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다망해서 잘 읽지도 못하지만 짧게라도 쓰다보면 뭐라도 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하는 페이퍼..


1. <교만의 요새>, 마사 누스바움 


마사 누스바움, 처음 읽는다. 어려울 것 같았는데 그래도 따라갈 만하다. 교만이라는 특징을 뽑아내 권력남용과 성폭력을 분석한다. 성차별주의에서 주체성과 자율성이라는 두 축이 어떻게 삭제되는지, 거기에서 파생된 대상화는 어떻게 여성혐오와 연결되는지, 직장 내 성희롱과 성폭력을 미국 법에서는 어떻게 다뤄왔는지, 미투 이후 요구되는 정의는, 법은 어떻게 그 명징함을 확보해야 할 것인지를 풀어낸다. 
















2. <내가 없는 쓰기>, 이수명

단숨에 읽고, 책장을 넘기다 쓸어보다 그렇게 다시 보고, 아껴하며(틀리려나..아끼며, 아껴가며,..보다 왠지 이게 내 마음을 표현하는 것 같은뎅) 읽는다. 이수명 시인의 산문에 깊이 빠져 있다. 작년에 읽었던 <나는 칠성슈퍼를 보았다>도 상당히 좋아했는데 이 책은 더 맞춤하게 지금 내 품에 와 있다. 토막 글이 월별로 모여있고 어떤 시기와 어떤 날씨, 어떤 상태를 생각하고 이입하기에 좋아서 더 그런 듯하다. 입술을 움직여서 그 존재를 다른 차원에 구현해보게 하는 문장들.


“쓰지 않는 것이 자유로운 상태에 대해 잠시 생각해본다. 지금까지는 언제나 반대의 상황에서 생각했기 때문이다. 쓰는 것이 자유로운 것 말이다. 쓸 떄, 발견하고 외롭다. 쓸 때, 벗어나고 가벼워진다.

문득 쓸 때 자유롭다는 것은 쓰는 것이 쓰지 않는 것을 포괄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쓰는 것은 쓰지 않는, 쓰지 못하는 것을 알아보게 하는 넓이를 지닌다. 쓸 때 쓰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쓰는 것이 자유로운 것이다. 그래서 자유로운 쓰지 않음이 가능해진다.”88


















3. <일 년 내내 여자의 문장만 읽기로 했다>, 김이경

시사인에서 종종 보았던 칼럼이다. 여여한 독서. 여자가 쓰고 여자가 읽은 여여한 독서. 거기다 나는 여자한테 선물받았으니(고마워요. 고마워요.) 그야말로 여!여!여!한 읽기. 이 책을 받아 읽기 시작한 날 다시 궤도로 돌아온 느낌이라 다 책 선물 덕분이라 여기며 계신 곳으로 큰 절 올립니다ㅋㅋㅋㅋ

칼럼을 매호마다 챙겨보지는 못했는데 책으로 묶여 나오니 그때보다 글이 내밀한 분위기인 건 나만의 느낌일지. 서평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다. 가이드해주는 책에 대한 배경 설명과 소개에 매번 읽을 책 리스트를 추가하게 되는 것은 당연. 잘 쓰인 서평집은 역시 우직하게 읽는 것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이밖에도 펼쳐져 있는 것들이 너무 많은데.. 문어발 자제하고 이걸 끝내는 것부터 시작하겠다는 다짐! 맨날 다짐으로 마무리하는 주입식 교육의 성공적 피세뇌자 되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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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3-07-06 12: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짐 근데 말이 좋지 않나요. 마늘을 콩콩 다짐. 고기를 곱게 다짐. 다 먹기 좋을 것 같아서 좋다. 주입식이어도 좋다. 문어발이랑 같이 먹으면 맛있겠다.

유수 2023-07-06 22:16   좋아요 1 | URL
맞아요. 그러네요. 급 환기됨. 침도는 얘기를 참하게도 해주신다. 오늘 저녁 뭐 드셨어요.

반유행열반인 2023-07-06 22:18   좋아요 1 | URL
가장 마지막에 먹은 건 멜론, 방금은 늦게 배달된 어어어엄청 큰 수박을 힘겹게 냉장고에 모셔두고 왔습니다 ㅎㅎ(비빔쫄면라면 먹었다고 말하기 부끄러워서 과일 색칠 ㅋㅋㅋ) 저도 물어봐 드릴까요???? ㅋㅋㅋㅋ

유수 2023-07-06 22:20   좋아요 1 | URL
센스쟁이. 묻지 마세요😂😂😂 보부아르 서문 궁금해서 책 도서관에 있나 구경중이에요 ㅋㅋ 화제 돌려버렷!

