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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브 디거 ㅣ 밀리언셀러 클럽 66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전새롬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6월
평점 :
도쿄에 나타난 무차별 살인마 그레이브 디거..
과거 중세 시대, 마녀재판으로 억울하게 희생당한 이들이 다시 살아 나와 복수하였다는 그 무자비한 살인방식을 그대로 답습하여 한명 한명 희생자를 늘려가고 있다. 그리고 그 참혹한 현장에서 발견되는 피해자들의 공통분모는 도너카드.. 미치광이 살인마는 장기기증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은 이들만 골라 살인하고 있단 말인가? 도대체 왜?...
이 이야기의 시작은 위와 같다. 더 이상의 내용발설은 보는 이들의 재미를 삭감시킬것이므로 이 정도에서 그치기로 하고.. 이번 권에서 작가가 다루고 싶어했던 '기득권' 을 가진 체제에 대해 잠깐 이야기 해 볼까 한다.
13계단에서 사형제도에 대해 많은 생각할 거리를 주었던 작가는 이번 그레이브 디거에서는 '기득권'을 가진 체제 즉 오늘날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로 대표되는 체제의 불합리성을 말하고 싶어하는 듯하다. 11명의 증인을 내세워 죄없는 이에게 살인죄를 뒤집어 씌울수도 있는... 즉 11명의 위증을 단 한명의 바른 외침보다 더 옳다고 믿어버리는 것은 민주주의의 대표원리인 다수결원리를 빗대어 놓은 것이리라.
또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진것이 없는자는 비천해지고... 그로 인해 그들은 사회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는 동시에.. 무의미한 희생자로 내몰리기도 한다. 이 책에서 그러한 희생자로 나온 곤도가 바로 그 대표적인 예가 아닐까?
작가는 이렇게 오늘날 가장 합리적이고 이상적이라 우리가 믿는 이런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폐혜를 그대로 우리에게 보여줌으로써 상기시켜준다. 우리의 행복은 바로 49명의 불행을 디딤돌 삼아 쌓아올린 51명의 행복일 뿐이라는 것을... 하지만 그렇다 하여 작가가 지금의 체제를 뒤집어 엎어버리자고 말하고 싶어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이상적인 대안이 없는 이상, 우리는 여전히 이 불합리한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세계를 살아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단지.. 지금 체제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더 나은 대안이 나타나더라도 눈감고 모른 척 하지말자고.. 또 그렇게 되기 까지 지금 체제의 불합리성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노력하자고... 작가는 말하고 싶어하는 것이 아닐까 사료된다.
아.. 그리고 작가는 대단한 유머감각을 가진 동시에 대단한 거짓말쟁이기도 하다. 이 책의 모티브랄수도 있을 그레이브 디거에 관한 전설 자체가 작가 다카노 가즈아키의 머릿속에서 나온 상상의 산물이란다. 이런 작가의 유쾌한 거짓말로 올 여름 무더위를 나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하며 이 스릴 만점의 소설을 추천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