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벽을 어떻게 넘을까?
니호 지음, 황진희 옮김 / 한빛에듀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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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의 은유를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슷한 것을 떠올릴 것이다. 인생의 과제, 난관, 혹은 장애물.....

공통된 이미지라 해도 실전에서 그것을 대하는 방법은 저마다 다르다. 불굴의 의지로 주변에 놀라움을 선사하며 넘는 사람은 화제가 되기도 하고 귀감이 되기도 한다. 평범한 사람들은 이렇게 저렇게 시도하다 때로 포기하기도 했다가 꾸준함으로 어찌어찌 넘기도 한다. 내가 바로 이랬던 것 같다.

범위를 좁혀서 교실 안의 과제 상황이라고 한다면, 일단 쉽고 편하고 재밌는 것 아니면 짜증부터 내는 아이들이 있다. 궁리해보는 게 일단 첫번째 단계인데 어쩌란 말이냐며 화부터 내는 인물.

그런가하면, 과제를 파악하고 지금 가능한 것과 어려운 것을 구분하며 어려운 것에 집중해 문제를 명료화하고 대책 논의를 이끄는 아이가 있다. 리더의 싹이 보이는, 흔치는 않은 인물이다.

가장 많은 케이스는 그 중간 어디엔가 속하는 아이들이다. 위의 리더가 있는 것에 반색하며 자기 의견을 내고 자기 한 몫의 기여를 하며 문제해결에 조력하는 아이들. 그보다는 못하지만 마지못해라도 꾸역꾸역 따라가는 아이들.

위와 같은 공통의 벽이 아니고 개인의 벽이라면 그 편차는 더욱 심할 것이다. 자신의 벽 앞에서 화를 내고 남탓을 하고 벽을 발로 차다 발가락 부러지는 인간이 바로 나라면? 얼마나 슬픈 일인가? 이 책은 벽 앞에 선 나의 모습을 비춰주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벽도, 그 벽을 넘는 방법도 다양하다는 것을 재미나게 보여주며 벽 앞에서 궁리와 도전을 좀 더 해볼 용기를 주는 책이다.

높다란 철벽같던 벽은 의외로 그리 견고하지 않은 벽이었을 수도 있다. 고마운 도움이 다가올 수도 있고 운좋은 일이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가장 극적인 장면은 이런저런 궁리와 시도 끝에, 여러 번의 도전 끝에 그 벽을 넘어가는 장면이다.

인생에서 이런 장면, 누구에게나 있어야 인생의 맛을 느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거기서 본 그 너머의 풍경은 얼마나 아름답고 시원할까? 비록 그 풍경이 곧 일상의 풍경이 되면 시들해질지라도. 곧 새로운 벽이 또 내 앞을 가로막는다 할지라도. 그게 인생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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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타의 조선 도공 백파선 봄봄 문고 9
한정기 지음, 김태현 그림 / 봄봄출판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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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역사동화를 읽었다. 읽고보니 비교적 최근(작년 말)에 나온 책이었네. 이 책에서 그려낸 '백파선' 이라는 여성에 대한 사료가 거의 남아있지 않지만 작가님은 본인의 마을 출신인 그 이름을 어떤 기회에 알게되고, 작품으로 되살리겠다 결심하셨다고 한다. 개연성있는 역사적 상상력으로 잘 살려내셨다고 본다. 그 인물 개인에 대해서도 그렇지만 일본에 끌려간 기술자들(특히 도공들)의 삶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는 이야기였다.

