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손님 그림책이 참 좋아 47
백희나 글.그림 / 책읽는곰 / 201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백희나 님만큼 작품성과 함께 '흥행'에도 성공한 그림책 작가는 흔하지 않을 것이다. 발간 즉시 판매지수가 쭉쭉쭉 올라간다. 그 대열에 나도 동참하게 된다. 궁금하니까 어쩔 수 없이.ㅎㅎ

지난번 작품 알사탕은 아이들도 좋아하지만 주로 어른들을 울렸던 것 같다. 외로운 아이 주변에 여러 인물들이 있었고 각자 누군가에게 꽂혀서 우리는 목이 메었다. 교사들의 독서모임에서 이 책을 다루었다는 얘길 많이 들었는데 저마다 눈물바람을.... 우리 모임도 예외는 아니었고 함께 공개수업을 구상했고 각자 맡은 학년에 맞는 활동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그게 작년 1학기 공개수업이었다.

신간 작품 소식을 듣고 혹시 올해도? 하는 흑심 반으로 책을 펼쳤다.^^ 음 뭔가 알사탕 보다는 뭐가뭔지 모르겠고 훨씬 정신없고 주인공들과 함께 허둥대다 보니 어느새 책이 끝났다. 한 장면 한 장면 감동이 차곡차곡 차오르는 알사탕에 비해 어른들은 '읭? 뭐지?' 할 수도 있겠으나 아이들은 이 책을 더 좋아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클레이로 동작과 표정까지 섬세하고 재미있게 묘사한 화면의 느낌은 누가 봐도 딱 백희나 님의 그것이다. 아름답거나 예쁘장한 아이는 없지만 촌티나는 듯 귀엽고 정감있는 캐릭터들과 찡하면서도 웃음이 나오는 그 생생한 표정....

이번 작품의 주인공은 남매다. 어떤 남매일까? 우리 반에도 남매가 많은데 학부모 상담 때 물어보면 거의 원수 아니길 다행인 사이들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주로 둘째들이 치인다. 여기도 그렇다. 비오는 오후, 무섭고 심심한 동생이 누나의 방문을 빼꼼 열자, "누나 바빠! 혼자 놀아!" 라는 매몰찬 답변만 돌아온다. 쓸쓸히 돌아서는 아이 뒤에서 누군가 매달린다. "형아........" 하면서.

조선시대 흰바지저고리에 한삼같이 긴 소매를 늘어뜨리고 눈코입 작고 어벙한 표정에 2등신도 안돼 보이는 이 불청객은 정말 그동안 어디서도 못봤던 개성있는 캐릭터다. 이름이 천달록이라나? 집에 가고 싶은데 타고 온 구름이가 없어졌다며 눈물 찍 콧물 찍 하는데 정말 불쌍하다. 아이는 자기가 먹으려던 빵을 준다. 배가 빵빵하게 먹고 난 달록이는 방귀쟁이 며느리 못지않은 방귀로 집안에 풍파를 일으키고, 이녀석의 기분이 달라질 때마다 집안에는 눈이 오고, 비가 오고 새로운 난장판이 벌어진다.

방귀 난리가 났을 때부터 등장한(놀라 나타난) 누나가 동분서주 동생과 함께하며 달록이를 돕는다. 냉장고를 뒤져 아이스크림을 찾아주고, 달걀이를 따라 헐레벌떡 같이 뛰고, 용돈을 털어 솜사탕도 사준다. 투정부리는 녀석을 달래느라 혼비백산한 남매한테서 밤낮이 바뀐 신생아 엄마 아빠가 떠올랐다면 오버인가?^^ 그렇게 한바탕 난리를 치른 후 진짜 형아 알록이가 찾아와 달록이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갔다. 무지개 다리를 밟고....

이제 남매는 소파에 함께 앉아있다. 지친 기색이 역력한 이들 사이에 연대와 동지애가 흐르는 듯하다. 그리고 남매는 둘만 아는 추억을 공유했다.
"누나, 나 달록이가 벌써 보고 싶다."
"응, 나도."

너희들 집에 달록이가 나타난다면 어떻게 할 거니? 아마 대부분의 아이들이 어떡하든 도와 주려고 남매처럼 동분서주 할 것이다. 오지랖은 아이들이 가진 미덕이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삶이 고단하고 고달프면서도 웃고 살 수 있는 건 그 때문일 것이다. "그냥 내쫓을 거예요." 그런 아이가 있다면 그 해는 고민 좀 해야 할 것이다.

작가의 메세지가 직격탄이었던 알사탕에 비하면 이 책은 산만하다고 해야 할까 정신없다고 해야 할까 혼을 쏙 빼놓기는 하지만 어찌보면 뭔가 확산적인 느낌이다. 그게 매력일 수도 있다. 모임 샘들의 감상을 들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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