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아스트로룸 - 인류가 여행한 1천억분의 8
오노 마사히로 지음, 이인호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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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억 광년.
빛의 속도로 200억년을 달려야 한다.
우주의 끝에 도달하려면 말이다. 우주는 아직도 팽창하고 있으므로, 빛의 속도로 200억년 달려가도, 200억년동안 팽창한 만큼 더 달려가야 할 것이다. 사실, '광년' 이라는 단위가 '천문단위(1.496*108km)' 가 쓰이고 있지만, 아무래도 내가 배우던 시절엔 '광년' 을 많이 써서, 아직 그게 익숙하다. (다행히 이 책에도 광년이 쓰인다.)
200억 광년이라니...
너무 까마득하다.


우리가 사는 태양계 안으로 좁혀보자.
태양으로부터 가장 먼 해왕성까지가 약 100광년이다. 물론, 우리 태양계의 모든 행성들은 태양 중심으로 공전하고 있고, 그 궤도는 매번 약간씩 변화하는 타원이기 때문에 거리를 아주 정확히 측정할 수는 없다.
다만, 공학적인 계산을 통해 어느정도 유추할 뿐이다. 빛의 속도도 사실 크게 와닿지 않는다. 이 책의 저자 역시, 그렇게 생각했고, 태양계 안 행성들을 시속 300킬로미터의 고속열차로 소개하고 있다.
지구에서 고속열차를 타고 "달까지는 53일 걸린다. 금성까지는 16년, 화성까지는 28년, 수성까지는 35년, 태양까지는 57년, 목성까지는 240년, 토성까지는 480년, 천왕성까지는 1000년, 해왕성까지는 1700년....
태양과 가장 가까운 프록시마켄타우리까지는 1500만 년이 걸린다. " (p.093)

1969년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했다. 지구 밖 행성에 내딛은 인류의 첫발.

이제 막 인류의 유년기가 시작됐다.


'과학소설의 아버지' 쥘 베른으로 운을 띄운 이 책은 제2차세계대전 당시 로켓 개발을 주도했던 독일의 과학자 헤르만 오베르트를 시작으로 미국으로 넘어가 인공위성과 달 착륙선 개발에 지대한 공헌을 한 폰 브라운, 세계 최초로 지구 궤도에 인공위성을 안착시킨 소련의 코롤료프와 존 후볼트와 마거릿 해밀턴을 비롯한 수많은 나사 직원들을 거쳐 달에 첫 발을 내딛으며 도입부를 마무리한다.
달로 유인 로켓을 보내는 것은 1972년으로 끝나게 된 이유,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넘기 위해 시도되는 수많은 무인 탐사선들과 냉전기의 종막과 함께 사그라든 우주 개발 프로젝트, 그리고 지금까지 인류가 밝혀낸 태양계 행성들의 정체, 나아가 이제 막 눈뜬 우주의 신비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이제 우리는 우주에 약 2천억개의 행성이 있다는 사실을 안다.
이 광대한 우주에 비하면 우리는 미생물에 가까울 정도로 작고 미미하다.
하지만, 이 작고 미미한 존재가 우주의 크기를 알고있다. 우주에 행성들이 얼마나 많은지도 알고있다. 
그게 뭐? 라고 되물을 수도 있을터다.
우주에 나간다고 우리에게 큰 변화가 생기지는 않는다.
우주에 수천억달러짜리 인공물을 날려보내고, 목성의 위성 유로파에 오직 한번의 삽질을 위한 수조달러짜리 자동 삽질 기계를 보낸다. 진짜 삽질이다. 오직 단 한번의 삽질.

얼마전, 일본은 혜성에 인공물을 안착시켰다.(https://blog.naver.com/hellodd11/221472586708) 이는 날아가는 탁구공 위에 파리를 앉히는 것만큼 정밀하고 어려운 기술이었다고 한다. 이를 위해 일본은 엄청난 국가예산을 투입했다.
이는 생명의 기원을 찾기 위한 연구와 궤를 함께 한다.


'그래서 뭐? 그게 뭐? 알면 뭐???' 라고 되묻는 사람들도 많다.
한쪽에서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굶어죽고 있는데, 이게 무슨 개똥같은 짓일까?
냉전기, 소련과의 우주개발 경쟁은 사상대결을 위한 프로파간다로 쓰였으나, 이제 그마저도 끝났다.
우주개발은 천문학적인 돈이 들고, 국가 사업으로서 예산을 따내기는 쉽지 않다. 우리나라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최저임금의 부족분을 메우기 위한 예산도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는 정도니, 만약 혜성의 얼음조각을 채취하는 기술 개발을 위한 예산이 통과될 리 만무하다.
이건 일본도, 미국도,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화성에 끊임없이 탐사 로봇을 보냈다. 유인 실험은 지구 궤도에 떠있는 우주정거장에서만 하고 있지만, 지금 화성의 대지 위에는 총 네기의 로봇이 꿈틀꿈틀 돌아다니고 있다. 작은 구멍을 뚫고, 돌과 모래따위를 채취하고, 염소나 황산 따위를 뿌려보고 있다.


