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bash 입문
조우노세.카도마루 츠부라 지음, 김재훈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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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립스튜디오 네이버 카페 "코믹스튜디오-디지털 만화제작을 배워보자!" 카페의 이벤트를 통해 경품으로 받은 책입니다.




일러스트나 만화나 대부분의 배경작업은 사진을 레퍼런스로 해서 작업한다.

과거, 종이에 펜으로 그림을 그리던 시절엔, 라이트 박스 위에 사진과 종이를 겹쳐서 배경을 따는 작업을 했다.

해서, 디지털 카메라가 나오기 전 시절엔 배경 사진만 전문으로 모아 파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였고, 프로 만화가들은 작품 들어가기 전에 며칠씩 배경사진을 찍으러 다녀야 했다.  

코미카 같은 아마추어 만화동아리 행사를 가보면, 지금은 굿즈나 동인지를 주로 팔지만, 그 당시엔 자료로 쓸 수 있는 사진들을 모아 파는 친구들도 있을 정도였다. 

필름값도, 카메라도 고가이던 시기였다. 

라이트박스도, 카메라도 없던 나는 청계천 헌책방거리에서 구입한 잡지에 실린 흑백 사진들을 보고 배경을 그렸던 기억이 난다.

원하는 구도나 각도가 나오지 않을 경우엔 여러 사진을 부분부분, 참조해서 그리기도 했다.

실제로 많은 프로 작가들이 그런 방법을 활용하곤 했다.

자신이 예전에 그렸던 배경들을 다시 가져오는 경우도 있었고, 복사기를 이용하기도 했다.

정말, 철저히 노동 집약적인 직업이 만화가다.


이러한 작업 방식은 약 20년 사이에 빠르게 사라졌다.

지금은 잉크와 펜, 원고지 대신, 타블렛과 모니터, 키보드를 활용하는 작가들이 다수가 됐다.

배경 작업의 레퍼런스로 삼을 사진들은 인터넷에 가득하고, 화소가 높은 카메라가 달린 스마트폰 덕분에, 트레이싱을 할 사진을 찍기도 쉬워졌다.

이 책에 실려있는 기술들은 생각보다, 이렇게 전통과 역사가 꽤 깊은 기술이라고 해도 될 것이다.

산업 디자인 쪽에서는 매트 페인트, 만화 쪽에서는 배경 작업에서 말이다.


'포토배쉬' 란 사진으로 찍은 오브젝트들을 레퍼런스 삼아 자신이 원하는 그림을 그려내는 기술을 뜻한다.

그렇다고, 꼴라쥬처럼 사진을 그대로 잘라다 붙이는 건 아니고, 리터칭을 통해 상당히 크게 변화시킨다. 차용보다는 응용, 트레이싱보다는 레퍼런스에 가까운 방법이다. 

사실 이런 기법은 '코렐' 사에서 나온 '페인터' 라는 소프트웨어가 아주 특화되어 있었다.

수백개에 달하는 브러시와 함께 엄청나게 유명한 기능이었는데, 덕분에 프로 매트 페인트 작가들에게 사랑받으며 널리 퍼지기도 했다.

지금도 사진 편집 소프트웨어의 최강자는 '어도비' 사의 포토샵이지만, 일러스트쪽에서는 아직도 페인터가 최고다.


'클립 스튜디오' 는 "선" 을 중심으로 표현되는 만화쪽에서 단단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불과 몇년 전까지는 사진 가공 툴이 부족해서, 선은 클립에서, 마무리는 포토샵에서 하는 경우가 많았고, 나 역시 그랬다.

하지만, 최근 버전의 클립 스튜디오는 오히려 사진을 선화 느낌으로 가공하는 툴들을 발전시켜서 그럴 필요가 거의 없어졌다.

이 책은 이렇게 "사진을 가공하는 툴" 을 이용해 일러스트를 완성시키는 과정들을 꼼꼼히 소개해 주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웹툰 열풍이 불면서 작가 지망생들도 엄청나게 늘어났다.

기본기가 부족해도 사진을 가공한 배경을 여기저기 붙여 놓으면, 작품의 퀄리티가 훌쩍 높아지는 느낌이 든다.

게다가 손바닥만한 스마트폰 액정에서 확인해보면 훨씬, 훨씬 더 훌륭해 보이기도 한다.

작화와 스토리, 퀄리티와 개성의 중요성에 대한 논쟁은 디지털화가 진행되기 전부터 일었던 논쟁이지만, 그건 온전히 만화가와 만화 독자라는 특정한 계층의 문제였다.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슬램덩크를 그리면서 NBA 잡지의 사진들을 트레이싱 한 사건이 일본 만화가들과 만화계에 한정된 문제였듯이 말이다.

