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에서 선물 주셨어요. 엠블럼. 메달. 달인. 제겐 거한 듯한데 고맙습니다. 쪼꼬 묻은 손으로 아이가 메시지를 읽어주더군요. 달력과 다이어리도 낼름- 가져가더랍니다.
서재 들러주시는 분들, 가끔 알 수 없는 땡스투들. 고맙습니다. 연말은 이렇게 다른 마음들에 묻어가기가 좋아서요. 한동안 기록하는 걸 등한시했는데 다시 기지개 켜봅니다.

이미 그러고 있으면서도 누가 읽는다고 생각하고 페이퍼 쓰는 게 왜인지 멋쩍었는데 그런 것도 좀 덜 어려워해보려고요. 삼키고 마는 말들. 좀 꺼내놓아도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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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3-12-15 12: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좋은 건 알아가지고!!!낼름 ㅋㅋㅋ 이거 메달 하나 떡 단 게 뭔가 더 있어 보여요. 받을 만 했고 내년에도 또 받게 제몫까지(?) 유수 같고 주옥 같은 글들 간간히(잔뜩이랬다가 고침 ㅋㅋ) 남겨주시면 제가 나중에 다 무릎 꿇고 정독하겠습니다. (부담과 책임감 줌)

건수하 2023-12-15 13: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저랑 완전 같은 구성이네요 ^^ 축하드려요~

유수님 글 잘 읽고 있어요. <시스터 아웃사이더> 땡스투도 했더랬습니다 :)

수이 2023-12-15 14: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피넛츠 탐납니다!!! 덜 어려워하려고_ 이 말이 제일 반갑고.

오후 2023-12-16 09: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오오!!👏👏👏

단발머리 2023-12-18 13: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엄마한테 카드 왔다고 쪼코 묻은 손으로 읽어주는 그 딸래미 칭찬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서재의 달인, 그리고 아마 북플의 달인인가요? 2관왕 축하드립니다. (참고로 전 서재의 달인만 되었더래요.)
마음대로 안 돼서 가끔 미뤄두기도 하고, 이게 뭐야 던져 놓기도 해도... 그래도, 다시.... 라고 마음 먹었을 때...
그 때 꼭 알라딘으로 오세요. 기다리시는 이웃님들이 이렇게나~~ 많으시네요.
 

와우.. 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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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3-12-15 10: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오…! 크리스마스 선물로 딱이겠어요

유수 2023-12-15 10:37   좋아요 1 | URL
그러네요☺️ 이 책에 추억 있으신 분들 많으시더라고요. 수하님도요?!

건수하 2023-12-15 10:39   좋아요 1 | URL
네! ㅎㅎ 아이도 좋아하면 좋겠는데…. 요즘 ~ 살인사건 이런거 읽는 아이한테 선물하면 어떻게 될까요..? 😂

유수 2023-12-15 10:43   좋아요 1 | URL
즈이집엔 잘 안 읽는 어린이 있는데 함 선물해보고.. 결국 저희가 잘 읽었더라는 반해피엔딩.. ”받을 수 없는 선물“??! 예상합니다😅

건수하 2023-12-15 10:48   좋아요 1 | URL
지금까지 산타 선물에 여러 번 화를 냈었는데… 올해도 그렇게 될 지도… 🤫
 

모녀 서사 읽기 힘들다면서 또 읽고 있네요. 

살펴주는 사람이 있었다.
















누군가의 몸에서 뼈를 떼어내 다른 누군가를 만든다는 비유를 해야 한다면 엄마와 딸 사이여야 맞지 않나 생각했었다. 분신, 탈출, 조형, 감금2, 분화, 분리, 연속, 일체의 뼈.



“소피아, 당신 어머니의 마비를 육체적 취약성으로 착각하지 않아야 해요.” 201



걷지 못하는 이유를 찾아 거액의 대출까지 받아 스페인의 의사에게 치료를 받기로 결정하고 딸과 스페인에 온 로즈는 딸 소피아를 수족처럼 부린다. 손과 발이 어떤 의미로 차용되는지 떠올릴 것도 없이, 뜨거운 볕 아래서 엄마의 휠체어를 끄느라 애쓰는 소피를 여러번 반복해 보다 보면 나도 같이 소진되고 만다. 게다가 이 엄마는 다리가 아픈 건지 안 아픈 건지도 모르겠어. 어떤 땐 걷고, 어떤 땐 못 걷고, 마비라면서 다리에 파리가 내려앉은 것도 느낀다는데. 좋아하는 작가의 글에 별 수 없이 끌려들어가면서도 내가 이걸 정말 원하는 건지 알 수 없다. 그래서 내 대답도 비슷한 꼴이었다. 이런 내용인지 모르고 읽네요 마네요 중언부언할 뿐. 책 덮으면 될 거 아닌가.



