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이 그녀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런 곳에서 그녀를 생각하는 짓은 하고 싶지 않다

스스로 자괴감이 들었다

이 나이 먹도록 이런 것도 안 해보면 억울한 거야

이걸 꽂고 하면 어떻게 좋은데?

넌 상상만 하다 늙어 죽을 거다

그 팀장이라는 남자랑 상상 속에서 얼마나 했어?

함께 이런 곳에 와서 저런 대화를 하는 여자들이 내심 부러웠다

네가 만나게 될 남자친구가 이런 거 싫어할 수도 있잖아

난 성적인 환상이 없는 놈은 안 만나

너는 뭐만 하라고 하면 뺴더라

이래놓고 중독자처럼 좋아할 거면서

내가 너 같은 줄 아니?

근데 이거 쓰면 정말 기분이 좋아져?

반대편에 있는 여자들에게 호기심을 느꼈다

왠지 당당해 보이는 그녀들이 부러웠다

그녀들과 얼굴을 스치는 것만으로도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년느 반대편 존을 향해 돌아서지 않았다

그녀들과 같은 존을 향해 움직이는 것처럼 가만히 서 있었다

너희... 아는 사람이야?

친구 언니 가게에요

언니가 온 김에 구경하고 가라고 하셔서요

가게 이름이 독특해서 뭐 하는 곳인가 해서 와 봤어요

정신을 똑바로 차리면 살 수 있다

인사는 그만하고 이쪽으로 와 친구야

당신 친구... 병원에 가 봐야 하는 거 아닌가요

너 위기가 뭐라고 생각해?

너 내 말이 개소리로 들려?

눈앞이 캄캄해져 저도 모르게 그를 찾아왔다

비오는 밤이었으면 어쩔 뻔했냐

연애가 곧 결혼일 것 같은 여자라 하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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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처럼 굴면 손님 다 떨어져 나가겠다

내가 창녀는 처음이라 잘 모르겠는데 어쩌지?

다정했던 순간은 온데간데없고 서로를 죽일 듯이 노려보는 둘 사이에 적막만 흘렀다

그의 기분을 들쑤시고 싶어 내뱉는 말인데도 상처를 받는 건 오히려 저였다

참지 못한 눈물이 망막을 가리며 고여 들었다

목구멍으로 차오르는 울분도 티 내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소용이 없었다

아저씨가 너무 싫어서 눈물이 절로 나는 걸 어떡해

우는 애 아는 거 취미 없어, 옷 입어

일어나자마자 욕이야?

마뜩잖은 표정으로 그를 째려보며 밍기적거렸지만 결국은 그의 뒤를 따라왔다

아저씨 얼굴 보면 입맛 떨어져서 그래

결국엔 시키는 대로 다 할 거면서 왜 이리 툴툴대는 건지

그러는 그녀가 귀엽게만 보였다

아무래도 제 눈에 콩깍지가 제대로 씐 것 같았다

근데 우리 어디 가는 거야?

말이라도 해 줘야 할 거 아냐

혼을 뻇긴 듯한 눈 속엔 오로지 푸른 바다만 들어차 있었다

그냥 집에 돌아갔으면 크게 실망할 얼굴이었다

바다가 그렇게 좋을까

저도 그렇게 좀 봐주면 좋으련만

바다 볼 때는 얌전하더니 또 심통이네

밤바다 보러 다시 나오자

집을 벗어나는 건 옳은 선택이었다

그 집에 있으면 그녀는 계속 엄마 생각이 날 테고 신경이 계속 날카로워지기만 할 것이 뻔했기 떄문에...

바다가 그렇게 좋아?

바다가 날 삼켜줬으면 좋겠어

톡톡 내뱉는 말에는 매번 가시가 돋쳐 있었다

그 가시를 다 뽑으면 그녀는 더 이상 그녀로 살아가지 못하는 걸까

밤새 괴롭힐 건데 그래도 괜찮아?

