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그라운드 - 끝나지 않는 전쟁, 자유세계를 위한 싸움
H. R. 맥매스터 지음, 우진하 옮김 / 교유서가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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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戰史에 해박하신 블로그 이웃 한분이 있다. 한창 제2차 세계대전사에 관심이 있던 무렵, 많은 글들을 찾아 다니다가 태평양 전쟁에 대한 글들을 읽게 됐고, 블로그를 타고 타고 들어가다가 태평양 전쟁은 물론, 중일 전쟁 등 아시아 근대 전사를 중점적으로 포스팅을 하시는 분의 블로그를 발견하게 됐다. 

바로 욱이님의 '팬더아빠의 전쟁사 이야기(https://blog.naver.com/atena02 )라는 블로그다. 한국전쟁에 대한 최근 공개된 자료와 관련된 글들도 많다. 직접 저술하신 책도 있고, 감수하신 저서들도 많은 분인데, 이 책은 마침 이 블로그를 통한 서평 이벤트로 출판사에서 받은 책이다. 

문학동네 그룹의 인문서적 임프린트인 교유서가와는 개인적인 인연도 있는 편이라, 이렇게 한다리 건너 받게 되니 참 재미있는 일이다. 


이 책의 저자인 맥 매스터는 외교안보쪽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를 수 없는 이름이다.

물론, 트럼프 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일하다가 1년만에 당한 "트위터 해고" 로 더욱 알려지긴 했지만, 대북정책에 대한 대표적인 강경파이기 때문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햇볓정책을 비판하고, 오바마 대통령은 물론,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유화책을 비난했던 일화도 있고, 중국, 러시아, 중동에 대해 강경한 대응을 주문했던 인물이다. 이런 그의 성향은 이 책의 서문에서부터 드러난다. 

  

이 책은 챕터별로 러시아, 중국, 남아시아, 중동, 이란, 북한 을 거쳐 최종 결론으로 향한다.

리뷰 기한인 "한달" 안에 다 읽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두꺼운 첫인상이지만, 우려만큼 겁먹을 필요는 없었다.

생각보다 훨씬, 훠얼씬 쉽게, 정말 잘 읽힌다.

이 책은 700페이지짜리 국제 보고서가 아니라, 에세이에 가깝기 때문이다. 

평생 전쟁터를 찾아다녔던 군인의 경험이 정부의 국제외교관계 요직으로 근무하며 접한 정보들이 적절하게 조합된 훌륭한 요리 같은 느낌이었다. 

게다가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전장들이 우리나라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국가들이기에 더더욱 그랬다. 깊은 역사를 함께 하며 수많은 질곡을 선사했던 러시아와 중국은 물론이고, 아프가니스탄에서의 탈출작전으로 국제무대에 우리 실무진들의 우수함을 선보였던 남아시아, 석유값과 함께 휘청이는 우리 경제의 바로미터인 중동과 이란, 그리고 가장 아픈 손가락인 북한. 어느 한 챕터도 대충 읽을 수 없었다. 

심지어 저자가 이 책의 도입에서부터 강한 우려를 보냈던 푸틴의 러시아가 실제로 얼마전, 우크라이나를 침략하면서 이 책에 대한 신뢰도가 더더욱 높아졌다. 

게다가, 팩트에 기반한 수치나 전문용어들이 아닌, 저자가 직접 나눈 대화들, 경험들 위주로 서술된 그의 글은 무척 매력적이었다.


이 리뷰에서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전반적인 내용들을 모두 다룰 수는 없고, 한참 뒤로 훌쩍 뛰어넘어 "북한" 챕터는 자세히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챕터의 시작은 맥 매스터와 정의용 대사의 만남부터 시작된다. (박근혜의 탄핵과 함께 19대 대통령으로 문재인 정권이 출범하면서 국가안보실장에 임명된 정의용 실장은 정부 출범 초기부터 미국과의 관계에 집중하면서 양국에 우호적인 기류를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게 된다.) 당시 한국 정치 상황에 대한 짤막한 소개부터, 한국전쟁 이후 현대사에 대해 간략하게 풀어내고 있는데, 한국전쟁 파병용사의 아들인 맥 매스터의 한국 근현대사에 대한 지식은 깜짝 놀랄 수준이었다. 특히, 박정희 정권의 부정부패와 인권유린을 명확히 기술하고 있고, 광주민주화항쟁에 대해서도 언급되고 있다는 사실을 빼놓을 수 없다. 그리고, 한국전쟁 발발 직전 미국의 상황에 대한 내용도 무척 짧게 등장하지만 상당히 흥미로웠다. (나중에 관련된 서적을 찾아보고 싶을 정도였다.) 이 책이 한국인이 아닌, 미국인을 위해 쓰여진 책임을 상기해보면 우리 근대사를 짧아도 정확하게 소개해준다는 사실은 고마울 따름이다.  
이어, 주한미군 철수에 관한 논쟁, THADD배치, 김정남의 사망과 남북평화공동선언, 핵미사일 개발, 핵개발을 포기하게 만들기 위한 노력, 일본과의 무역분쟁 등 우리에겐 마치 어제처럼 또렷히 기억나는 사례들이 맥 매스터의 관점에서 소개되고 있다. 읽다보면, 그가 대북 강경책을 주문한 이유가 납득이 된다. 
하지만, 북한 챕터는 김정은에게 '핵을 포기해도 내외부의 도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는 사실을 납득시켜야 한다는 내용으로 매조지 된다는 점이 다행스럽다.

그의 주장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설득력이 높아졌다. 
'러시아' 챕터에서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었던 푸틴의 야욕과 전쟁 가능성을 암시했기 때문이다. 
아마 이 책을 몇번 더 펴게 되는 날이 많을 것 같다. 좋은 의미로든, 안좋은 의미로든...
책을 읽어가며 느끼는 건, 비록 강경한 대응을 주장하지만, 그 역시 결코 전쟁을 원하는 사람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평생을 전쟁터에서 살아왔기에, 더더욱 그럴지도 모른다. 
평화의 시기라고는 하지만, 그건 아주 극히 일부 지역에서나 그렇다. 이 책이 "배틀 그라운드" 로 꼽는 지역들은 지구의 2/3 정도 된다. 내전이 끊이지 않는 아프리카는 완전 배제되어 있으니, 그 부분까지 다 포함하면 열손가락 정도 빼고 다 일 것이다.
그도 우리만큼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다만, 전략적으로 전쟁을 아예 배제하지 않는, 대담함과 계획성이 필요하다고 역설할 뿐이다.
자유는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세상의 다른 그 모든 것들과 마찬가지로, 누군가는...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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