그녀는 여전히 하늘을 우러르고 있다. “조피, 문제가 하나 있어요. 파블로의 개는 말로 다 표현 못 할 학대를 받았어요. 개는 자유를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모를 거예요. 온 마을을 헤집고 뛰어다니며 아기를 잡아먹으려 들걸요. 만일 당신이 사슬을 풀어주는 데 성공한다면 개를 산으로 데려가 미치도록 뛰어다니게 놔두세요. 개는 그 방식으로만 진정 자유로워질 거예요.”70



25살이 되도록 충실히 엄마의 욕구를 수행하는 소피가 이해되지 않는 사람도 많겠지. 언뜻 속내를 비추는 거 보면 박사과정 밟고 싶어하면서 당장은 카페 알바하는 처지니 진로를 숙고하는 게 시급할텐데 말이다. 엄마가 아닐 수는 있는데 딸이 아닐 수가 없고, 여자 둘은 곧 딸 둘이 되고 마는 공식. 배꼽이야 그냥 달고 살면 되지 뭔 이해가 필요하겠냐만 옳은 선택이라서가 아니라 흔히 본 케이스라서 알겠다. 엄마 때문에 포기할 수 있는 첫번째 자원이 자기 욕망인 딸들. 우선순위를 스스로에게 속여가면서 돌봄이라는 의무에 몸을 담가버리는 여자들. 


스페인에 온 소피에게도 영 수확이 없는 건 아닌데 해안에서 해파리(메두사)에 쏘여 치료 받으면서 만나게 되는 간이 의무실의 후안, 자수를 놓으며 빈티지 의류를 수선하는 일을 하는 잉그리트라는 독일인과 사랑을 나누는 사이가 된다. 잉그리트는 특히 각별한 사람인데 소피를 조피라 부른다. 발음 하나 달라졌을 뿐인데 잉게가 얼마나 소피에게 다른 세계의 사람일지 짐작이 간다. 이 독일 여자가 어떤 눈으로 어떤 목소리로 소피를 부르는지 왜 그때마다 소피 몸이 다는지 나도 알 것 같애.



어머니와 딸 단 둘 뿐이라는 폐쇄성에서 오는 강한 징후들이 책 전반에 낮게 깔려 있고, 그에 따라 서사가 (비유마저도) 진행이 된다. 소피의 섹슈얼리티가 로즈에 대항해서만 그려지는 게 분하고 짜증났다. 한계를 극복하는 사람의 기준점도 한계일 뿐인데. 자발적이지 않은 돌봄은 결국 피돌봄자가 돌봄자에게 저지르는 또다른 학대가 되는 걸까? 감내하든지 떠나든지 하라는 단 둘 이외의 선택지는 없을까. 


욕실 바닥, 서늘한 타일에 납작하게 눕는다. 잉그리트는 재봉사이다. 바늘은 그녀의 마음이다. ‘머리 잘린’은 그녀가 나를 생각할 때 떠올린 단어이고, 그녀는 자신의 생각을 거둬들이지 않았다. 그녀는 검열되지 않은 단어, 실로 새긴 그 단어를 내게 주었다. 

‘사랑받는’은 환각이었다.265


애초부터 이렇게 안 맞는 사람들인 것을 긴 시간 같은 지붕 아래서 복닥거리고 나서야 깨닫게 되는 게 가족이고, 어쩌구맘 저쩌구맘에서부터 무슨 둥지, 무슨무슨 독립, 무슨 증후군, 유치한 말도 거창한 분석도 많지만 정작 자식이 본인으로부터 모체를 어떻게 떼어낼 지는 미궁인 채다. 아직도 이해하면 자유로워질 거 같다는 생각으로 책이나 들입다 찾아 읽으니, 에지간히 지랄 맞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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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3-10-30 17: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모녀서사 별로이긴 해요. 극진한 어머니 밑에서 자랐고 딸애를 바라볼 때의 내 심경....은 복잡하고 그렇죠.
근데 유수님 글은 재미있네요. 이 책은 못 읽을 거 같지만요. 하하하.

유수 2023-10-30 18:06   좋아요 0 | URL
단발님과의 접점은 필립 로스 뿐인 듯 해요 ㅋㅋ 제가 읽은 게 없는 탓도 있으리라..부지런히 파보겠습니다!!
 

성매매 내 타락의 상호작용은 바로 이와 같다. 영향을 주고, 반영하며 합병하면서 쌍방향으로 흐르기 때문에 상호작용이라 할 수 있다. 요구되면 제공되고, 찾으면 충족되고, 제시되면 받아들여진다. 타락은 스스로 갱신하고 재정하는 데 고수이고, 특정 박테리아가 습한 장소에서 가장 잘 번식하듯이 타락은 성매매를 가장 최적의 환경으로 여긴다. - P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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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10-30 09: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에서 이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타락의 상호작용 이요. 성구매, 성매매가 아니라면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라는 지점에서 말이지요. 게다가 레이첼 모랜은 그걸 자각했지요. 정말 대단한 사람이에요.

유수 2023-10-30 12:36   좋아요 0 | URL
저도 그래요. 어디가 맞물려서 이렇게 유구하게 잘(?) 돌아가는지 이 부분이 아니었다면 계속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젊은 여성은 삶에 대해 단호한 태도를 취하려는 시도를 함과 동시에 기만 행위에 더욱 취약해진다. -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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