...아까 차에서 실컷 잤어

그녀는 절정에 달할 때마다 그를 자연스럽게 오빠라고 불렀다

그는 그녀가 저를 기억해 낸 것이 분명하다고 확신했다

그러니 더 미운 말을 하고 뾰족하게 그를 지르며 화풀이했겠지

조르는 그녀의 말이 너무도 귀여웠다

너 때문에 내가 진짜 미칠 것 같아

이제 정말 어디 안 갈게

네 옆에만 있을게

그의 말을 듣지 못했을까 봐 그는 그녀의 귓가에 끊임없이 속삭였다

날선 말도 더 이상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

그저 그에게 애정을 갈구하고 어리광만 피우고 싶었다

눈을 감았다 뜨면 캄캄한 현실이 앞을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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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 소리가 다 들리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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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인간

나쁜 짓을 하는 것처럼 비겁하게 구는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당당하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

손님의 대한 배려심이 느껴지는 인사

팔뚝 가득 타투를 한 남자가 입구에 서 있을 줄 알았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순간 용기가 생겼다

창피해서 얼굴이 화끈거리지는 않았다

하루에도 여러 번 이런 상황을 반복하는 사람 같았다

이거 대단하네

왜 피규어를 좋아하는 거지?

이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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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신경 쓸 일 아니니까 꺼져

가기 싫다는데 왜 남의 여자를 괴롭혀?

더 처맞기 전에 꺼져

아저씨가 뭔데 내 애인이야?

나 아저씨 애인 아니잖아

그러면 저 새끼한테 널 다시 팔아야겠네

내가 그 애를 돈 주고 샀거든?

그러니 데려가고 싶으면 합당한 값을 나한테 내야지

누가 너한테 돈 달랬어?

사람들 많은데서 뭐 하는 짓이야?

그게 싫으면 조용히 따라와

또 그러면 이번에는 키스로 안 끝나

결국 그의 팔에 붙들린 채로 차에 올라탔다

내가 딴 남자 만나면 가만 안 둔다고 했을 텐데?

네가 키스해달랬다며?

... 저 정도로 찌질한 줄은 몰랐지

입술 다 터트리기 전에 대답해

설레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었다

심장이 너무 크게 뛰어서 그에게 그 소리를 들킬까 봐 걱정될 정도였다

내가 너한테 이래라저래라 할 권리 있지?

그러면 이제 혼자 애쓰지 않아도 되겠네

하루 종일 너 안고 싶어 죽는 줄 알았어

그래도 어쩔 수 없어, 사람은 다 아프면서 성숙하는 거야

말도 안 되는 개소리를 지껄이며 그녀를 침대로 데려 갔다

이제는 익숙할 줄 알았는데

좋으면서 아닌 척은...

아저씨 때문에 이게 더 커지는 것 같아

너 그렇게 말하면 미칠 것 같아

일부러 참고 있는데 자꾸 자극하고 말이야

이제 보니 밀고 당기기 선수네?

저도 모르게 오빠 소리가 나왔다

흥분에 녹아든 뇌가 이성을 거치지 않고 교성을 뿜어냈다

차마 입으로 말은 못하고 몸으로 표현을 했다

저를 놀리며 웃음이 만연한 그 얼굴이 왜 싫지 않을까

정체를 알고 나니 증오스럽기만 했던 남자인데...

본능적인 방어기제가 작동했다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늘 반대로 말이 나갔다

상처를 받을 게 겁이 나는 순간이면 뇌를 거치지 않고 무조건 거친 말부터 나갔다

네가 욕하는 건 섹시하기는 한데... 그래도 좋은 말만 했으면 좋겠어

늙은이 같은 소리 집워치워

돈 준대서 창녀처럼 기분 좀 맞춰주려고 하는 건데...

낮은 목소리로 이름을 부르는 남자의 얼굴에는 실망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어차피 저는 실망만 줄 건데 뭘 기대하는 건지...

그럼 너랑 연애질이라도 할 줄 알았어?

너처럼 굴면 손님 다 떨어져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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