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행복한 계절, 신비한 사람들과의 만남

요즘 무슨 책 읽고 계세요?

민들레 공책 ㅣ 도코노 이야기 2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7년 7월

신비한 힘을 가지고 있지만 권력을 갖지 말고, 무리를 짓지 말고, 너른 들판에 흩어져 살라는 원칙 아래 사람들 틈에 섞여 조용히 살아가는 도코노 일족. <도코노 이야기> 두 번째 작품인 [민들레 공책]은 ‘서랍’에 사람들의 인생과 마음을 ‘넣어’ 기록하는 하루타 일가의 이야기다. 시대는 100여 년을 거슬러 올라가 20세기 초. [빛의 제국]에서 만났던 미쓰노리와 기미코의 조상이 되겠다.

도코노 이야기의 두번째 작품이지만 정작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것은 도코노 일가가 아닌 촌락의 지주인 마키무라 가 사람들, 그중에서도 막내딸 사토코이다. 이 글의 화자인 미네코는 마을 유지의 막내딸 사토코의 이야기 상대를 하면서 마키무라 가 사람들과 신비한 일족 하루타 일가를 만나게 되고 그 시간이 생에 다시오지 않을 가장 행복했던 그리운 시절이 되는 것이다.

병약하여 성인이 될때까지 살지 못할 것이라는 소녀 사토코는 그 생이 짧은 만큼 빛났기 때문일까.. 멀리서 슬금슬금 다가오는 전쟁의 피비린내 속에서도.. 오가는 사람들에게서 묻어나던 묘한 불안감도 선하게 빛나던 사토코 앞에서는 감화되는 듯했다.

하지만 다가올 미래는 막을 수 없었고, 거친 세상의 소용돌이는 위태롭던 그들의 행복을 앗아가 버린다.

사실... 책을 다 읽었음에도... 온다 여사가 무엇을 말하고 싶어하는지 파악하지를 못했다. 다시 오지 않을 그리운 시절을 회상하는 것만으로는 암담한 현실을 이겨내기 위한 힘이 되기에는 역부족인듯하다. 그저.. 그냥 떠올리고 싶었던 것일까.. 그것으로 위로가 되는 것인가? 어차피 사람이란 무슨 일을 겪던, 어떤 일이 있었던지 간에...그럼에도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존재란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구시대의 따뜻함과 신시대에 대한 기대감이 공존하던 그 시절.. 그 묘한 공존 속에서 위태롭게 유지되던 행복함은 온다 여사 특유의 노스탤지어를 불러일으켰으나..그저 그 뿐이다.

전반적으로 따뜻함과 그리움이 물씬 풍겨나는 책이긴 했으나, 미스테리도.. 성장소설도.. 판타지물도.. 그 무엇도 아닌것 같은 어중간함이 조금 안타까운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