하지만, 웹툰이 대중적인 인기를 끌고, 그 대중 중 많은 수가 웹툰 지망생이 되면서 이러한 논쟁들은 보다 폭넓은 계층을 아우르게 되었다.

배경에 사진을 잘 활용하는 방법에 대한 교과서적인 작가들은 크게 셋을 뽑을 수 있을 것이다.

먼저 '미생' 의 윤태호 작가님이다.

윤태호 작가님은 디지털을 아날로그처럼 활용하시는 분이다. 그 분은 직접 찍은 사진들을 밑에 깔고, 외곽선부터 보도블럭까지 꼼꼼하게 다시 자신의 선으로 덧입히는 방식을 사용한다. 마치, 라이트 박스 위에 사진을 올리고, 그 위에 종이를 올린 뒤 펜과 잉크로 따라가는 방식이다. 이러한 작업 방식은 예전 "무한도전" 에 작업 과정이 직접 나온 적도 있다. 미생을 위해 직접 찍으신 사진들이 폴더에 가득했던 기억이 난다.

('뷰티풀 군바리' 도 이런 방식이다.)


다음은 '닥터 프로스트' 의 이종범 작가님이다.

이종범 작가님은 디지털의 최전선에 계신 분이다. 이 분은 사진 뿐 아니라, '스케치업' 이라는 3D 프로그램을 아주 잘 활용하신다. 만화진흥원의 스케치업 강좌에 출강하실 정도의 실력이신데, 3D프로그램 특유의 이질감을 죽이는 다양한 방법들을 활용하신다.

('테러맨' 의 고진호 작가님도 빼놓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프리드로우' 의 전선욱 작가님의 방식이 '포토배쉬' 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콘티에 맞춰 직접 찍은 사진들을 리터칭해서 활용하신다. 네이버 인터뷰였나...어디에서 작업과정이 공개된 적이 있었다. 고대비를 조정하고, 경계나 색감이 불명확한 부분들에 터치를 해서 활용한다.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사진이고,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리터칭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한 기술적 완성도를 보여준다. 


이분들의 공통점은 자신의 그림체와 이질감이 없는 배경을 그려낸다는 점이다.

사진을 사용하는 작가들의 가장 큰 고민은 자신의 그림체, 혹은 캐릭터와의 이질감이다.

나는 사진을 아무리 잘 합성해도 이 이질감을 극복할 수 없어서, 리터칭 하는 방식을 택한다. 어지간하면 그냥 그린다. 

물론 스케치업과 사진의 도움을 받지만, 특정 부분에서만 활용하고, 대부분은 그냥 그리려고 한다. 

배경을 위한 만화가 아니라, 인물을 위한 배경인 것이다.


이 책에 실린 예제들은 이렇게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배경 만드는 기술에 대한 책이다.

다만, 내가 들었던 예시와 달리, 스토리나 캐릭터가 아니라 오로지 배경을 위한, 배경에 의한, 배경 그리는 예제들이 한가득 실려져 있고, 사진을 일러스트의 느낌으로 보이게 할 수 있는 다양한 예제들이 아주 세분화되어 잘 설명되고 있다.

즉, 이 책은 초보자들보다는 고급자, 그것도 연재를 염두에 둔 프로 지망, 게다가 그림체가 실사와 잘 어울리는 층에게 어울린다고 볼 수 있다. 아, 내가 너무 만화, 웹툰에 치우친 관점을 갖고 있는걸까.... 

여튼, 배경작업에 힘을 주실 분들 중 클립 스튜디오 유저라면, 처음에 집어들기 좋은 책이다.

당연히 주호민 작가님의 '신과 함께' 나 난다 작가님의 '어쿠스틱 라이프' 같은 그림체라면, 이런 사진을 활용한 배경이 전혀 필요 없을테니까. 아니, 이것도 고정관념인가.... 필요할 수도, 있으려나. ㅋㅋ 

사진을 활용해 소스를 만들고, 사진으로 부족한 부분들을 채우는 방법, 사진의 고대비와 밝기를 조정해 일러스트의 느낌을 내는 방법 등 사진을 가공하는 방법들도 메뉴 하나, 툴 하나, 레이어 속성 하나까지 속속들이 예제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중간중간, 실제 사진을 작품에 활용하는 노하우나 온라인 저작권에 따른 "웹에 게시된 사진의 사용범위" 에 대한 법적 설명도 들어있다.


자신의 그림체에 맞는, 그리고 매트 페인팅의 기초를 다지고 싶은 '배경'작업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강추할 수 있는 책!! 





이렇게 기초적인 사진 합성부터 



배경을 흥미롭게 구성할 수 있는 팁은 물론,



클립 스튜디오의 주요한 툴들을 응용하는 방법은 물론


 

직접찍은 사진에서 텍스처를 추출해 활용하는 꽤 난이도 높은 응용방법까지 성실히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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