 자살한 것으로 결론지어진다.

하지만, 한가지 특이한 점이 있었다.

여교수는 앉은채로 목이 졸려 있었던 것이다.

과연, 사람이 앉아서 자살한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가능한 일일까?

그냥 일어서기만 하면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데, 그 생존욕구를 이겨내고 죽어갈 수 있을까?

종로 경찰서의 목반장은 본능적으로 사건의 냄새를 맡았지만, 타살의 어떠한 징후도 발견할 수 없었기에, 상부에 보고하지 않은 채 혼자 사건을 파고들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여교수 김미진의 장례식에 들른 이정수라는 남자를 발견한다.

국제적인 핵융합 원자로 연구단체 ETER 에서 핵심적인 기술의 연구를 맡고있는 이정수는 죽은 여교수 김미진과 절친한 사이였다.

목반장으로부터 김미진의 시신 발견 당시의 정황을 들은 이정서 역시 타살의 가능성을 확신하고, 수사에 협조하게 된다.

 

김미진의 유품인 컴퓨터의 데이터를 살펴보던 정서는 김미진이 절친한 사이였던 사학과교수 한은원과 공동으로 연구하던 것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공동으로 연구하던 과제는 다름아닌 과거에 있었던 행성배열에 대한 것이었다.

바로 [단군세기] 에 나와있는 기록인 태양계의 다섯 행성의 일자배열에 관한 부분을 시뮬레이션 한 기록을 찾아내고, 죽은 김미진과 한은원이 곰과 호랑이의 단군신화로 치부된 고조선의 진정한 역사를 찾기 위한 연구를 하고 있었던것이다.

이정서는 김미진의 죽음에 그것이 연관되어있음을 눈치채고, 목반장과 함께 한은원의 행방을 수소문한 결과, 한은원이 중국에 있음을 알게 된다.

또한 그러던 도중, 한은원이 자신에게 남긴 듯한 메시지를 발견하게 되고, 이정서는 사건의 중심으로 나아가기 시작한다.

 

 

 

 

김진명 작가의 최신작인 '천년의 금서' 는 한국 사학계에서 정사로 받아들여지지 않고있는 '환단고기(한단고기)' 중 [단군세기] 라는 책에서부터 시작된다

 

한국의 고대사에 대한 부분은 예로부터 많은 관심과 주변국들의 공격을 받아왔던 부분이다.

김진명 작가는 초기작인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에서부터 끊임없이 한국의 고대사에 대한 부분을 조명해 왔다.

'환단고기(한단고기)' 에 약 5000여년간의 치세 기록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배달국'과 '환국'이다.

(이 저서는 20세기에 쓰여진 것으로 추정되며, 여러 의문점이 제기되어 현재 한국 사학계에서는 위서로 치부되고 있다. 이 저서에 행성의 일자배열과 조수간만의 특이한 변화에 대한 기록이 있는데, 작가는 이 일자배열과 조수간만의 변화가 당시에 실제로 일어났음을 증명해낸다면 환단고기라는 저서 자체의 신빙성을 증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제하에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다.)  

 

'천년의 금서' 의 한 축이기도 한 '한은원' 은 "왜 우리나라의 이름을 지을때 '대한제국' 이라 지었었을까? "라는 의문을 제기한다.

대한민국. 한국의 한韓은 과연 어디서 온 한일까?

분명 중국의 그 한나라는 아닐 것임은 분명하다. 조선의 국왕이 나라 이름을 짓는데, 중국의 나라이름을 계승할리는 없지 않은가?

 

'고구려' 는 '고려'를 계승한 이름이다. 고구려처럼 기세를 떨치기 위함이었을 터다.

'조선' 은 '고조선' 을 계승한 이름이었다.

그런데, '대한제국' 은 왜 하필 한반도의 아주 작은 연합체였던 '삼한(마한 진한 변한)' 의 이름을 계승했을까?

일제시대 전인 고종시대에는 '삼한' 이 계승했던 고대'한' 에 대한 기록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이 이야기는 결국 한국의 뿌리는 어디일까? 라는 의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 나가는 과정이다.

 

 

김진명이라는 작가를 말하면, 언제나 들먹이는 단어들이 있다.

애국, 애족주의, 민족주의, 국수주의...

아름다운 단어들이지만,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나름 진보주의자라 칭하는 것들의 입에서 새어나올때는 공산주의, 사회주의보다 부정적 의미를 담은 단어가 되고 만다.

 

개인적으로, 나도 지나친 애국, 애족주의나 민족주의, 그리고 그것이 극단적으로 치우쳐지는 국수주의, 나아가 군국주의로 변질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애국, 민족주의라는 단어는 쉽게 쓰여지고, 지나치게 신봉되어도 안되지만, 배척당하거나 무시당할 성질의 것은 절대로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민족의 자긍심과 아름다움을 찾아내자." 는 얼마든지 지향되어야 하지만,

"우리민족을 얕보는 것들은 모두 추방하자." 는 절대로 지양되어야 한다.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우리 민족의 우수성과 전통을 널리 알리자." 는 존중받아야 하지만,

"세상 다른 민족들보다 우리 민족이 더 뛰어나다는 사실을 증명하자." 는 확실히 몰아내야 한다.

 

김진명이라는 작가의 수많은 저서들은, 언제나 지향되고 존중받을만한 메시지들로 충만했고, 여전히 충만하다.

특히, '황태자비 납치사건' 에서는 '화해와 용서' 에 대한 메시지를 당당하게 내밀었었다.

(한편으로는, 지나친 민족주의를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는 비난도 받았었다.)

이 작품 역시, 분명 애국,애족주의로 비판당할 부분은 분명 존재하지만, 한국 사학계의 잘못된 점 역시 날카롭게 지적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이라는 탐욕스러운 국가에 둘러쌓여 있는 우리에게는 분명 애국, 애족, 민족주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그 민족주의의 발로가 혼혈아를 차별하거나, 재외동포에 무관심하거나, 우리 민족을 욕한 외국인을 찾아 성토하는 것이어서는 안된다. 광장에 모여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을 응원하고, 외국에서 활약하는 스포츠 스타들을 응원하고, 광복절날 태극기를 망토처럼 펄럭이며 오토바이로 폭주하는 것으로 착각해서도 안된다.

 

우리의 역사를 똑바로 알고, 외국인에게 또박또박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고,

우리나라를 잘 모르고, 한 면만 보고 욕하는 외국인에게, 우수성과 아름다운 점들을 보여주고 안내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타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적어도, 우리나라에 어떤 세계문화유산이 있는지 정도는 알려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월드컵 4강에 오르고, wbc 준우승에 빛나지만, 혼혈아가 차별당하고, '미수다'에 나오는 외국인들이 좋은말을 하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모습, 재외동포인 젊은 연예인이 마녀사냥처럼 악플에 시달리다가 씁쓸하게 출국한 일련의 사건들이 안타깝게 다가오는 것은 그것 때문일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