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박한 공기 속으로
존 크라카우어 지음, 김훈 옮김 / 민음인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산을 좋아하긴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일반인으로 그런 거고 전문등반은 전혀 모른다. 그러다보니 읽으면서 마음 한 구석에서 고개드는 의문을 계속 마주하게 된다. “산을 정복한다”는 말에 들어있는 어폐와 인간의 오만 , ‘최고봉 등정=정복’이라는 등식이 얼마나 단편적인가하는 생각들. 그런데도, 재밌게 읽었다. 인간이 산에 오른다는 것은, 그 거대한 위용이라든지, 억겁의 시간과 자연의 경이처럼 산이 품은 모든 가치를 발(몸)로 일일이 구체화하는 일이라는 걸 느끼게 된다. 출간 후에 크고 작은 사실 논란이 불거진 책이라는 걸 감안해도 산-몸-글로 이어진 저자의 구체화 작업도 탁월하다. 책을 덮을 때쯤엔 내가 수긍하든, 수긍하지 않든, 에베레스트 등정에 임하는 여러 사람들의 다양한 가치관과 야망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것이다. 상업적 탐험대든 비영리 탐험대든, 가난한 사람의 세 번째 도전이든 트로피 하나를 더 걸려는 부자의 돈지랄이든.. 도전이 아니라 인간의 욕구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면 납득하지 못할 것이 없다. 누군가를 어리석다고 비난하는 건 쉽지만 어리석은 욕망에 대해서 비난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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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3-03 11: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저 이거 주문해뒀는데 유수 님 찌찌뽕~ 이라기엔 벌써 읽으셨지만..
저 이거 원래 오늘 받기로 되어있었는데 배송지연 사과한다고 내일 온대요. 사무실로.. 그러면 주말동안 못봐요. 우와 유수 님의 별다섯! 미미 님도 이 책 추천하셨었거든요. 그래서 읽어야지 마음 먹고 있던 책이었어요. 아 궁금합니다!!

유수 2023-03-03 11:24   좋아요 1 | URL
저는 별에 헤퍼요. 평점 매기는 거에 혼자 부담 갖고 있어서 ㅋㅋ 다같이 읽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갖고 매겨요. 다락방님한테 제가 내적 ㅉㅉㅃ 느끼는 게 얼마인데요 크크 기쁩니다!
 

재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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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2-28 15: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가지고 있나요?

다락방 2023-02-28 15:34   좋아요 3 | URL
구판으로 가지고 있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은오 2023-02-28 15:48   좋아요 2 | URL
다락방님 그만좀귀여워주세요ㅜ

다락방 2023-02-28 16:22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수 2023-02-28 19:11   좋아요 2 | URL
ㅋㅋㅋ뒷북이지만 다락방님 정말 귀여우시고 노답이시고 서재 탐나고ㅋㅋ

2023-02-28 18: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28 2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28 2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28 19: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28 2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28 20: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3-01 07: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속초 동아서점. 강원도 여행 중에 컨디션 안좋은 어린이와 함께 갔다. 내가 가본 지역 서점 중 가장 시간을 오래 보내고 싶은(못했지만) 곳이었다. 역시 재밌는 그림책을 기똥차게 골라내는 어린이. 사전 정보가 없는데 어떻게 그러지 매번 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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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3-02-25 21: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애기가 엄마를 쏙 빼닮았나봐요 그나이에 벌써 안목이!!

유수 2023-02-26 14:28   좋아요 2 | URL
은오님한테 배우고 싶은 거 너무 많아요. 그 중 하나 댓글다는 법!ㅋㅋㅋ

난티나무 2023-02-27 02: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동아서점 체크해두고 못 간 곳이에요. 다시 체크! 저는 예전에 완벽한 날들, 갔었는데 그때 생각 나요.^^
기똥차게 골라내는 어린이!!!!! 👏

유수 2023-02-27 21:31   좋아요 1 | URL
저는 완벽한 날들(첨 들어요?!)을 체크해두겠습니다. 듣던 만큼 좋았어요, 동아서점.
 

밑줄

그런 전화는 보통 아주 공손하고 평범한 목소리로 시작되곤 했어. "제인 고든 박사님과 통화할 수 있을까요?"… 그런 다음-거의 예외 없이-나는 "쌍년"이라는 단어를 들었지. 가끔 그들은 그냥 내가 그들의 결혼생활을 망친 쌍년이라는 점을 알려주고 싶어했어. 아니면 나 같은 쌍년들이, 한 무리의 페미나치 쌍년들이야말로 요즘 여자들의 문제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했거나. - P137

여자라면 늘 고맙다는 인사를 하기 위해서였어. 그런 인사는 무척 감동적인 경우가 많았단다. "선생님이 제 인생을 바꿔놓으셨어요" … 우리는 서로를 끌어안을 생각은 없었어. 미국 중서부에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아. 하지만 그냥 악수만 하는 건 아주 남성적이고 무척 사업적으로 보일뿐더러 불충분하게 느껴졌어. 그래서 우리는 서로의 손을 잡고 얼마쯤 힘을 주면서 그 접촉으로 연대를 전했어. - P139

소위 내 명성이란 게 인터넷이 존재하기 전에 정점을 찍은 덕에 내 이름을 구글에서 검색하거나 트위터와 댓글을 읽으면서 온종일 앉아 있지는 않았다는 거야. 이 모든 공간은 ‘남자들’로 오염돼 있어. - 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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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스스로 눈멀기는 우리의 내면적인 눈멂을 인정하는 하나의 상징이다. 이것을 고대 그리스인들은 하나의 관습으로 만들었고, 우리는 그 예술을 물려받은 것이다.”

앞으로 계속 보겠지만 젠더는 눈멂을 굴절시킨다. 그러나 여기에서 나는 고전 연극 속 맹인에 대한 재현이 여성에 대한 재현과 공통점이 많음을 지적하고 싶다. - P46

… 그러나 어둡고 광기에 가깝고, 도무지 알 수 없는 능력은 희극 속에서는 여성과 눈먼 남성을 대변한다.
… 고대 그리스의 눈먼 예언자 전통은 그리스도교 맥락에 맞춰 깔끔하게 번역된다. 여러분이 문자적으로 앞을 볼 때 여러분은 영원한 진리를 보지 못할 가능성이 크고, 따라서 스스로 눈멂은 인간의 시야 너머에 존재하는 그 진실을 보기 위한 가장 빠른 길이다. - P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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