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다가 부코스키 시집 <사랑은 지옥에서 온 개>를 빌려왔다. ‘파랑새’는 소개된 대로 부코스키의 시들 중 가장 읽기 무난한(?) 류의 시였다. 찰스 부코스키는 하류계관시인(두 표현을 나란히 쓸 수 있는 거구나)으로 평가받는다고 한다. 마초이즘의 정수인데. 말이 좋아서 그렇지, 시를 읽어내려 갈수록 그의 자기혐오(+ 다른 대상에 화풀이. 반응을 노린듯한 선정적이고 노골적인 표현들)나 비대한 에고를 어쩌지 못하는 모습에 당황스럽다. 문학적 가치는 있었을 것 같다. 전례없고 파격적이었겠지-근데 요새 그런 사람들 엄청 많지 않나. 21세기 특산품-비관과 냉소를 내내 유지하는 데다가 기성 사회에 문제를 제기한다는 시들도 많다고 하니. 읽게 되면 개인적으로 취향에 들어맞는 시를 찾게 될지도 모르겠다. 다만. 아웃사이더의 가장 좋은 점은 다른 아웃사이더를 좋아할 필요가 없다는 거라서. 일단은 그 장점을 누리련다. 원책으로 돌아가서. 영시를 소개하는 저자의 노련함이 좋다. 그걸 신뢰하고 따라가면 돼서 독자로서는 기분 좋은 산책길을 잘 아는 친구 따라 걷듯 마냥 즐겁다. 시작은 alone/ 마지막 실린 시는 may love seize you 책을 덮고 나서 목차를 보고 깨닫게 되는 무언가가 있다. 눈 앞의 삶을 받아들이는데 조금 더 도움이 된다. 비감과 상실을 다룬 시들과 요절한 시인들. 논란과 비난이 있었던 그들의 생애에 대한 힌트도 함께 주어져서 읽기에 재밌다. 실린 시 거의 모두 다 좋았는데 아직 번역된 시집이 없다는 린다 파스탄과 작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는 루이스 글뤽의 시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루이스 글뤽의 시는 페르세포네를 데려오려는 하데스의 계획과 결심, 소회(!) 등이 담긴 시로, 포획자의 심리와 모순이 잘 담겨있어서 강렬하다. 이걸로 다른 사람들하고 대화해보고 싶다. 저마다의 이야기와 해석을 한보따리 들을 수 있을 거 같은 ㅎㅎㅎㅎ시인의 다른 시들이 궁금하다. 엘리자베스 비숍, 에밀리 디킨슨, 사라 올슨 등등 다 언급하기 힘들 정도로 모든 장이 재밌었다. (왜 day로 챕터를 나누었을지 궁금하다. 부제로 짐작되듯이 삶에서 읽는다는 의미를 담은 걸까?) 앤 섹스턴이나 앨리스 워커, 에이미 로웰 시집도 읽어 보고 싶고. 앞으로 어느 서가를 오가다 이들의 이름과 부딪힌다면 기꺼운 마음으로 뽑아 오겠지. 그런 점에서 이 책에 많은 목록을 빚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