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념도 반복된다는 점에서 명실공히 현실이다. 세월과 사연들이 첩첩이 밀려와 인생을 채운다. 그러면서 취향이 축적되고 그것을 충족하는 지식이 쌓이면서, 애욕은 단지 그것의 인식만으로도 남성성을 증명하는 일이 된다.
<서른 이후에도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중에서



미국의 잉여 자산은 거의 다 과시에 들어간다. 만약 이것이 퇴폐라면 그것을 최대한 활용하자. 다만 나는 퇴폐의 증후가 있다면 그건 과도함이라고 생각한다. 퇴폐는 ‘더욱 더’에 대한 욕망이 아니다.
<연지와 분> 중에서




발칙한 여자의 백년 전 글. 새롭고 재밌다. 이런 여자를 사장시켜 버렸다는 건 안 새롭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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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 바다에서 모래 위를 쿵쿵 신나게 뛰는 아이를 보다가, 나도 어쨌든 수평선을 좋아하니까 바다를 싫어한다고 할 순 없나-생각했다. 모래 처음 만져보고 이거 뭐야!!!!빼액!!! 격렬히 싫어라하는 말못하는 둘째를 유모차 태워 긴 백사장을 하염없이 왔다갔다하며 상념..아닌 땀에 마스크 속이 젖었다.



그러고 간 그림책방에서 이 책을 봤다.
아파트 상가 2층에 숨어 있던 책방 안은 햇살이 담뿍 쏟아져 들어왔고 하드커버 원서들이 겉싸개가 다 살아있는 채로 위용!과 자태!를 자랑했다. 간만에 제대로 구경하고 왔다. 사고 싶은 책은 더 많았는데.. 내 취향에 더 깊게 들어오는 책도 많았지만 고른 책은


Ocean meets sky 제목만 보고 아이한테 오늘 간 바다 사진 보면서 수평선 설명해줘볼까하는 생각에 골랐다. 막상 수평선 얘기는 없지만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추억하는 어린이의 한바탕 단꿈이다. 그림이 몽환적인 것도 좋지만 그리움과 상실처럼 어른이 돼서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들을 아이의 눈높이에 맞게 그려낸 점이 특히 좋았다.

처음엔 안본다 하더니 겉싸개 벗겨내고 금박 반짝이는 거 보고 호어-끌려들어오는 여섯살. 미끼를 물어븐 거.. 자식 낚시..

금박 진짜 이쁜데ㅋㅋ 시가에서 햇빛을 못받아서 일단 아무렇게나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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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20 11: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유수 2021-07-20 12:24   좋아요 0 | URL
와 진짜요? 저는 그저 스킨 중에 고른 건데.. 북플 컴으로 자주 하지는 못하는데 전체 사진은 안보이지만 좋더라고요. 비타님 히스토리는 동앗줄같군욬ㅋㅋ
 
내가 사랑한 시옷들 - 사랑, 삶 그리고 시 날마다 인문학 1
조이스 박 지음 / 포르체 / 2020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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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다가 부코스키 시집 <사랑은 지옥에서 온 개>를 빌려왔다. ‘파랑새’는 소개된 대로 부코스키의 시들 중 가장 읽기 무난한(?) 류의 시였다. 찰스 부코스키는 하류계관시인(두 표현을 나란히 쓸 수 있는 거구나)으로 평가받는다고 한다.

마초이즘의 정수인데. 말이 좋아서 그렇지, 시를 읽어내려 갈수록 그의 자기혐오(+ 다른 대상에 화풀이. 반응을 노린듯한 선정적이고 노골적인 표현들)나 비대한 에고를 어쩌지 못하는 모습에 당황스럽다. 문학적 가치는 있었을 것 같다. 전례없고 파격적이었겠지-근데 요새 그런 사람들 엄청 많지 않나. 21세기 특산품-비관과 냉소를 내내 유지하는 데다가 기성 사회에 문제를 제기한다는 시들도 많다고 하니. 읽게 되면 개인적으로 취향에 들어맞는 시를 찾게 될지도 모르겠다. 다만. 아웃사이더의 가장 좋은 점은 다른 아웃사이더를 좋아할 필요가 없다는 거라서. 일단은 그 장점을 누리련다.


원책으로 돌아가서.
영시를 소개하는 저자의 노련함이 좋다. 그걸 신뢰하고 따라가면 돼서 독자로서는 기분 좋은 산책길을 잘 아는 친구 따라 걷듯 마냥 즐겁다.
시작은 alone/ 마지막 실린 시는 may love seize you 책을 덮고 나서 목차를 보고 깨닫게 되는 무언가가 있다. 눈 앞의 삶을 받아들이는데 조금 더 도움이 된다.

