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이 이루어지는 신기한 일기 독깨비 (책콩 어린이) 49
혼다 아리아케 지음, 김지연 옮김 / 책과콩나무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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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에 소원을 쓰면 신기하게 이루어진다?! 제목이 말해주는 내용이라면 이 책은 판타지일 것이다. 어떤 마법으로 소원이 이루어지는 걸까? 그런데 읽어보니 마법은 없었다. 판타지도 아니었다.

방청소를 안해 구박받던 이노우에 고헤이(5학년)는 여름방학을 맞아 맘먹고 방정리를 하다 일기장을 발견한다. 작년에 돌아가신 할머니가 선물로 주신 것이다. 그리고 모자. 몇달전 전학간 이시하라의 모자다. 이 두 가지 소재가 이 책의 큰 줄기다.

할머니는 일기장을 선물로 주시며 "소원이 있으면 여기다 적으렴. 그러면 반드시 이루어진단다." 라고 하셨었다. 절에서 적는 소원판도 아닌데 그럴리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고헤이는 "할머니를 만나고 싶다" 라고 첫장에 썼다. 둘째장엔 "이시하라를 만나고 싶다" 라고 쓰고.... 그날밤 고헤이는 너무도 생생하게 할머니를 만났다.

일기장은 계속 채워진다.
4쪽. 엄마 아빠가 화해했으면 좋겠다.
5쪽.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다.
6쪽. 나는 수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소원들은 전혀 마법적이지 않게 이루어진다. 전에없이 식욕이 없던 날, 땡기는 것을 찾아 걷고 또 걷다 배가 고파져 눈에 뜨인 건 유부. 평범한 유부초밥과 된장국이 소원을 이루어 준 어느 날.^^
수영에 얽힌 이야기는 길게 나온다. 맥주병이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로 물에 공포심이 있던 고헤이가 숱한 좌절을 딛고 마침내 성공하게 되기까지의 이야기가 재미있고, 나의 좌절을 떠오르게 하고, 응원하게 된다.

소원적기는 계속 이어져서, 공원에서 만난 다리가 불편한 아저씨의 소원을 대신 적어주기도 한다. 나이를 초월해 인생의 중요한 도전을 서로 주고받은 두 사람의 이야기가 정말 좋다. 평범한 이들도 멋질 수 있다는 것을 여기서 발견한다. 고헤이의 도전은 '독후감쓰기' 였는데 100쪽짜리 책도 읽어본 적 없다던 고헤이의 도전작이 <어린왕자>여서 더 좋았다. 고헤이에게 다가가는 어린왕자를 설레는 마음으로 바라보게 된다.

마지막까지 이루어지지 않은 소원은 2쪽의 "이시하라를 만나고 싶다"
두 아이는 소꿉친구였지만 각자 사춘기로 접어들며 이전같지 않다. 특히 남자인 고헤이가 더 심통을 부린다. 멀리 전학가는 이시하라를 다시 만나기 어려울거라는 생각에 맘에도 없는 말을 퍼붓고 결국 사과도 못한채 떠나보냈다. 음 하지만 그아이가 떨어뜨린 모자를 간직하고 있지.... 이시하라를 만나러 가는 도전이 이 책의 마지막 내용이다. 이처럼, 이 책의 소원이 이루어지는 과정은 감나무 밑 입벌려가 아니라 도전과 실천이다. 한걸음씩 꾹꾹 내딛기.

내가 놓쳤던, 그리고 놓치고 있는 많은 바람도 그러할 것이다. 저절로 내게 오는 것은 없다. 나는 발을 떼었어야 했다. 하지만 젊을 때는 여러가지 현실적 핑계로, 그리고 나이든 지금은 너무 늦었고 몸이 안따라준다는 핑계로 그냥 굴속에서 사계절 겨울잠을 잔다.ㅎㅎ

이 책은 아이들에게 무슨 생각을 줄까? 도전해 볼 의지를 줄 수 있을까? 혹 이 책이 '문학작품으로서의 자기계발서'에 그치는 것은 아닐까? 작가 프로필에 "능력 개발과 경영 교육 분야에서 컨설팅과 강연을 하면서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라는 내용을 보니 그런 의심이 더욱더...^^;;; 하지만 그렇게 치부하기에는 작품이 정말 좋다. 난 자기계발서는 좋아하지 않지만 전적으로 나쁜 것도 전적으로 좋은 것도 없는 법이다. 어릴적부터 근자감에 가까운 자존감을 보이던 아들이 고딩 때 자존감이 무너지며 평소 보이지 않던 행동들을 많이 보였다. 그때 나는 "작은 목표를 세우고 애써 그걸 달성해봐. 작은 성공의 경험이 모여서 자존감을 이루는 거야. 하나씩 해봐." 라고 애타게 말했지만 아들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고.... 어찌어찌 지금은 그때보단 나아졌다. 아이들 중에 혹 이 책을 읽고 '나만의 마법 일기장'을 써보고 싶어지는 아이가 생긴다면 좋지 않을까?^^

주인공이 5학년. 권장 연령에 딱 맞춘 설정인 것 같다. 5학년이 가장 적절할 것 같고 +,- 1학년 정도 괜찮겠다. 참고로, 삽화가 한 점도 없어서 겉보기에 재밌게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몇 장 넘기면 흡인력이 좋아서 끝까지 읽을 수 있을듯. 일본 동화 중 내게 느낌이 각별한 작품들이 많이 있는데 이 책도 그에 근접할만한 작품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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