끌려간 이들은 돌아올 길이 없어 그곳에 정착해서 살게 되었고, 거기서도 그들의 기술과 역량을 최대한 발휘했다. 결국 그것은 남의 나라에 큰 도움이 되었지만, 그들에게 딱히 다른 선택이 있을 수 있었을까? 나라면 어땠을까 생각해봐도 그게 최선이었을 것 같다. 더구나 그들은 고국인 조선에서 낮은 신분으로 천대받고, 그들의 작품에 대한 자긍심을 가질 새도 없이 수탈만 당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끌려온 곳에서 기술자로 인정받고 일할 수 있었다면, 어차피 돌아갈 수도 없는 길, 새로 정착한 곳에서 최선을 다하며 장인으로 자존감을 갖고 사는 편을 선택하지 않았을까. 다만 그리운 고향을 평생 가슴에 묻고 살아야 했던 것은 너무 가슴아픈 일이다. 가장 좋은 일은 나라가 국민을 지켜주는 일, 그리고 각자의 재능을 고르게 존중하는 일이었을 텐데.

자연환경이 (특히 도자기의 원료가 되는 토양이) 조선과 너무 달라 당황했던 도공들이 연구 끝에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또 어딜가나 아군 속에 적군이 있다고, 같은 조선출신 도공들 중에서도 다른 마음을 품고 동료를 시기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부분도 씁쓸하지만 현실적인 내용이라고 생각되었다.

오랜 세월을 지나도 살아남아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도자기들. 그걸 보면서 별 감흥이 없는 어린이들도 많을 것이다. 나도 그런 편이고.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좀 다른 눈으로 보일 것 같다. 최적의 흙, 유약, 안료, 가마, 불의 온도 등 최적의 상태를 위해 전문성을 발휘했던 과거 사람들의 숨결이 조금이라도 느껴질 것 같다. 이 책은 특히 그런 부분이 잘 부각되게 쓰여져 있다.

남의 나라를 침략해 수많은 피해를 준 것도 모자라 고급 인력, 즉 기술자들까지 약탈해 간 것을 생각하면 분하지만, 이 책은 그 과정을 담담하게 써내려가듯이 담았다. 그중 특히 한 인물, 백파선이라는 여성의 일대기에 그 모든 과정이 다 담겼다. 실존했으나 거의 알려지지 않은 한 인물을 작가는 이렇게 되살려 후대에 소개해 놓았다. 당시의 역사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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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라면 가게 초등 저학년을 위한 책이랑 놀래 12
김보경 지음, 차상미 그림 / 마루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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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고픈 어린이들이 음식점에 이끌려 들어가 주인이 주는 따뜻한 음식을 먹고 회복되는 이야기는 이 책이 처음은 아니다. 가장 기억나는 책은 윤숙희 작가님의 <꼬르륵 식당>이다. 난 그 책을 그냥 무심히 읽고 괜찮네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학급 아이들의 반응이 생각보다 너무 좋아서 응? 그렇게 좋나? 하고 다시 봤던 기억이 난다. 아이들은 그 책에서 뭘 느끼고 마음에 채웠던 것일까?

이 책도 비슷한 설정으로 되어있다. 세 아이가 각각 음식점을 찾아오고, 음식을 먹고 치유되는 과정을 보며 독자들은 그 아이를 이해하게 된다. 이러한 설정이 같을 뿐 느낌은 새롭다. 이 책의 아이들이 더 어리고, 내용은 짧은데 여운은 더 긴 것도 같다.

이 책의 음식점 이름은 책 제목인 '너라면 가게' 이다. 라면은 아이들이 무척 좋아하는 음식이다. 라면 싫어하는 아이는 못봤을 정도다. 어른들이 먹이기 싫어해서 그렇지. 하지만 이 가게의 라면은 인스턴트가 아닌 각 손님에게 '맞춤형' 라면이다.

첫번째 손님은 치오였다. 치오는 아주 눈에 띄는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횡단보도를 건너지 못한다. 차에 치일 뻔한 경험 때문이다. 그래서 학교 앞 횡단보도를 등교 때는 엄마가, 하교 때는 아빠가 같이 건너줘야 한다. 오늘따라 아빠가 늦는다. 그냥 혼자 건너볼까 시도해보지만 역시 안된다. 한숨을 쉬던 치오는 맛있는 냄새에 끌려 너라면 가게에 들어간다. 치오에게 나온 라면은 '새라면' 이었다. 라면을 먹는 동안 횡단보도를 건너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새처럼 훨훨 날게 된다. 가게를 나온 치오는 곧 아빠를 만난다. 그리고....