비감과 상실을 다룬 시들과 요절한 시인들. 논란과 비난이 있었던 그들의 생애에 대한 힌트도 함께 주어져서 읽기에 재밌다.


실린 시 거의 모두 다 좋았는데 아직 번역된 시집이 없다는 린다 파스탄과 작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는 루이스 글뤽의 시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루이스 글뤽의 시는 페르세포네를 데려오려는 하데스의 계획과 결심, 소회(!) 등이 담긴 시로, 포획자의 심리와 모순이 잘 담겨있어서 강렬하다. 이걸로 다른 사람들하고 대화해보고 싶다. 저마다의 이야기와 해석을 한보따리 들을 수 있을 거 같은 ㅎㅎㅎㅎ시인의 다른 시들이 궁금하다.
엘리자베스 비숍, 에밀리 디킨슨, 사라 올슨 등등 다 언급하기 힘들 정도로 모든 장이 재밌었다. (왜 day로 챕터를 나누었을지 궁금하다. 부제로 짐작되듯이 삶에서 읽는다는 의미를 담은 걸까?) 앤 섹스턴이나 앨리스 워커, 에이미 로웰 시집도 읽어 보고 싶고. 앞으로 어느 서가를 오가다 이들의 이름과 부딪힌다면 기꺼운 마음으로 뽑아 오겠지. 그런 점에서 이 책에 많은 목록을 빚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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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온라인 강의 듣던 중 특정 성별 두분이 발표 시간에 다른 성별 의견은 귓등으로 넘기며 서로 어화둥둥해가면서 그 수업 찜쪄먹는 것을 목격하고 읽기 시작. 악의 있는 사람들은 아니었다고 생각하는데 듣고 있기가 너무나 피곤했어.

p.15

이런 현상 때문에 여자들은 나서서 말하기를 주저하고, 용감하게 나서서 말하더라도 경청되지 않는다. 이런 현상은 길거리 성희롱과 마찬가지로 젊은 여자들에게 이 세상의 당신들의 것이 아님을 넌지시 암시함으로써 여자들을 침묵으로 몰아넣는다. 이런 현상 때문에 여자들은 자기 불신과 자기 절제를 익히게 되는데 비해 남자들은 근거 없는 과잉 확신을 키운다.


p.16

내가 말한 이런 증후군은 거의 모든 여자들이 매일 치르고 있는 전쟁이며 여성 내면에서도 벌어지는 전쟁이다.(앞의 예시, 부시 행정부가 테러단체에 관한 fbi 여성 요원의 말을 듣지 않아 전쟁을 치르게 된 이야기에 계속). 자신이 잉여라는 생각과의 전쟁이고, 침묵하라는 종용과의 전쟁이다.


p.17

여자는 -비교적 최근에 생긴 법적 도구인 - 금지명령을 받으려는 경우에도, 먼저 어떤 남자가 자신에게 위협이 된다는 사실을 법원이 믿게끔 만들고 다음에는 경찰이 그 명령을 집행하게끔 만드는 신뢰성을 갖춰야 한다..

(중략)

폭력은 타인을 침묵시키고, 타인의 목소리와 신뢰성을 부정하고, 내게 타인이 존재할 권리를 통제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한 방법이다.

(중략)

페미니즘의 투쟁에서 핵심과제는 우선 여성을 신뢰할 만하고 경청할 만한 존재로 만드는 것이었다.


p.24

대부분의 여자들은 이중의 전선에서 싸우고 있다. 하나는 무엇이 되었든 문제의 주제에 관한 싸움이 벌어지는 전선이고, 다른 하나는 애초에 말할 권리, 생각할 권리, 사실과 진실을 안다고 인정받을 권리, 가치를 지닐 권리, 인간이 될 권리를 얻기 위해서 싸우는 전선이다.


p.30

내가 그 글에서 말하고 싶었던 요지는 나 자신이 유달리 많은 억압을 겪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경험한 종류의 대화들이 남자들에게는 공간을 열어주되 여자들에게는 닫아버리는 쐐기처럼 작용한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었을 뿐이다. 발언할 공간, 경청될 공간, 권리를 지닐 공간, 참여할 공간, 존중받을 공간, 온전하고 자유로운 한 인간이 될 공간을. 이런 현상은 점잖은 대화에서 권력이 표현되는 한 방식이다. 점잖지 않은 대화에서, 물리적 협박과 폭행에서, 또한 너무나도 자주 세상의 조직 방식에서마저도. 여성을 동등한 존재로서, 참여자로서, 권리를 지닌 인간으로서, 심지어는 너무나도 자주 살아 있는 존재로서 마저도 받아들이기를 거부한 채 침묵시키고 지워내고 제거하려는 바로 그 권력 말이다.


p.31

처음에는 재미난 일화로 시작한 글이 결국에는 강간과 살인을 이야기하면서 끝났다는 것이었다. 덕분에 나는 여성이 사회에서 겪는 사소한 괴로움, 폭력으로 강요된 침묵, 그리고 폭력에 의한 죽음이 모두 하나로 이어진 연속선 상의 현상들이라는 사실을 똑똑히 깨달았다.


