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신저
마커스 주삭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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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이름은 '에드 케네디' 이다.

 

그 역시 현대를 살아가는 많은 젊은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10와 20대의 과도기를 살아가는 수많은 평화로운 세대의 젊은이들처럼 아무런 꿈도 없고, 아무런 의미 없는 하루하루를 되는대로 살고 있었다. 그래도 에드는 적어도 일을 하려는 의지는 있었다. 일찌감치 도시를 떠난 형제들이나 결혼해서 떠난 자매들과 달리, 이 도시 안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있었고, 택시 운전사라는 그럴듯한 일자리를 잡아, 작은 판잣집에서 아버지가 기르던 늙은 개 '도어맨'과 함께 살고 있었다.

에드는 같은 택시회사에서 운전사 일을 하고 있는 오드리, 오래된 친구들인 마브와 리치와 함께 여가시간을 보내면 되는대로, 살아지는대로 살고있다. 대부분의 요즘 젊은이들처럼.

 

우연히 은행강도사건을 목격하고, 은행강도의 어리버리함 덕분에 은행강도를 잡은 도시의 유명인사가 되어버린다.

 

그리고, 며칠 뒤부터 그에게 발신자를 알 수 없는 우편물이 도착하는데, 그것은 이름 세개가 적힌 트럼프 카드. 다이아몬드 에이스 카드였다. 에드는 카드의 출처와 카드에 적혀있는 이름들에 대해 고민하지만, 행동을 재촉하는 의문의 전화를 받은 뒤 전화번호부를 통해 그 이름들을 찾아보기 시작한다.

모두 에드와 같은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이름들이었다.

 

첫번째 이름의 주인공은 매일 한 모녀를 찾아가 폭행하고 강간하는 덩치큰 남자의 이름이었고,

두번째 이름의 주인공은 전쟁때 잃은 남편을 몇십년째 홀로 기다리고 있는 순박한 할머니의 이름이었다.

세번째 이름의 주인공은 너무나 달리는 것을 좋아하지만, 항상 경기에서는 지고 마는 날씬한 소녀의 이름이었다.

 

에드는 직감적으로 이들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눈치챈다.

 

 

 

내가 마커스 주삭을 접한건 '책도둑' 이라는 작품을 통해서였다.

마커스 주삭은 1975년생의 아주 젊은 작가로서, '메신저' 는 데뷔 초기랄 수 있는 2002년에 발표한 소설로, [책도둑] 은 이 책을 집필하면서 영감이 떠올랐다고 한다.

 

[책도둑] 을 보면서 이야기가 작중인물들이 아닌 '죽음의 신' 이라는 독특한 시점을 통해 그려졌다는 점에 신선함을 느꼈었는데, 이 작품 역시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가 등장한다.

 

에드에게 끊임없이 카드로 메시지를 보내는 인물. 그는 누구이며, 왜 에드를 선택했는가?

그 인물은 왜 에드를 통해 도시를 구원하려 하는가? 라는 의문이 전반적인 이야기에 상당한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책도둑] 에서 '죽음의 신' 이 화자임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시점이 대단히 따스했음을 느꼈고, 이 작품 역시 전반적으로 따뜻한 감성이 흐른다.

그것은 평범하고도 일상적인 행동들 속에서 근원적인 '따뜻함' 을 발견해내는 작가의 타고난 능력 때문일 것이다. 

마커스 주삭의 작품은 이제 두작품뿐이 읽어본 바 없지만, 그는 언제나 인간의 내면에 간직하고 있는 '긍휼함' 에 집중하는 듯 하다.

상처받은 사람들, 고통을 겪는 사람들을 보고 슬퍼하는 마음, 돕고싶어 하는 마음을 찾아내고, 나아가 그들을 돕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할 수 있는가를 탐구한다.

 

그 행동은, [책도둑] 에서 독일인 소녀 리젤이 끌려가는 유태인들에게 빵조각을 던져주는 작은 일일수도 있고, [메신저] 에서 에드가 보여주는 많고 큰 일일 수도 있다.

독자들은 이 두 작품의 각기 다른 행위들을 통해서 마음에서 행동으로 업그레이드 되어가는 과정을 발견할 수 있고, 그것들이 가슴에 큰 울림을 준다는 사실을 공유할 수 있을것이다.

 

'문학동네' 소설의 전문 번역자 중 한분이신 정영목 선생님도 이 글의 말미에 역자후기를 통해 '젊은 작가가 그려내는 따뜻함' 에 놀라움을 표시했었는데, 나 역시 그의 따뜻함에 매료될 수 밖에 없었다.

 

한국에도 이런 따뜻한 작품들을 쓰는 젊은 작가들이 많다.

마커스 주삭을 접하면서, 나는 '펭귄뉴스' ,' 악기들의 도서관' 의 김중혁님을 떠올리지 않을수가 없었다.

마커스 주삭이 좀 더 직접적이라면, 김중혁님은 좀 더 은유, 비유적이다.

 

일전에도 언급했지만, 이런 젊고 따뜻한 글을 쓰는 작가들이 참 좋다.

시대를 있는 그대로 그려내기에 집착하지 않고, 글로 세상을 변화시켜 나가고자 하는 열정적인 행보들은, '젊기에' 가능한 것일터다.

이념과 사상에 현혹되지 않고 순수하게 원하고 꿈꾸는 세상을, 글을 통해 그려나가는 이들.

이들이 있기에 세상은 좀 더 행복해질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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