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마지막 바이올린 생각쑥쑥문고 12
안나 만소 지음, 가브리엘 살바도 그림, 오세웅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17년 5월
평점 :
절판


어떤 도서관의 추천목록에 중학년용으로 올라 있어서 구입해 봤다. 스페인 작가의 작품은 읽은 기억이 거의 없고 이 작가의 이름 역시 생소하다. 작품은 잔잔하게 참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 있으나 그리 재미있고 몰입된다는 느낌은 못받았다. 그래도 아주 신선한 소재와 주제를 다루었다는 생각은 든다.

신선하다고 해서 현대적 소재인 것은 아니고 오히려 그 반대다. 옥타비오의 아빠는 바이올린을 만드는 장인이다. 옥타비오는 아빠의 작업을 하루종일 지켜보는 게 취미다. 아빠의 작업에서 한 대의 악기가 탄생하는데 얼마나 많은 단계와 세심한 작업이 필요한지 이 책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런데 아들의 이 세월 말아먹는 취미를 용인해주는 아빠는 요즘 부모님들과는 조금 다르다.

"아빠는 다른 부모님들처럼 아들에게 받아쓰기 숙제나 암산 공부를 시켜야 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아빠는 작업실에 옥타비오만을 위한 작은 책상을 만들어 주었고, 그곳에서 옥타비오가 좋아하는 것들을 마음껏 하게 해주었다. 그 덕분에 옥타비오는 아빠가 바이올린을 만드는 과정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볼 수 있었다."
하긴 아빠보다도 아들이 더 특이하긴 하다. 이런 취미를 가진 아이는 흔치 않을 터.

이 책의 위기와 갈등은 어느날부터인가 닥쳐온 아빠의 손떨림으로부터 시작된다. 정밀작업을 해야 하는 아빠에게 그 증상은 절망적이다. 같은 증상을 가진 나는 이때부터 숨을 멈춘듯이 읽어나갔다. 갑자기 다가온 손떨림은 어떤 병인걸까? 파킨슨병은 아닌것 같고, 나같은 본태성진전증은 어릴때부터 나타나는데...
병명을 밝히지는 않고 이야기는 계속된다. 아빠는 더이상 장인의 일을 계속할 수 없다. 이 사실을 알게된 수집상인이 거액의 돈을 제시하며 마지막 바이올린을 제작해달라고 한다. 고민하던 아빠는 제작하기로 결심하는데....

혼신의 힘을 다해 마지막 작품을 만드는 아빠와 그 옆을 지키는 아들은 이미 소울메이트라고 할까? 아빠는 그 바이올린을 팔지 않기로 했다. 이 책의 제목인 '아빠의 마지막 바이올린' 그것은 거액의 수집품이 될 수도 있었지만 사랑하는 아들에게 주는 선물이 되었다. 옥타비오는 바이올린 연주에 소질도 없고 연주자가 꿈도 아니지만 바이올린을 연습하기로 한다. 그리고 아빠처럼 훌륭한 현악기제작자가 되겠다고 결심한다.
"그래도 아빠가 만들어 준 마지막 바이올린을 더 잘 연주하고 싶어 열심히 연습할 생각이다.
비록 서투를지언정 노력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니까.
정말이지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아이들에게 꿈을 얘기하는 책을 읽어주게 된다면 그 큰 꿈을 이야기하는 온갖 자기계발서들을 치우고 이 책을 읽어주는게 어떨까 싶다. 꿈은 생각지도 못한 난관을 만날 수도 있고, 그 난관은 극복할 수 없는 것이라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내가 사랑하는 일에 나의 최선을 다 쏟는 것, 서툴러도 노력하는 것이 아름답다고 이 책은 말해주고 있다.

좀더 입에 착착 감기는 문장과 속도감 느껴지는 재미를 가졌다면 더 좋았을 걸 그랬다. 아이들이 재미있다고 할지는 좀 자신이 없다. 뭔가 다가옴이 느껴지는 아이들에게는 인생책이 될 수도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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