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열 형민우 초한지 1 : 떠오르는 태양 이문열 형민우 초한지 1
이문열 원작, 형민우 그림 / 고릴라박스(비룡소)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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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요즘 한국의 출판만화시장은 학습만화가 대세이다.

IMF 이후 한국에 깔린 수많은 대여점과 우후죽순처럼 쏟아지는 일본의 재미있는 만화들에 의해 잠식된 한국 만화시장.

결국 만화가들은 끊임없이 '작품' 이 아닌 '생존' 을 위한 방법을 찾아야 했다.

 

학습만화는 만화가들에게 일종의 외도外道 였다.

정식 만화가들이 아닌, 만화가 문하에 있다가 실력이 안되 그만둔, 혹은 만화가들이 아르바이트 삼아 아이들을 대상으로 대강 그려주던 것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출판 만화시장이 죽고, 반대로 학습만화시장이 한국 부모들의 특별한 교육열의 힘을 업어 급 성장했고, 지금은 웹을 기반으로 한 '컬러' 만화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데 한 몫을 하고 있다.

 

형민우라는 작가는 한국 만화계에서도 특별한 존재였다.

일종의 웨스턴 판타지를 표방한 프리스트라는 작품은 특유의 암울하고 미스테리한 이야기와 그에 어울리는 독창적인 화풍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뿐만 아니라, 미국으로 수출되기도 했고, '둠 슬레이브' 라는 코믹스를 미국에서 그려내기도 했다. 한국형 그래픽노블을 표방한 '고스트 페이스' 라는 작품을 내는 와중에도 '무신전쟁' 이라는 소년만화를 그려내면서, 자신의 타이틀에 충실하기도 했다.

 

그러던 그가 결국 이문열의 초한지를 각색한 학습만화에 뛰어들었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나도 학습만화 시장에서 그림을 그리는 한 작가이자 독자로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 상황이다.

 

 

초한지는 정말 많은 버전으로 여러번 읽은 작품이다.

각색된 소설은 물론, '사기' 를 통해서는 물론 각종 만화로도 여러번 보아서 너무 익숙한 작품이다.

초한지는 '이야기' 라는 것이 가질 수 있는 재미있는 요소란 요소들은 모두 가지고 있는 작품이다.

항우 와 유방 이라는 극과 극을 달리는 두 캐릭터와, 그들을 중심으로 한 주변의 지략가들, 모사꾼들, 그리고 진나라 멸망 직후라는 혼란기, 하나였던 대 제국이 수백개로 쪼개지기 직전의 상황이기때문에 모든 것들이 단순하게 둘 또는 셋으로 갈라지기 때문이다.

삼국지나 수호지가 지나치게 많은 국가와 지나치게 많은 등장인물들때문에 정신이 없었다면, 초한지는 모든 이야기들이 두 영웅의 단순한 경쟁구도 안에 모두 갈무리되기 때문에, 구조 자체가 이해하기가 쉽다.

그리고, 중심적인 등장인물들 역시 많지 않기때문에 각 캐릭터들을 파악하기도 그다지 어렵지 않다.

 

초한지 1권도 1권 답게 등장인물 소개로 진행된다.

아이들용 만화답게, 도를 닦는 견습선인(?) 을 두마리(명?) 등장해 각자 항우와 유방 곁으로 가서 그들의 삶을 보고 배운다는 설정도 나쁘지 않다.

아이들용 컬러만화라 형민우 특유의 거친 선들은 많이 보이지 않지만, 적절하고 효과적으로 드러나 있다.  

 

캐릭터들도 형민우만의 독창성인으로 성격이 단번에 드러나는 효과적인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과연 이문열의 원작을 얼마나 잘 살리는 작품이 나올지 자못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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