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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사자 - 2019 학교도서관저널 추천, 후생성중앙아동복지회 추천, 일본도서관협회 선정, 일본 전국학교도서관협회 선정, 2018 학교도서관저널 추천 ㅣ 바람그림책 66
사노 요코 지음, 황진희 옮김 / 천개의바람 / 2018년 2월
평점 :
천개의바람 대표님 페북에서 이 책이 힘들게 세상에 나온 얘기를 대충 들었다. 그리고 표지를 다시 찍으시는 바람에 표지 전량이 남겨진 얘기도. 남겨진 표지를 가방만들기 활동용으로 신청하면 보내주신다고 하여 신청해서 받았다.
그리고 책을 주문했다. 책이 오기 전 알라딘의 책소개글을 읽다가 갑자기 파바박 몇 가지가 연결되며 다다음주에 있을 학부모총회 공개수업으로 구성할 아이디어가 마구 떠올랐다. 감사와 격려라는 인성요소, 상황에 맞는 표현이라는 국어과의 성취기준, 학급운영비로 구입 예정인 토닥토닥 스티커.... 그리고 가방 만들기라는 부모님 투입 가능한 활동....
그러다가 오늘 책이 도착했다. 책의 실물을 보다가 난 계획한 수업에 대한 자신감이 그만 없어지고 말았다.^^;;;; 이 책은 그렇게 결이 단순한 책이 아니다. 짧은 시간에 이해하고 한 방향으로 쭉쭉 몰아갈 성질의 책이 아닌 것이다. 난 일단 보류하기로 했다. 나중에 생각이 확실해지면 동료장학 때 다시 도전해 보겠다.^^
하늘을 나는 사자라니, 얼마나 의연하고 멋질까? 그렇다. 실제로 멋지다. 그렇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이야~ 역시 사자야~" 라며 갈채를 보내는 고양이들 앞에서 사자는 호구였다. 또한 "호구가 진상을 만든다"는 명언도 있듯이 고양이들의 행태는 그야말로 진상이었다. 호구는 속터지고 진상은 얄밉다.
결국 호구 노릇에 지친 사자는 쓰러져 황금빛 돌이 되어 오랜 세월 깨어나지 못했는데, 그를 일으켜 세운 한 마디는 "피곤했을 거예요." 라는 아기고양이의 말이었다. 이 대목은 많은 상황에 대입이 가능하다. 많은 이들이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며 울컥할 만한. 난 많은 것을 바랬던 게 아냐.... 따뜻한 격려나 감사의 한 마디, 너무 애쓰지 않아도 돼, 고생했으니 그만 좀 쉬어 라는 위로의 한마디면 충분했던 거야....ㅠㅠ
4학년 아이들에게 이 경험을 이끌어 내거나 입장 바꿔 생각해보는 것은 단순한 일은 아닐 것 같아 일단 미뤄두긴 했지만, 좋은 그림책들이 언제나 그렇듯 이 책도 다양한 층위에서 나름대로 이해와 감상이 가능한 책이다. 아무래도 살아온 경험이 많을수록 더 절절한 공감과 감상이 이루어질 것 같긴 하다.^^
이 책을 읽다가 풋 하고 웃어버린 대목이 있었는데 사자가 "있지, 나는 낮잠을 자는 게 취미야" 라고 말하는 대목이다.
이 때 고양이들은 배를 잡고 웃으며 그 말을 농담으로 들어넘겼고, 결국 사자는 쓰러져 일어나지 못했다.
어쩌지, 나도 낮잠 자는게 취민데.... 근데 다행히 내 주변의 인간들은 "설마 농담이지?" 라며 웃지는 않았다. 언젠가 집정리를 대대적으로 하던 날 남편의 짐이 안방 바닥에 가득찼는데 남편이 급한 일이 있어 갔다와서 마저 하겠다며 나가다가 급히 돌아섰다. 그러더니 방 한구석을 빼꼼하게 후다닥 치우고 이불 한 장을 내려 깔았다.
"자고 싶을 땐 요기서 자면 되지. 응?"
하고는 황급히 나갔다.ㅎㅎㅎㅎㅎ
남편하고 얼굴보기도 힘들게 살며 서로 주는 것도 받는 것도 없지만 그냥 그러려니 하고 사는 건 이런 이유인지도 모른다. 그저 낮잠을 자든 늦잠을 자든 혀 차지 않고 피곤해서 자나보다 해주는 것.
새삼 토닥토닥 스티커의 문구 하나하나를 들여다본다.
- 잘 해 왔어.
- 덕분이야.
- 힘들었지?
- 잠깐 쉬어.
- 네 편이 될게.
.................
당신이 듣고 싶었던, 듣고 싶은, 듣고 싶을 말은 무엇일까요? 어두운 밤 혼자 울던 사자와 같았던 때는 언제였나요? 그 때 당신에게 필요했던 것은 무엇이었나요?
거봐라. 이 책은 이렇게나 묵직한 책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