우리가 여성 혐오와 여성에 대한 폭력을 더 잘 이해하려면 힘의 오용을 총체적으로 바라보아야만 한다.

7/12 1장


p.36 내가 일부러 이런 사건들만 찾아다닌 것은 아니다. 이런 사건은 뉴스에 시도 때도 없이 나온다. 다만 그런 사건들을 다 합쳐서 여기에 사실은 모종의 패턴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뿐이다.


이 나라와 이 지구에서는 여성에 대한 강간과 폭력이 엄청나게 많이 발생하지만, 그 사건들이 시민권 문제나 인권 문제로, 혹은 위기로, 혹은 하나의 패턴으로 다뤄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폭력에는 인종도 계급도 종교도 국적도 없다. 그러나 젠더는 있다 ----->생각해 볼 것


그렇다고 해서 모든 남자가 폭력적이라는 말은 아니다.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게다가 남자들도 분명 폭력을 겪는다. 주로 다른 남자가 가하는 폭력을.


여자의 폭력은 심각한 부상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드물고, 하물며 죽음으로 귀결되는 경우는 더더욱 드물다. 한편 남자가 파트너에게 살해될 때는 여자의 정당방어인 경우가 많은데, 수많은 여자들이 친밀한 상대의 폭력으로 병원이나 무덤까지 간다. 어쨌든 지금 이 글의 주제는 남성이 여성에게 가하는 폭력이 유행병처럼 만연해 있다는 사실이다. 친밀한 상대의 폭력과 낯선 사람의 폭력이 모두.


41

다만 두 성이 모두 납에 노출되는데 어째서 한쪽 성이 대부분의 폭력을 저지르는가 하는 점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다. 폭력의 유행병은 늘 젠더가 아닌 다른 것으로 설명된다. 모든 설명들 중에서 가장 광범위한 설명력을 지닌 것으로 보이는 요인을 쏙 뺀 다른 요인들로만.



45

이 대목에서 우리는 폭력은 무엇보다도 일단 권위주의적이라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폭력은 내게 상대를 통제할 권리가 있다는 전제에서 시작한다.

살인은 그런 권위주의의 극단적 형태다.


52

여느 지침들은 그런 상황에 대해서 조언할 때 예방의 책임을 전적으로 잠재적 피해자에게만 지움으로써 폭력을 기정사실화한다는 점이다. 대학은 여학생들에게 공격자로부터 살아남는 방법을 알려주는 데 집중할 뿐 나머지 절반의 학생들에게 공격자가 되지 말라고 이르는 일에는 별로 신경 쓰진 않는데, 여기에는 합당한 이유가 전혀 없다.


56

강간이 욕정의 범죄라는 말은 그만하라. 이런 강간은 계산된 기회주의적 범죄다.


60

게이 남성들은 - 지난 수십 년 동안 공개적으로 - 전통적 남성성을 재정의해왔고, 가끔은 그것을 약화시키는 데 성공했으며, 종종 여성들의 훌륭한 동지였다. 여성해방운동은 남성의 힘과 권리를 침해하거나 빼앗으려는 의도를 가진 것처럼 묘사되곤 했다. 마치 한 번에 한 성만 자유와 힘을 누릴 수 있는 암울한 제로섬 게임인 것처럼. 그러나 우리는 함께 자유인이 되거나 함께 노예가 될 수 있을 뿐이다. 기어코 자신이 이기고 정복하고 처벌하고 우위를 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이야말로 끔찍하고 자유와는 거리가 먼 것이며, 달성 불가능한 그런 목표를 포기하는 것이야말로 해방이다.


2장 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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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1063009450001651

˝기동성에서 비롯하는 가능성. 100년 전 버지니아 울프가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면 지금 우리에게는 자기만의 바이크, 자기만의 차가 필요해요. 게다가 바이크는 사륜차보다 싸고 환경에 덜 해롭기까지 해요. 그러니 여자분들, 조수석 말고 바이크에 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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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티나무 2021-07-10 22: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이크에도 편견 선입견이 가득한 것이었군요.ㅠㅠ

유수 2021-07-10 23:53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기동력이 주는 해방 얘기. 특히 와닿더라고요. 여자 둘이 글 쓴 걸로 실패한 적이 없어요 요새 특히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