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셔츠
존 스칼지 지음, 이원경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노인의 전쟁] 시리즈를 접한 사람이라면, 존 스칼지가 점거하고 있는 미묘한 지점을 익히 알 것이다. 

그의 작품은 엄밀히 분류하면 '스페이스 오페라' 에 가깝지만, 그렇다고 과학적 지식들을 전혀 무시하는 것도 아니다.

발상과 아이디어들은 충분한 설득력을 품어 팬들에게 어필하지만, '스타쉽 트루퍼스' 류의 전쟁, 오락물의 클리셰들을 매우 영리하게 활용하는 작가이기도 하다. 



[레드셔츠]의 이야기는 아주 먼 미래, 지구의 대기권 밖 우주정거장에서 시작된다.

앤드류 달 소위는 우주 탐사선인 '인트레피드' 호에 배속된 참이다. 그는 정거장에서 역시 인트레피드 호에 배속된 '마이어 듀발' '지미 핸슨' , '핀' 과 '헤스터' 등을 만나게 되고, 이들과 함께 '인트레피드 연대기' 를 이끌어가게 된다. 

외계 행성인 '포샨' 에서 외계 종교의 사제 수업을 받은 경험이 있는 달은, 뒤늦게 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탐사선 인트레피드 호의 '이종생물학 연구실' 이 배속된 것이다. 

달은 빠르게 인트레피드호의 이종생물학 연구실 대원들과 어울리며 적응하기 시작한다. 헌데, 이 우주 탐사선에는 묘한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최근 몇년 동안, 탐사 과정중에 한두명씩 끊임없이 대원들이 죽어나간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우주 항해사인 케렌스키 대위는 '항해사' 임에도 무슨 연유로든 탐사팀에 포함되며, 각종 중상을 입지만 언제나 살아남아 귀환한다는 점도 희안한 일이었다. 이종생물학 연구실 대원들은 탐사팀에 포함되지 않기 위해 갖은 노력을 했고, 달 스스로도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묘한 일들을 경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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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지만,

이미 띠지에 초중반의 중요한 스포일러의 힌트가 적혀있고, 책의 뒷면에는 아예 스포일러의 내용이 빨간 글씨로 적혀있다...

아무래도, 이 작품이 현지에서도 엄청난  화제가 된 작품이라... 어지간한 내용들은 다 밝혀진 참이지만,

나는 이 책을 받자마자 띠지째로 북커버로 감쌌고, 책을 읽기 전에는 그 어떤 정보도 찾아보지 않는 터라, 스포일러를 완벽하게 피했다.

그래서, 이 책의 정말 큰 즐거움들을 모두 온 몸으로 느꼈다!!!


이 책을 읽으실 분들은, 더이상 내 글도 읽지 마시고, 책 커버에서 어떠한 텍스트도 읽지 마시길 강추드린다.








 







이 작품은 일종의 메타 소설로 읽힌다.

책을 읽다보면, 힌트가 끊임없이 던져지고, 중반쯤에 큰 반전이 던져지며  이야기의 휙이 180도로 바뀌게 된다. 

이 반전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중심 축이기에, 알고 보면 이야기의 재미가 반감될 것이 뻔해보이는데, 반전의 핵심 키워드가 띠지와 책 표지에 커다랗게 적혀있는게 참 아쉬웠다.


그렇다.

[스타트렉].


인트레피드 호의 승무원들은 자신들이 스타트렉과 같은 스페이스 오페라 연속극의 등장인물들과 같음을 깨닫는다.

달리 말하자면, 21세기에 만들어진 드라마의 내용이 수십세기가 훌쩍 흐른 미래에 똑같이 재현되고 있다는 뜻이다. 과거의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한 결과 미국에서 [인트레피드 연대기] 라는 드라마가 제작된 적이 있었고, 달 소위가 속한 세계의 이야기들이 그 드라마의 내용대로 똑같이 실현되고 있었던 것이다.


소설 안에서는 드라마의 세계와 현실의 세계가 서로에게 간섭하고 있다고 설정한다.

이는, 아직 제작되지 않은 드라마라도, 등장인물들이 주도적으로 각본을 쓸 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당연히, 그 중심에는 이 드라마의 주인공이 함께 해야했고, 그가 케렌스키 대위임은 말 할 필요도 없었다.

달 소위는 과거 수많은 스페이스 오페라 드라마에서 주인공들이 과거의 지구로 가는 에피소드를 참조해 케렌스키를 셔틀에 태워 태양속으로 돌진한다. 

그리고, 케렌스키와 달, 듀발 등의 친구들은 현재의 플로리다에 당도하게 된다. 

달 소위와 일행들은 플로리다에서 자신을 연기하는 연기자들과 만나게 되고, 드라마 제작자와 작가들을 만나 자신들의 죽음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는데...



정말 '골때리게' 재밌었다.

이야기는 위에 요약한대로 두개의 덩어리로 나뉘어진다.

거의 책의 중반부를 기점으로 나뉘어져서, 깔끔하게 1,2부로 나뉘는 느낌이다.

위에 언급했듯, 작가는 의도적으로 힌트를 마구 던져주는데, 나는 처음에는 게임 속 이야기일 줄 알았다. 플레이어블 캐릭터인 '케렌스키' 주변의 NPC들 이야기라고 말이다.  

그래서, 이 책의 표지에 있는 [스타트렉] 이라는 단어를 보지 말 것을 요구한 것이다. 게임과 드라마의 간극을 다른 독자들도 충분히 느껴보기를 바란다.   

 

이 작품은 사실은 '글쓰기' 에 대한 소설이기도 하다.

모든 창작자들은 '살아 움직이는' 캐릭터를 만들어내기를 소망한다. 

자신의 뜻과 다르게 어느 곳으론가 팡 튀어나가는 생생한 경험. 누구나 할 수 있는 경험은 아니다.

배경과 설정, 캐릭터의 성격이 입체적으로 어우러지면, 자신이 창조해낸 캐릭터는 마치 부모님에게 반항하는 사춘기 자식처럼 자신의 의지대로 이야기 속을 뛰어다닌다. 

이 작품은 그러한 창작자들의 소망을 구현한 작품이라고 봐도 무방할 터다. 


창작자는 창작물에 세계에 관여한다. 그리고, 창작물이 창작자의 세계에 관여한다.

쉽게 할 수 있는 망상적 상상이지만, 구체적으로 구현해내긴 쉽지 않다.

존 스칼지는 정말 쉽게 해낸 것 같다.

정말 놀라웠다. 너무나 재밌기도 했고.

그가 점유하고 있는 독특한 지점. 그에 딱 맞는 작품이기도 했다.

오직 존 스칼지만이 쓸 수 있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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