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했던 순간은 온데간데없고 서로를 죽일 듯이 노려보는 둘 사이에 적막만 흘렀다
그의 기분을 들쑤시고 싶어 내뱉는 말인데도 상처를 받는 건 오히려 저였다
목구멍으로 차오르는 울분도 티 내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소용이 없었다
아저씨가 너무 싫어서 눈물이 절로 나는 걸 어떡해
마뜩잖은 표정으로 그를 째려보며 밍기적거렸지만 결국은 그의 뒤를 따라왔다
결국엔 시키는 대로 다 할 거면서 왜 이리 툴툴대는 건지
아무래도 제 눈에 콩깍지가 제대로 씐 것 같았다
혼을 뻇긴 듯한 눈 속엔 오로지 푸른 바다만 들어차 있었다
그 집에 있으면 그녀는 계속 엄마 생각이 날 테고 신경이 계속 날카로워지기만 할 것이 뻔했기 떄문에...
그 가시를 다 뽑으면 그녀는 더 이상 그녀로 살아가지 못하는 걸까
그녀는 절정에 달할 때마다 그를 자연스럽게 오빠라고 불렀다
그는 그녀가 저를 기억해 낸 것이 분명하다고 확신했다
그러니 더 미운 말을 하고 뾰족하게 그를 지르며 화풀이했겠지
그의 말을 듣지 못했을까 봐 그는 그녀의 귓가에 끊임없이 속삭였다
그저 그에게 애정을 갈구하고 어리광만 피우고 싶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