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X로 배우는 배경 일러스트 쉽게 배우는 만화 시리즈 65
사케하라스 지음, 김재훈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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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클립 스튜디오 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책입니다.


바야흐로 대 스케치업의 시대다. 


지금까지 만화에서의 배경작업은 대부분 트레이스로 이뤄져왔다.

작품의 설정 구상이란 캐릭터와 스토리 뿐 아니라, 작품의 배경과 환경도 포함된다. 

많은 작가들이 작품 구상 기간에 영화의 로케 장소를 탐색하듯, 여러 동네를 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아직 데뷔를 못한 지망생들은 필름 값도 부담이어서 원하는 각도대로 쉽게 찍을 수 있는 집이나 작업실 인근에서 멀리 벗어나지 못했다.

아니면 국내에 수입되지 않는 배경자료집들을 외서 전문 서점에서 구입하곤 했는데, 필름 인화 가격을 생각해보면 경제적으로 그게 더 나은 선택이기도 했다.

작법서보다 더 필요한게 자료집이었고, 코믹월드 같은 만화 페스티벌에는 동인지 말고 그런 자료집을 웃돈을 받고 파는 사람들도 있었다.

"코미커즈" 같은 만화 지망생들을 위한 잡지 뒷부분엔 자료 사진들이 흑백으로나마 실려있기도 해서, 나도 열심히 스크랩해서 모아두곤 했다.

작가들의 작업실에 견학을 가보면 책장 가득 배경화집을 비롯한 각종 자료집과, 잡지 등에서 손수 모은 스크랩북, 직접 찍은 배경 사진들을 모아놓은 클리어 파일들이 꽂혀 있곤 했다.

그것이 모두 까마득한 과거의 일이다.

지금은 인터넷만 두들겨보면 자료로 쓸만한 수많은 사진들이 넘쳐난다.

적당한 금액을 지불하면 트레이스를 할 수 있는 사진들을 구매할 수도 있다. 역시 과거의 필름값을 떠올리면 납득할 만 한 수준이다.

게다가 디지털 작업이 일반화 되면서, 이렇게 구매한 사진을 확대, 축소할 수 있고, 트레이스 대신, 포토배쉬 같은 방식으로 사진을 직접 가공할 수도 있다.


모바일 환경처럼 작은 화면으로 보는 웹툰의 특성상, 적당히 가공된 배경을 붙이는 것만으로도 작화의 퀄리티가 크게 높아 보일 수 있다.


그래선지, 이제는 사진을 가공하는 일도 거의 없어졌다.

대부분의 웹툰들이 3D소프트 웨어인 "스케치업" 으로 렌더링한 배경을 갖다 쓴다.

문제는 스케치업이 3D치고 가벼운 프로그램이라, 곡선렌더링에 치명적인 단점을 갖고 있고, 자신의 그림체와 어우러지지 않으면, 굉장히 튄다는 점이다.

특히 구도, 원근감의 기초가 부족한 지망생들이 어설프게 합성하면 오히려 퀄리티를 크게 낮춘다.


이 책은 이러한 오류를 최대한 잡아줄 수 있는 정보들이 가득하다.


내가 직접 찍을 수도 있지만, 종이 질이 좋아서, 넘나 반들거려서 인터넷 서점에서 홍보자료를 퍼왔다.



 이런식으로 배경을 적절히 활용하는 방법을 첨삭하듯 소개하고 있다.

주로 오른쪽 면에는 이론적 설명이, 왼쪽 면에는 실전활용법이 소개되고 있다.

사실, 기본적이면서 중요한 내용들이라 지나치게 요약한 감이 없지 않지만, 사실 그런건 원근과 구도에 관한 이론서를 읽는게 낫고, 실전에서 활용하는 방법을 소개하는 방법으로서는 매우 영리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넘어가기 쉬운 작은 글씨들로도 다양한 정보들이 포함되어 있으니, 꼼꼼히 읽으시길...


다만, 배경을 이제 막 입문한 초보자들이라면, 이해가 잘 안될 수도 있으니, 꼭 구도와 원근에 관한 다른 책들을 함께 읽어보길 추천한다.

한스미디어에서는 "배경작화" 라는 책이 있는데, 기본기가 잘 소개되어 있고, 영진닷컴에서는 "일러스트와 만화를 위한 구도 노하루" 라는 책이 있다.

두 책 모두 비슷한 내용을 다루고 있으니, 한권 선택해서 함께 보시길.

(영진닷컴에서 나온 무로이 야스오의 "가장빠르게 무엇이든 그릴 수 있는 애니메이션 캐릭터 작화기술" 이라는 책의 후반부에 실린 구도 잡는 법에 대한 노하우도 배워볼 만 하다.) 


일본의 만화 인프라는 엄청나게 깊고 넓다.

지금 국내에 출간되고 있는 책과 비슷한 작법서들이 이미 수십년 전부터 수백종씩 쏟아지는 곳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웹툰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인프라가 조금씩 넓어지는 느낌이다.

내가 어렸을때, 열심히 만화공부를 하던 그 시절에 지금의 반만 되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

이 책 역시, 그정도로, 참 좋은 책이다.

다양한 정보들이 보기 쉽게 잘 정리되어 있다.


하지만, 이렇게 작법서를 눈으로 보는 것 만으로는 실력이 올라갈 리 만무하다.

꼼꼼하게 읽을 뿐 아니라, 반드시 한번쯤은 따라 그려보는 것이 좋다.

완벽하게 모작을 할 필요는 없지만, 트레이싱은 절대로 안된다. 

트레이싱은 결코 실력을 올려주는 방법이 아니다. 

오히려 러프하게 콘티 형식으로 모사를 하는 것이 백번 천번 낫다.

스케치업을 활용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원근과 구도를 손으로 그릴 줄 아는 사람의 합성은, 그것을 모르는 사람과 큰 차이가 난다.

작은 모바일 화면에서는 그냥 넘어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기술의 깊이는 결국은 드러나게 되어 있는 법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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