두번째 손님은 백호다. 백호 입장에서는 횡단보도를 못 건넌다고 해도 치오가 부러울 거다. 아빠가 데리러 오니까. 백호는 데리러 올 사람이 없다. 엄마는 '꿈을 찾으러' 떠났다고 한다. 우는 백호에게 아빠는 "무도인은 이런 일로 울지 않아." 라고 했다. 운영하던 합기도장이 망하자 여기저기 다른 도장에서 일하느라 집을 비우는 아빠 대신 어린 고모가 백호를 돌본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을 수밖에 없다.

백호에게 나온 라면은 '아빠 라면' 이었다. 그날은 아빠 생일날이었고, 백호는 미역국 맛의 그 라면을 들고 아빠를 찾아갔다. 가는 길에 백호는 이름뿐만이 아닌 진짜 호랑이였다. 그때의 기분을 잊지 않으려 한다.

엄마가 '꿈을 찾으러 떠났다'라.... 에휴, 뭐 욕하고 싶진 않지만 아이의 결핍은 각오하고 떠났겠지? 상황이 그렇게 된거 어쩔 수 없고, 아이가 호랑이처럼 굳센 마음을 먹고 힘내면 좋겠지. 그걸 응원하는 이야기.

마지막 수지는 앞의 두 아이에 비해 별 문제가 없어보인다. 일하는 엄마라 학원순례를 좀 하기는 해도 저녁엔 만나서 단란한 시간을 보내니까... 그래도 수지 또한 너라면 가게에 들어가게 되는데, 학교 놀이터에 두고 온 피아노 가방을 찾으러 나갔다가 무서워서 들어가지 못한 날이었다. 수지에게 나온 라면은 '고양이 라면' 이었고, 먹고 나와선 수지를 찾으러 나온 엄마를 만난다.

종류도 다르고 정도도 다르지만, 모든 아이들에게 넘어야 할 산 같은 마음의 문제들이 있다. 작은 언덕이라도 각각의 아이들에겐 큰 산이다. 그 산을 넘을 힘을 주는 맛난 맞춤형 라면가게 이야기. 따뜻한 국물과 쫄깃한 면발 느낌의 이야기다.

저학년용 문고로 나온 책이지만 중학년에게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너라면 가게를 찾는다면? 어떤 라면을 먹게 될까? 혹은 어떤 라면이 나오면 좋겠나? 이런 상상과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는 책이겠다. 나에게 대입해서 생각해 봤는데, 한번에 생각나진 않았다. 결핍이 없어서는 절대 아니니, 너무 많아서겠지? 아니면 이젠 그걸 포기하고 살아서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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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옆 만능빌딩 - 제14회 비룡소 문학상 수상작 난 책읽기가 좋아
이현지 지음, 김민우 그림 / 비룡소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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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맘이신 작가님은 아이들의 다면적 모습을 이해하고 작품에 담기에 적격이실 것 같다. <도둑의 수호천사>라는 책에서도 느꼈는데 이 책에서도 그랬다. 교사도 양육자가 되었을 때 한발 떨어져서 말하던 이상론과는 거리가 멀게 현실에 타협하거나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독박육아일 때는 더더욱. 작가님이 그렇다는 뜻은 아닌데, 작가의 말에 보면 어쩔 수 없이 학원순례를 시키는 현실적 고백이 들어가 있기도 하다. "등에는 책가방을, 양쪽 어깨에는 학원가방을 주렁주렁 메고 다니는 모습이 이 책의 재이와 똑같아요."

