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무슨 책 읽고 계세요?
-
-
유령인명구조대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박재현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8월
평점 :
품절
자살하려는 100명의 사람을 49일 안에 구하라!!
라는 신의 미션을 강제적으로 부여받은 '유령인명구조대'
이들은 모두 각각의 이유로 자살을 선택하여 이승과 저승세계의 중간에 놓여진 이들이었다. 신이 주신 소중한 목숨값을 봉사활동으로 변상하라는 어처구니 없는 신의 말에 반발도 해보지만... 어쩌겠는가.. 그는 신인것을.... 결국 인간계로 강제로 내동댕이쳐진 그들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무료인명구조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여기까지의 스토리만 대충 들어보아도 알겠지만 이번에 다카노 가즈아키가 선택한 키워드는 바로 '자살'이다.
흔히 자살은 개인적인 사정에 의한 결과물로 취급된다. 가끔씩 더할나위 없을만큼 극악의 상황에 처한 상태에서도 자살을 생각키는 커녕 그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을 보는가 하면.. 정말이지 어이없는 이유로 자신의 목숨을 포기하는 그런 경우를 대면하기도 한다. 확실히.. 이런 걸 보면 자살은 개인적인 선택에 의한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사실 자신의 목숨을 포기하는 일인만큼, 그 개인에게는 저마다 더할나위 없는 절박함을 지니는 문제와 사정을 지니고 있는 것인데...우리들은 그것을 단순화한 하나의 이유로 파악하고.. 거기에 절박함의 등급을 매겨 버린다. 그리고 가끔씩.. 죽음에 유난히도 너그러운 우리 사회임에도 불구하고 자살자들에 대해서는 냉담한 반응을 보여 버리는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 기준의 절박함의 등급으로 보건데.. 그들에게는 분명히 자살해버릴만큼의 절박함이 없었다고 멋대로 판단해 버렸기 때문이다.
이런 우리 사회의 편견에 부드럽게 반박하듯.. 다카노 가즈아키가 그려내는 자살지망생들의 모습은 나약하지만 악하지 않다. 아니... 악하기는 커녕 책임감이 누구보다도 더 강하고, 반듯한 사람들이다.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어느새 자신을 칭칭 옭아매어 우울증이란 마음의 병을 가진 이들인 것이다. 이런 이들을 치료하는 것은 다름아닌 주변의 따뜻한 관심.. 낯선 타인이 던지는 다정한 인삿말 한 마디에.. 함께 침묵을 공유하는 사소한 행위에.. 네 잘못이 아니라는 가족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이들은 구원받는 것이다.
그렇기에 자살은 개인적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인식할 수 있는 것이다. 자살은 분명 개인적인 선택에 의한 일이지만.. 우리 사회는 적어도 그들이 그런 선택을 하기 전까지.. 최소한의 관심을 그들에게 기울려 주고..그들의 말을 따뜻한 태도로 들어주었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그랬더라면...자살 이외의 대안이 없었던 그들에게 선택의 폭은 훨씬 더 넓어 졌으리라... 작가는 그런말을 하고 싶었던게 아닐까...
아앗... 그리고.. 어렸을 적부터 너무나 많이 들어버려..어느새 세뇌가 되어버린..강박관념인.. 최선을 다해 살자! 열심히 살아야 한다! 등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인명구조대들의 가두연설은 우리에게 통쾌한 웃음과... 인생의 여유로움을 선물한다...
열심히 사는 것도 좋지만.. 그냥 살아도 됩니다!!!
심각하게 죽으려 하기보다는, 경박하게 삽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