행성을 세어보기 위한 방법들도 고안중이다. 2017년 케플러 우주망원경이 찾은 행성은 2526개라고 한다. 이것은 백조자리 일부만을 관측한 숫자고, 이를 바탕으로 계산해보면 은하에는 수천억개의 행성이 있다고 한다. 

근데, 이건 우리의 은하에 불과하고, 우주에는 이런 은하가 수천억개가 있다고 한다.
수천억개의 수천억배의 행성이 이 우주에 있는 것이다. 


역시, 또, 그래서? 근데? 그게 뭐??? 라고 되묻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을터다.

근데, 그래서 뭐? 


언젠가 우주에 나가서, 우주적 인간, 즉 '호모 아스트로룸' 으로 진화한다 해도 그건 수천년 후 미래의 일일 것이다.
지금 여기 사는 우리는 도무지 경험해볼 수 없는 미래다.
그 전에 지구가, 인류가 멸망할 수도 있을터다. 

어쩌면 우리 인류는 영원히 유년기를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는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와 또 '어디로 가는가?' 와 맥이 닿아있는 질문이다.
그게 밝혀진다고 우리의 삶이 변하지는 않는다.
이건 '알고보니 우리 엄마가 친엄마가 아니야?'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
기원과 종말과 맞닿아있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수천억개의 행성, 수천억년을 가도 갈 수 없는 어딘가.
그리고 그 곳에 있을 지 모르는 생명들, 혹은 그 정도로 고독할 지 모르는 인류.


 인류가 기원전부터 만여년간 1도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확실히 변한건 있다.
카이사르도, 아우구스투스도, 심지어 예수와 석가모니, 공자와 맹자, 아인슈타인도 페가수스자리 51b 행성이 항성을 4.2일 주기로 공전한다는 사실은 몰랐을 것이다. 이 행성은 목성만큼 거대한데, 태양을 한바퀴 도는데 4.2일이 걸린다!! 1년이 4.2일인 것이다.
지구와 가장 비슷한 행성은 약 1400광년 떨어진 곳에 존재한다고 한다. 
지름은 지구의 1.6배, 1년은 385일이다. 태양과 아주 비슷한 항성 주위를 돌고 있다. 

목성의 위성 유로파는 얼음으로 뒤덮인 행성이다. 이 단단한 얼음 아래 물이 있다. '갈릴레오 궤도선' 이 관측한 결과다.

지금은 이 수십킬로의 얼음을 뚫고 그 거대한 바다로 들어갈 방법을 고안하는 중이다.(위에 언급한 엄청나게 비싼 삽질이 그것이다.)


2012년 보이저 1호는 35년만에 태양계의 경계선을 넘어 성간 우주로 들어갔다. 

말 그대로, 별과 별 사이,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다.
보이저1호는 약 4만년 간 이 암흑공간을 지나야 다음 별 ; 'AC+79 3888' 이라는 이름이 붙은 별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4만년... 

42012년에 보이저 1호는 그 별의 사진을 찍어 지구로 전송할 터다.

그 전파가 도착하기까지도 어마어마한 시간이 걸리긴 하겠지만....


 이런 상상을 하면 정말로 아득해진다.
왜 나는 이런걸 궁금해할까? 왜 우주로 나가보고 싶을까?
공기원근이 없는 세계. 영원히, 영원히 유영해도 닿을 수 없는 그 언저리를 왜 보고 싶을까?
그게, 뭐 그렇게 대단한거라고.
그게 내 삶과 어떤 관계가 있다고.
아니,
내 삶이 뭐라고.
내 존재가 뭐라고.
'내' 가 뭐라고. 


우리 어머니는 영혼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기독교인이지만, 이 영혼이 우주를 유영할 수 있을거라고 믿으신다. 


기독교인도 아니고 영혼의 존재도 거의 믿지 않는 나도 , 그랬으면 좋겠다면서 조금 덧붙였다.

우주를 가득 메우고 있는 암흑물질들이 사실은 온갖 생명체들의 영혼들이었으면 좋겠다.

우주가 자꾸자꾸 팽창하는게, 영혼들이 자꾸자꾸 우주에 나가서였으면 좋겠다.

맨눈으로 보면 보이지 않지만, 죽은 것 같은 이천억개의 행성들에 다종다양한 생명의 영혼들이 바글바글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이 육신을 버리면 그들을 모두 만날 수 있었으면. 우주의 끝까지, 이백억년간 유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 아득함을 털어내기 위해, 나는 헬스장으로 가련다.
하찮은 몸뚱이 안에, 티끌보다 작은 근세포들을 괴롭히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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