 

재이네 학교 옆 6층짜리 '만능빌딩'은 층층마다 온갖 학원이 다 모여 있다. 수학, 영어 등 교과목 학원 뿐 아니라 피아노, 미술 등의 예술 학원, 수영, 태권도 등 체육 학원까지. 그야말로 종합 학원 건물이라 할 수 있겠다. 학부모들 입장에서는 말 그대로 '만능 빌딩' 이겠다. 하교 후 귀가 시간까지 이 건물 한 곳에서 다 커버가 될 테니까 말이다. 아이들에게는 그게 어떨지 모르겠지만. 지금 우리반 애들로 상상해보면 2시에 영어학원 갔다가, 3시에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가 미술학원에 갔다가, 5시에 지하로 내려가 수영 하고, 6시에 수영 차 타고 집으로 간다.... 이런 식 아닌가? 애들도 정말 지치겠다. 그렇다고 학교에서 푹 쉬라거나 눈 좀 붙이랄 수도 없는 일. 아이들이 ''에서 푹 쉬는 세상은 어떻게 만들 수 있으려나.

 

재이도 많은 친구들처럼 방과 후 이 빌딩 안을 순례하는 아이들 중 한 명이다. 다소 다른 점이 있다면 간식 한번 같이 먹어줄 친구도 없다는 점인데.... 거기엔 약간 자업자득 격인 사연이 있다. 단짝친구였던 선우가 사소한 일로 다투고 놀린 일이 있었는데 그게 학폭으로 번졌다. 주역은 재이 아빠, 그는 변호사였고 결국 승리를 따내고 서면사과를 받아 득의양양했다.

아무튼 박선우가 너 따돌리는 거 같으면 말해. 또 학교폭력으로 신고해 버릴 테니까. 혹시 박선우 엄마가 너한테 뭐라고 해도 말해. 그건 아동학대로 신고하면 되니까.”

신고해도 같이 놀 수는 없는걸. 사이좋게 지내자고 해 놓고도 사이좋게 안 지내.”

그건 어쩔 수 없지. 그래도 어쨌든 우리가 이겼잖아.”

아빠가 적을 무찌른 장군처럼 턱을 치켜들었다. 아빠는 지고는 못 사는 사람이었다.(26~27)

 

캐릭터가 과장된 감은 있어도 비현실적인 설정은 전혀 아니다. 이미 이런 사례들이 차고 넘치고 있다. 아마 작가님도 가까이서 보신 일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쓰셨을 것이라 짐작한다. 하여간에 재이와 선우 사이의 일은 이렇게 위원회로 올라가게 되어 둘의 화해와 관계 회복은 물건너가 버렸다. 처분을 받은 선우는 함께 놀 친구들이 있지만 재판에서 이긴 재이는 주변에 아무도 오지 않는다. 쓸쓸하게 만능 빌딩을 배회하는 수밖에.

 

그러다 재이는 6층에서 임대쪽지가 붙은 빈 학원을 발견했다. 전 하버드 영어 학원이던 그곳에선 웬 할머니가 욕을 하며 청소를 하고 있었다. 욕을 가르쳐 달라고 조르던 재이는 그 이상한 할머니에게 인생의 진리에 가까운 것을 배운다.

지는 게 이기는 거다.’

오래된 학원들처럼 해봐라

이런 것들.

 

저학년 대상의 짧은 동화이다 보니 재이의 시도는 빨리 먹혔고, 둘 사이는 그동안의 일이 싱겁도록 빨리 회복되었다. 하지만 미안해 흑흑 괜찮아 흑흑 그런 신파는 아니고, 여러 가지 사건들과 소문과 진실이 얽혀 꽤나 흥미진진하게 결말에 도달했다.

 

주인공들이 2학년으로 나오지만 중학년까지는 재미있게 읽고 이야기도 깊이있게 나눌 수 있을 만한 책이었다. 학교가 부모들의 대리전의 장이 된 것, 그리고 아이들까지 그들의 용어를 걸핏하면 사용하는 것, 이런 사실들은 슬프다. 하지만 아이들만 놓고 보면 회복과 해결의 가능성은 아직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이 그 역할을 할 수도 있고. 따라서 어린이들에게 널리 읽혔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왕이면 부모님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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