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흑'과 '백'이 싸우는 오셀로 게임

요즘 무슨 책 읽고 계세요?

엔드 게임 ㅣ 도코노 이야기 3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7년 7월

근간에 나온 온다 여사님 책들 중에서 제일 기대하지 않았었던 책인데... 의외로 손에 잡자 마자 한번도 놓치지 않고 끝까지 단숨에 읽어 버렸다. 이상하게 내가 재미있게 읽은 책들 중에서는 읽기 전엔 별로 기대하지 않았었던.. 그런 책들이 많다.

기대감과 만족도는 반비례하는 것일까? 

뭐 그런 시시껄렁한 생각일랑은 그냥 온전히 나의 문제로 두기로 하고... 본론인 이 책의 이야기로 넘어가 보자.

빛의 제국에서 이미 언급된 바 있는 에이코와 도키코 모녀. 이들은 신기한 능력을 가진 신비한 도코노 일가 중에서도 특이한 능력을 가졌다. 무언가를 뒤집기도 하고, 뒤집혀지기도 하는 그런 능력을 말이다. 그들의 눈에는 일반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그 무언가가 보이고.. 그 무언가가 세상을 잠식하기 전에 뒤집어 없애야 하는 사명을 띄고 있는 것이다. 물론 위험이 동반된 일이다. 그것을 뒤집기 위해서는 뒤집혀 질지도 모르는 위험이 따르며,,, 그녀들의 남편이자 아버지는 강했음에도 어느날 누군가에게 뒤집혀져 사라졌으니 말이다.

에이코와 도키코 모녀 역시 강한 힘을 가졌으나, 그 강한 힘으로 뒤집은 무언가의 숫자가 늘어나는 만큼 언젠가는 뒤집혀질지도 모른다는 공포 역시 함께 늘어간다. 그리고 그런 두려움을 작가는 끈질기게 좇아가고 있다. 요즘 들어 모호함이 주는 그 불분명한 세계가 싫어진 나인지라.. 이렇게 명료하게.. 분명하게 감정을 쫓아가 주는 작가가 고맙기까지 하다.

온다 여사의 세계는 특이해서 분명.. 현실세계를 이야기함에도 불구하고,, 환상적이란 느낌을 많이 받는다. 밤에서 새벽으로 가는 시간의 공간이나, 연극 무대, 나무가 울창한 어떤 숲, 황무지 어딘가에 숨겨진 학원 등 우리 현실에서 있음직한 공간들을 연출했음에도 현실같이 느껴지지 않는 환상의 요소를 분명히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허공 위에  떠 있는 듯한 이야기가 힘을 얻는 것은 바로 등장인물들의 감정들 때문이다. 그 치열하고 격한 감정들이 이야기에 생명을 불어넣어 환상을 현실로 만들어 주는 것이며 때문에 가장 비현실적일 것 같은 이 이야기가 가장 현실적인 느낌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등장인물들 간의 팽팽한 감정의 줄다리기는 물론, 비교적 해피 엔딩이랄 수 있는 결말까지 꽤나 마음에 들었던 책이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건.. 도코노 일가를 더이상 만나볼 수 없다는 것... 뭐.. 온다 여사님이 언젠가 다시 도코노 일가의 이야기를 시작할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당분간은 못보는 건 확실한 듯하다. 안타깝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