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뒤흔드는 소설
남쪽으로 튀어! 2 오늘의 일본문학 4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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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손에 쥐고선 10페이지 정도를 읽었었다..그리고 덮었다.

그 후 약 반년의 시간이 흘러... 

뭐 마땅히 볼 게 없는 하루였던지라.. 덮어놓았던 책을 다시 펼쳤다. 그리고 후회했다. 오쿠다 히데오님의 작품으로 제일 먼저 이 책을 접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고 말이다. 그럼 분명 나는 오쿠다 히데오란 사람을... 그 사람의 작품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지나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으니 만큼 후회는 뒤로 하고... 지금은 온전히 이 감동과 여운만을 음미해 보고자 한다.

사실 이 책을 멀리할 마땅한 이유는 없었다. 왜인지 그냥 손이 안갔다.. 이상하게도.. 좋아하는 작가들 책 중에서도 유난히 손이 안가는 책이 있는데.. 바로 이 작품이 그러한 유형이었던 것이다. 또한 이런 나의 막연한 기분에 편승하여 책의 앞부분에 등장하는 민폐끼치는 어른 역시 나를 멀어지게한 요인이 되었다. 민폐끼치는 어른.. 특히 무능력한데다.. 돌아다니면서 사고나 치고 아이들을 걱정시키는 아버지란 내가 혐오하는 인간형인지라 이 책은 점점 더 나에게 멀어지게 된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은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고.. 아니 기대는 커녕..그릇된 편견과 오해 속에서 시작할 수 있었는데... 아... 도무지 손을 놓을 수가 있었다. 1권이 진행 되는 내내..  으윽...이런 아버지 너무 싫다란 감정과.. 근데 이 책은 너무 재밌다.. 란 불쾌감과 쾌감의 상반된 감정을 동시에 가지는 묘한 경험을 했다.

이야기를 진행하는 초등학생 6학년인 지로의 눈으로 바라보는 아버지는.. 알 수 없는 생물이다. 무능력한데다 사건사고를 일으키는 능력은 탁월해서 아버지인 주제에 아들인 자신에게 매번 민폐만 끼친다. 거기다 숨겨진 과거는 얼마나 많은지.. 도무지 인간같지 않은 아버지를 반쯤의 체념과 반쯤의 경외감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과거의 과격파 운동권이었던 아버지였던 아버지가 왜 지금은 아나키스트(무정부주의자)가 되었는지.. 그런 건 하나도 궁금하지 않았고.. 단지 남들처럼 샐러리맨의 평범한 아버지이길 바라는 지로의 바램은.. 그저 꿈일뿐.. 결국엔 큰 사건을 일으켜 가족들은 야밤도주 하듯이 도쿄를 떠나 먼 남쪽 섬. 이리오모테로 향하게 된다.  

그리고 먼 남쪽 섬에서 발견하게 되는 아버지의 새로운 모습, 그리고 아버지가 그토록 침이 닳도록 얘기하던 이상세계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는 지로에게 역시 아버지는 이상한 사람이지만 조금은 멋진 사람일지도 모르겠다란.. 생각을 하게 된다. 적어도 현실과 적당히 타협하지 않는다. 나름의 주관으로 세상을 상대로 대적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인 것이다.

'너는 아버지를 따라할 것 없어. 그냥 네 생각대로 살아가면 돼.' 

자신의 신념은 확고하지만 적어도 아들에게 그것을 강요할 생각은 없는 아버지.. 아앗.. 이런 아버지라면 곤란하다 싶으면서도.. 조금은 멋져 보이는건 왜일까... 

아버지 이치로가 그렇게 말하고자 했던 무정부의 이상세계를 따뜻한 남쪽 섬나라에 그려낸 오쿠다 히데오는... 우리에게 여전히 유쾌한 웃음을 선사한다. 정말 중요한건 가볍게 전해야 한다는.. 그 누군가의 말을 그대로 실천하며 '진지함'과 '명랑함'을 둘 다 놓치지 않는 작가에게 경이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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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7-31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저도 책장에 꼽아 놓고 아직 읽지 못하고 있는 책입니다.^^; 언넝 읽어봐야 겠어요.
진지함과 명랑함을 둘 다 놓치지 않는 작가라는 말 공감합니다. 그렇기에 사람들이 오쿠다 히데오를 좋아하는 것이겠지요.

asdgghhhcff 2007-08-01 0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을 꽤 오래전에 읽었는데요.. 정말 재미있더라구요. ㅎㅎ
특히 결말은 코끝이 찡~ 한것이.. 감동적이기 까지 했죠.^_^


유스케 2007-08-01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 작가를 그저 재밌는 글을 쓰는 작가로 생각했습니다. 으윽.. 죄송할 따름이죠.. 진지함을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이 분의 노력은 실로 칭송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