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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니아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3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의 배경은 지금처럼 숨이 멎을 것 같은 무더위의 여름...
대량 살인사건이 일어났던 그 수십 년 전부터 당시 사건과 직,간접적으로 관계있는 목격자들의 증언들이나... 고백들을 풀어내는 시점까지 모두 한여름에 집중되어.. 이야기는 작열하는 여름처럼 강렬하고,, 또 습한 무거운 공기를 가진 체 느리게 진행된다.
사실 미스터리의 형식을 취하고는 있다지만 온다여사는 범인을 처음부터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다. 단 알 수 없는 건 그 동기. 물론 마지막 부분에 살짝 언급 되기는 했지만 그마저도 확실한게 아니라 사람들이 저마다 생각하도록 해놓았으니.. 명쾌한 결론을 내리기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이 대량 살상의 애매모호한 동기가 못내 아쉬울지도 모르겠다. 뭐... 사건, 범인, 그리고 그 동기.. 이 삼박자를 모두 갖추었으니 2% 부족한 감이 있더라도 대략 미스터리 소설로서의 형식은 갖췄다손 할 수는 있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정작 작가가 말하고 싶은건 우리 인간의 '기억의 불확실성'이니... 이런 문제는 일단 차치하고 넘어가보자.
다수의 존재가 풀어내는 사건과 관련된 증언들. 저마다 사건에 대한 개입도가 다르고 처한 상황이 다른만큼.. 사건에 대한 기억들은 조금씩 다르다. 그 미묘한 차이가 만들어 내는 이질감은 분명 우리에게 당혹스럽고.. 불편함을 준다. 결국.. 우리가 사실이라고 믿는.. 바로 우리 눈앞에서 벌어진 일들조차.. 그것을 머리에 담는 순간,,, 객관성을 잃어버리고 마는 것일까.. 그런 불안감이야 말로 이 미스테리 소설에서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극적 긴장감일 것이며 작가는 그것을 위해 다양한 화자들의 화법조차 바꿔가는 수고조차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몇몇 이들의 화법이 유사하여 내용을 보는 내내 이 사람이 누구지.. 하며 기억을 더듬어가야 했으며, 사건과는 상관없는 이가 난데없이 나타나 이야기를 풀어가기도 하니... 정작 화자들의 기억의 모호함에 당혹스러워하기 전에 내 기억력의 모자람에 통탄해야 할 판이었으니 애석하기 그지 없었다.
다양한 시도를 좋아하는 온다 여사.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아무도 모르는 꿈나라.. 유지니아는.. 결국 독자들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몹쓸 나라가 되고야 만게 아닐까... 하는 안타까움이 든다.
이건 책과는 상관없는 여담이지만.. 리뷰란... 의외로 고된 작업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어버렸다. 사실 내가 책을 구매할 때 가장 많이 반영하는게 리뷰다. 어떤 느낌이 들까.. 어떤 취향의 책일까.. 리뷰를 보면서 상상하며 그 책이 오기전까지...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는 그 일련의 과정을 즐긴다.
하지만 문득.. 내가 쓰는 리뷰도 남들에겐 그럴 수 있겠구나.. 그저 내 취향을 주저리 주저리 풀어놓은 것이 그 책을 가치있게도 만들 수 있고 매도해 버릴 수도 있다는게... 조금은 무서워졌다. 물론 머리로는 그런 책임을 이해하고 있었다고 생각했지만.. 역시나 몸으로 느끼고 있지는 않았다고나 할까? 뭐.. 변명하자면 그저.. 내 개인적 취향이었을 뿐이라고.. 그렇게 말하고 싶다. 어쩌겠는가... 정말로 그러한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