반유행열반인 2023-07-06 22:24   좋아요 0 | URL
사드를 불태워야 하는가? (아니) 하는 거 같은데…번역자나 출판사가 뭔가 이거 이상한 책 아니구 우리 보부아르 선생님도 칭찬 반 비판 반 하신 책이야 이러고 껴묻거리로 넣어 둔 거 같아요 ㅋㅋㅋ근데 이 번역가 전에 소돔120일 때보니 뭔 러일전쟁 종군기자였던가? 오래오래 전에 소천하셨을 거 같고 동서책은 늘 일본어판 중역이 의심되고 그래서 그런지 원래 어렵게 쓰는 분이라 그런지 난 뭔말인지 잘 모르겠다 싶었습니다 ㅋㅋㅋㅋ

유수 2023-07-06 22:28   좋아요 1 | URL
우리 선생님도 칭찬반 비판반 하신 책이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반님은 독후감도 독후감이신데 물어보면 척척 대답해주는 게 너무 신기하여요. 자꾸 질문하고 싶어요ㅋㅋ

반유행열반인 2023-07-06 22:29   좋아요 1 | URL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제가 알아서 걸러내고 답해드림? ㅋㅋㅋㅋ
 



그가 원하는 것을 별 분투 없이 얻을 때는 결혼의 유용한 합의들이 잘 굴러간다. 하지만 그의 이익이 명령하는 일 앞에서는 어떤 장애물도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 P49

젠더적 교만은 여성을 법적으로 혹은 사회적으로 종속시키는 문화에서는 대가를 거의 치르지 않아도 되며 아주 손쉽게 공고화된다 - P67

트라야누스는 보고 듣는 미덕을 통하여 계급에서나 젠더에서나 자기보다 ‘아래에’ 있는 여성의 완전한 인간성을 인식했다. 하지만 위계 사회에서 지배 집단은 이런 도덕성을 갖기 어렵다. -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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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05 21: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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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05 21: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7-05 21: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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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05 21: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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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05 21: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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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05 21: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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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 - 괴테와 마주앉는 시간
전영애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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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어주는 어른이 계시다는 것. 고단함 속 들려오는 “박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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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02 03: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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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02 19: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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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3-07-03 11: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잘 읽었답니다 유수님 하반기 첫 월요일 오늘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유수 2023-07-03 11:57   좋아요 1 | URL
히히 서곡님 페이퍼 찾아보러 가야겠어요. 예상했던 것보다 가슴을 흔드는 책이더라구요.

서곡 2023-07-03 14: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 페이퍼들을 지금 다 비공개로 돌려서리...ㅎㅎ 감사합니다 오후 잘 보내세요
 

밑줄

“다시보기-되돌아보는 행위, 새로운 시각으로 보는 행위, 새로운 비평적 지향점을 가지고 낡은 텍스트 속으로 들어가는 행위 -는 여자들에게 문화사의 한 장을 차지한다는 것 이상을 의미한다.”

우리가 흠뻑 빠져있는 전제들에 대해 이해를 할 수 있게 될 때까지 우리는 우리 자신에 대해서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자기 자신에 대한 지식을 얻으려는 이 충동은, 여자들에게는, 정체성을 찾는 행위 이상을 의미하게 되는 것이다. 부분적으로 보자면 그것은 남자들이 지배하는 사회의 자기파괴성을 지하는 행위이다. 급진적인 문학비평 작업을 수행하는 것, 그런 충동을 가지는 것은 [물론] 페미니스트의 성향이지만, 그것은 무엇보다도 우리가 어떻게 사는지,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우리가 스스로에 대해 어떻게 상상하도록 인도되어 왔는지, 우리의 언어가 어떻게 우리 자신을 자유롭게 하는 동시에 옥죄어 왔는지, 이름을 붙인다는 행위가 지금까지 어떻게 남자의 특권일 수 있었는지, 우리가 어떤 식으로 [다시] 바라보고 새롭게 이름 붙이는 행위를 시작할 수 있는지 - 그래서 숨을 쉬며 살 수 있는지 ㅡ에 대해서 어떤 실마리를제공한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수행되어야 하는 작업이다. 만약 우리가 낡은 정치 질서가 모든 방향에서 새롭게 일군 혁명에 영향력을 다시해사하게 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면, 성정체성의 개념에서 변화를 이루어내는 것은 [무엇보다도] 필수적일 것이다. <거짓말, 비밀, 그리고 침묵에 대하여> 리치 산문 재인용 - P166

하지만, 리치가 지적한 바가 있듯이, 이런 ‘특별하다‘는 느낌이 한편으로 우리를 여자이기에 당면하는 여성의 현실에서 해방시켜주는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 우리 자신을 끝없는 죄의식과 분노, 희생자 의식과 좌절감의 늪에 빠지게 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독서를 하고 생각이라는 것을 할 시간을 쥐어짜기 위해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는 약한 할머니, 아픈어머니, 일하느라 녹초가 된 남편, 끊임없이 질문을 하고 뭔가를 해달라는 아이들에게 쉽게 짜증을 내거나,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살면서도 중산층 주부의 존재양식에 대해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고 우울해하거나,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꿈과 시간을 희생해야 하는 역할로 인해 좌절감을 느끼면서, 속으로 ‘내가 누구 때문에 이렇게 되었는데?‘라는 희생자 의식과 분노를 느끼곤 하기 때문이다. - P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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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3-06-13 12: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름 이 주제의 책들을 리스트라도 따라가고 있었는데 이 책은 덕분에 알고 갑니다! 관심 주제인데 아직 못 읽었어요 감사합니다

유수 2023-06-30 10:52   좋아요 1 | URL
늦은 댓글 달아요. 얄라알라님께 도움 되어서 기쁩니다.
 

말 참 좋다. 옹호의 쓰기. 그리고 내 몫의 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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